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협동조합의 발전전략 연구보고회

by 장복산1 2014. 11. 19.

나는 지난 월말에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장종익 교수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연구용역으로 정화령 연구원과 김효섭연구원이 함께 진행한 "프랜차이즈모델형 사업자협동조합의 발전전략"연구사업 최종보고회에 토론자로 초청받아 토론한 일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단순하게 서로협동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는 단순한 생각과 판단으로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지난 2년간 좌충우돌하며 베비라협동조합을 운영한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출범한 베비라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그간 여기저기서 진행하는 교육도 많이 받았고 인터넷을 뒤지며 협동조합에 대한 글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일반적이고 도식화한 학술이나 이론적인 논리들은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접하는 현실과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신대학교 장종익 교수의 연구는 베비라협동조합과 운영시스템이 같은 프렌차이즈 사업자모델을 중심으로 연구해서 그런지 가장 현실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협동조합의 설립보다 정착이 더 중요하다는 장교수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전국적으로 수 천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설립의 양적확산이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협동조합만 설립하면 성공한다는 보장이 된다면 협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기관인 중기청이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지자체들은 협동조합설립을 지원하는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우선 뚜렸하고 확실한 설립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익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구조적 문제나 명확한 목표조차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경우들을 나는 그간 많이 보고 경험했습니다. 우선 협동조합을 설립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설립하는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은 사실상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 좀 나쁘게 표현하면 정부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니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보자는 무지막지한 생각으로 설립되는 협동조합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도 그렇게 녹녹하지 않습니다. 우선 어떻게 조합원들이 서로 믿고 신뢰하며 소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서로 협동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새로 창출한 가치를 어떻게 공평하게 분배하느냐 하는 문제도 사실은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자기중심적 사고로 세상을 살기 마련입니다. 작은 이익이라도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이익이 상충하고 충돌하게 되면 어느 누구도 우리보다 나를 쉽게 포기하거나 양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도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미리 예상하고 설립년도에 "매월 5일은 협동조합의 날"로 정하고 매월 전국에서 조합원들이 서울 본점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끝 없이토론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합원 상호간에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력과 병행해서 조합원이 조합을 신뢰하고 조합이 조합원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합의 모든 일들은 실시간으로 온라인카페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온라인카페를 활용해서 온라인토론도 이어가며 조합원들이 서로소통하며 조합의 기반을 다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작은기적이 또 다른 큰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서로 믿고 신뢰할 수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지금은 기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없다면 조합에서 6개월 후에 생산할 제품을 조합원들이 품평하고 주문해서 미리 조합에 선입금을 하고 조합은 조합원들이 선입금한 자금으로 제품을 생산해서 6개월 후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베비라협동조합은 작은기적을 만들었습니다.

 

베비라 협동조합은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 조합원들의 절실한 필요에 따라 조합원들의 생계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금도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필요에 따라서 조합원들에 의해서 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조합원들의 주문에 의존해서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조합원들의 필요에 따라서 공동구매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비라협동조합은 장종익 교수께서 연구한 외국의 사레와 같이 경영의 전문성이나 조직관리적인 측면에서 조합원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매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추도록 하는 독일 REWE의 단계별 전문 경영인 육성 프로그램같은 것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아주 중요한 내용들이군요.

 

단지 대리점을 수 십년 운영했다는 단순한 경험을 유일한 무기로 생각하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하고 전열을 정비한 대형유통이나 온라인유통에 대항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무모하고 승산 없는 게임에 도전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게임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협동조합의 특성을 살려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작은 공간들을 차지하고 우리 영역으로 만드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대형유통이나 온라인 유통만가지고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의류업계에서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있는 선입금제도나 재고부담 없는 전문점 운영을 목표로 해서 이제는 선입금제도 운영시스템은 조합원들이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는 수준의 작은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작은 기적을 바탕으로 더 큰 기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여행을 해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있고 기차를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세상의 모습이지요.

 

최근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대형유통이나 온라인 유통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규격화하고 획일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던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의 사람냄새가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라면 한 봉지, 쌀 20kg 이라는 획일화한 규격에 사람들이 맞추어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소비자 고발"이라는TV프로그램을 보면 세상이 참 무섭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변화와 연대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시대적 흐름은 사회적경제나 공유경제의 새로운 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너무 큰 빈부격차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자본주의의 한계일 것 입니다. 빈부격차의 한계에 봉착하자 정치권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유일한 대안은 협동조합이라는 생각입니다.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의사결정을 1인1표로 행사하는 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의 주체가 될 때 경제민주화는 가능하다는 생각때문입니다.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의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다수라는 51%가 49%를 집어삼키는 승자독식의 방식에서 소수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생각하는 수준을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제발 공감도 누르고 댓글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