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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서울시민청에서 경험한 장난감축제

by 장복산1 2014. 10. 23.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공간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층과 2층에는 시민청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시민이 스스로 만들고 누리는 시민생활마당으로, 토론·전시·공연·강좌·놀이 등 각종 시민활동이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여 펼쳐질 수 있도록, 비움과 유연성을 강조하여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합니다. 시민청이란 명칭의 ‘청’자를 관청 청()자가 아닌 들을 청()자로 선택한 것은 시민의 생각을 시가 경청하고 시민간의 생각과 의견을 서로 공유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청마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진한 냄새가 납니다. 

 

지난 27일 서울시민청에서 장난감축제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던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새제품으로 바꾸는 행사입니다. 집에서 사용하던 장난감을 가지고 가면 최초 구입 가격과 제품 상태를 고려해 A, B, C, D등급이 매겨집니다. 등급 산정은 최초 구입가 5만원 이상은 A등급 , 3만원∼5만원 미만은 B등급, 1만원∼3만원 미만은 C등급, 1만원 미만은 D등급으로 판정되며, 제품 상태나 희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종등급을 판정하고 쿠폰을 교환합니다.

 

 


행사 참가자들은 집에서 사용하던 장난감으로 교환한 쿠폰으로 같은 등급의 새 장난감 및 중고 장난감과 교환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행사장에는 자동차놀이터, 반죽놀이터, 모래놀이터, 블록놀이터, 전통놀이 체험부스가 설치돼 아이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간호사회가 참여해 아이들의 신체 계측, 부모의 체지방 수치를 무료로 측정해주는 행사도 합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서울시 출산지원팀 관계자의 연락을 받고 조합에서 생산한 제품을 장난감축제장에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이 장난감축제에서 제품을 판매해서 큰 이익을 보기위해 참여하는 행사는 아닙니다. 조합을 알리고 홍보하는 차원에서 축제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나는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 이런 시민청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베비라협동조합을 홍보하기 보다 서울시가 나에게 시민청을 홍보하는 효과가 더 클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공간이라는 서울시민청은 서울시민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시민청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광장을 연상하게 합니다.

 

 

시민발언대도 있고 서울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도 있군요. 어린이들이 그룹을 지어 시민청을 돌아보며 지도교사의 설명을 듣는 모습도 보입니다. 다양하게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회적경제가 화두로 떠 오르는 한국사회

장난감축제도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 부스에는 일부러 정읍에서 올라온 정읍베비라 박중원 이사님과 한선경 디자인실장님 그리고 수지베비라 사장님이 열심히 제품을 설명하며 판매하고 있습니다. 베비라가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분들이 관심을 표합니다. 어느 40대 중반의 부인은 자기가 아기들을 키울 때 베비라에서 옷을 사 입히던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사회적경제가 자주 화두로 떠오르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서울시에서 베비라협동조합에 이런 공간을 마련해주고 현수막까지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시장만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사회적 경제로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또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16개 개별법에 정의된 조직들도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재정의하면서 국가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함께 잘사는 경제,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혁신, 돈이고 밥이고 일자리인 소통을 통한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사회적 경제인 모양입니다. 사실은 베비라협동조합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서 부도난 회사의 대리점들이 모여서 작은 힘과 지혜들을 합해서 설립한 협동조합입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베비라 같은 회사를 설립하려면 최소한 50억, 100억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러나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판매할 제품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구매하기 위해서 시즌제품같은 경우는 무려 6개월 전에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선입금을 진행해서 자금을 모았습니다. 조합원들의 선입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제품을 공동생산해서 공동분배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진정으로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어떤 경우라도 참여를 강제하지 않습니다. 전문점을 모집해서 체인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전문점개설 조건으로 부동산담보제공을 요구하거나 보증금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미러내기 방식으로 전문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상권보장을 이유로 하거나 전문점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 이외의 다른 제품은 판매하는 것 자체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는 마치 주종의 관계를 연상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이와 같은 "갑" "을" 관계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었습니다. 물론 전문점이면 전문점의 특성을 살려서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담배가 필요한 사람은 담배가개를 찾아가고 술을 마시려는 고객은 술집을 찾아가는 이치입니다.

 

그러나 전문점운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불충분 조건에서도 "갑"이 강제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합원들이 주인이되어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규제하는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건전한 사회공동체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경제민주화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나의 신념도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