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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숲속 작은책방 이야기 (2)

by 장복산1 2015. 10. 8.

나는 내가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어떤 방법이건 내가 직접 확인하고 궁금증을 풀어야 하는 이상한 병이 있습니다. 송파 1st page에서 김병록·백창화 부부의 괴산 숲속 작은 책방 이야기를 듣고 괴산서 도대체 이들 부부가 어떻게 책을 파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물론 북 콘서트에서 사진을 보고 설명도 들었지만 궁금증이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나는 일요일 아침을 먹고 괴산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톨게이트에서도 30여km를 더 가야 미루마을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보입니다.

 

이름 : 미루마을

위치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128번지

가구수 : 57가구

 

숲속 작은 책방이 있는 괴산 미루마을은 인하대학교 동문들이 뭉쳐서 패시브 주택친환경 먹거리교육 공간이한데 모이는 에코 빌리지를 꿈꾸며 만들어 낸 마을이라고 합니다. 마을일구에 차를 세우고 우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마을풍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림으로 보던 남해 독일마을 같다는 생각도 들고 조용하고 이국적인풍경이 한가롭게 펼쳐집니다. 마을 중간쯤 지나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며 싱긋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군요. 엉겁결에 나도 같이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나도 이제 베비라협동조합 이사장직임기를 마치는 내후년이면 정확하게 칠순의 나이가 됩니다. 그러면 어디 조용한 시골마을에 정착해서 체소나 산나물도 기르고 집 뒤 안에는 밤나무하고 대추나무도 한 그루 심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과나무나 배나무는 몰라도 복숭아나무 정도는 한 그루 집안 어딘가에 심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여름이면 포도나무넝쿨을 올려서 그늘을 만들고 그늘 아래는 평상을 만들어 놓고 낮잠을 즐기는 꿈도 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금 전에 인사를 나누던 아저씨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마을 길녁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누구라도 마을을 찾는 사람에게 반갑게 맞이하는 일상적인 인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저씨가 얼마나 적적하고 사람이 그리워서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저렇게 반갑게 인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 이거는 내가 꿈꾸던 멋진 전원생활이 아니라 노후에 외딴 마을에서 적적하게 귀향사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도록 마을은 조용하고 느리게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마을회관 같은 큰 건물 뒷켠에 다다르자 사진에서 보던 낯익은 건물이 보입니다. 그냥 느낌으로 숲속 작은 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병록선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내가 송파 1st page라는 말이 떨어지자 아주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친절하게 2층 북 스테이 하는 장소부터 집안 속속을 안내받고 맛있는 쑥차까지 대접을 받았습니다.

 

괴산 숲속 작은 책방에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여기서 하루 밤을 묵으며 북 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듯 한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거실에서 책을 보며 쉬고 있었습니다. 김병록선생이 나에게 책방 여기저기를 안내하는 동안 부인 백창화사장님은 열심히 책 띠지작업을 하던 손을 멈추고 쑥 향이 가득한 쑥차를 끌이고 있습니다. 아래층과 2층이 온통 책으로 뒤덮인 느낌입니다. 심지어 2층으로 연결된 계단마저 책들이 가지런히 점령하고 있었지만 집안 어디도 전혀 어수선하다는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북스테이를 예약하면 이 방에서 하루밤을 묵으며 책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햇빛부억과 시점으로 태양광발전현황을 알리는 안내판입니다.>

 

마을 중간 중간에 지열을 끌어 올리는 시설과 태양열발전설비가 조화롭게 패시브 주택친환경 에코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숲속 작은 책방에 들리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장님이 책을 강매한다는 책방운영지침을 지난 북 콘서트에서 백창화사장님이 농담 삼아 이야기하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강매가 아니라도 괴산까지 와서 책 한권은 사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글이 너무 길다는 충고를 자주 듣는 터라 글쓰기 공부를 더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 홈스쿨"이라는 책을 하나 사 들고 책방을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괴산에 베비라전문점이 없어진 것이 못내 아쉬워 나는 괴산읍내 시장에 들려서 시장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괴산은 베비라전문점이 하나 있어야 할 시장규모였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아직 해가 남아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모 대리점에 들려서 사장님과 차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이번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제품안내 카다로그와 출산준비물안내 팸프릿, 그리고 공공구매제안 팜프릿을 제작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대리점사장님에게 출산준비물 팜프릿에 가격표시를 하는 것이 좋을지 하는 문제를 의논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대리점사장님 대답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출산준비물팸프릿 달라는 사람들도 없어요. 그리고 산부인과 같은데 갔다 놓아도 가지고 가는 사람들도 없구요." 모두가 부정적이고 지금은 경기가 어려워 어떻게 해도 장사가 안 된다는 회의적사고가 이미 이 대리점사장님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숲속 작은 책방사장님에게 누구도 책 띠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지만 숲속 작은 책방 사장님은 오늘도 열심히 책 띠지를 만들고 파지로 책을 담아 줄 봉투를 손수 만들고 있었습니다. 된다는 긍정적사고와 하겠다는 의지가 숲속에서 책을 팝니다.

 

그러나 우리 베비라전문점사장님들은 도시의 중심부에서 크고 넒은 점포를 차리고 고객들이 찾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단순히 요즘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유가 있군요. 요즘은 대형마트와 인터넷에서 워낙 싸게 팔기 때문에 전통시장이나 가두점에서 영업을 하는 전문점들은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도 합니다. 그러나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숲속에 책방을 차리고 책을 파는 김병록·백창화 부부가 노력하는 반만 우리가 노력해도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이런 긍정과 부정적 사고의 차이가 출발선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고 조합원들은 모두가 1인 기업 형식으로 사업하고 있습니다. 유통망이 대형화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살인적인 입점수수료부담도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협동조합은 "갑"과 "을"의 수직적조직도 아닙니다. 갑이 취하던 일방적인 본사마진도 협동조합은 줄일 수 있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나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들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지 모릅니다. 나의 이런 판단이나 생각들을 조합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