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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긴급조치 9호가 연상되는 경상남도 성명서

by 장복산1 2015. 4. 1.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일체의 행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무상급식 중단문제로 갈등하는 경상남도에서 홍준표지사가 도공보관을 통해서 발표한 성명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75년 5월 "유신헌법의 부정·반대·왜곡·비방·개정 및 폐기의 주장이나 청원·선동 또는 이를 보도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내용의 긴급조치 9호가 연상됩니다.

 

어쩌면 지금 경상남도에서 진행되는 정치적 행태들이 점점 유신시대를 닮아 가는 느낌입니다. 도지사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선출한 도의원들은 도지사의 절대권력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도지사가 제출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조레가 도의회에서 통과되는 순간에 도 의회 주변에는 버스 차벽까지 등장한 가운데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유신헌법 통과 순간이 연상되는 군요.

 

가치와 기준을 혼돈하는 사회

어떤 문제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금 경상남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가지고 한 쪽은 희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검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무상급식 문제를 보편적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선별적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르게 보고 다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서로 다른 시각과 판단을 하나로 조율하고 통일하는 일이 정치인들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도 사람입니다. 개인적 감정과 판단기준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을 만들고 조례를 만들고 하지요. 법이나 조례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 가는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만들어야 합니다.

 

경상남도 의회에서 제정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에 반발하고 반대하는 도민들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 사회적 정치집단으로 매도하는 성명서를 경상남도 국장들이 배석한 가운데 도 공보관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지사가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지만 밥을 먹어야 공부도 합니다. 사람이 먹기위해서 사는 것인지 살기위해서 먹는 것인지 지금 먹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기준을 모두 혼돈하고 있습니다.

 

홍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정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좌파, 우파나 보수, 진보가 아닌 국가의 이익, 극민의 이익 즉 국익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사취임 2년3개월만에 1조4000억대에 이르던 경남도의 채무를 6000억대로 낮추었다”며 “재정점검단을 설치하여 진주의료원 폐업등 공기업구조조정, 세출구조조정, 국비확보를 통한 세입확대 추진, MRG사업 재구조화, 복지특감, 전시성사업 자제 등을 통해 긴축재정 정책을 편 결과 채무를 절반이하로 감축했다”고 밝혔습니다.

 

내가하면 로멘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

홍준표 지사는 자신이 주장하는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국익을 위해서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펼치는 정책들에 대한 가치와 기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도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서민들의 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제정적자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페쇄하고 복지특감을 명분으로 학교급식예산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서민자녀 교육지원예산으로 전용하는 문제에 대한 도민들이 납득하고 공감할만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도는 "학교 급식은 교육청의 고유 사무이며 무차별 무상 급식 중단 또한 교육감의 결정"이라며 "어린 아이들을 인질로 삼아 교육 현장을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불순한 의도를 방관해 학습권이 침해되고 아이들이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이 지속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비판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경남도가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어려운 서민 자녀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해 우리 사회의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고 희망의 사다리를 놓으려는 정책인데, 교육감이 이를 가로막겠다는 것은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인가"라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은 교육청의 고유사업이라고 책임을 교육청으로 전가하면서 경남도가 올해 무상급식 지원 예산으로 편성했던 643억원 전액을 일방적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으로 변경해서 경상남도가 주도적으로 교육청고유사업을 침해하고 간섭하는 이유를 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하면 로멘스고 남이하면 분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홍지사가 아이들 밥 그릇을 걷어 차고 미국으로 출장가서 주중에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즐겼다는 비난에 그가 하는 변병도 남이하면 불륜이고 자신이하면 로멘스라고 주장하는 것 같이 들리는 이유도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홍지사의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독재적 발상이거나 자기중심적 가치의 기준이 원인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