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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숲속 작은 책방 이야기

by 장복산1 2015. 10. 6.

서울 송파구 풍납동 505-8번지 골목에는 "1st page"라는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 풍납동에서 "함께 크는 우리 어린이도서관"운동을 같이 하던 아줌마들 8명이 모여서 만든 협업화카페라고 합니다. 그냥 편하게 마실가는 것 같이 저녁으로 모여서 수다도 떨고 각자 하고싶은 문화활동도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상문화카페라고 하며 강연회나 강좌도 하고 전시회도 자주 한다고 합니다.

 

지난 달 22일 저녁 7시에는 1st page에서 "일상문화카페 저녁 마실 프로그램"으로 충북 괴산 미루마을에서 "숲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얼마 전《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라는 책을 펴넨 김병록 백창화 저자를 초청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나는 송파사회적경제단체협이회에서 매월 세번쩨 수요일 아침에 진행하는 모임인 송파 아름다운가게 세수회에 참석했다가 초청을 받았습니다. 조금은 비좁은 느낌이 드는 공간인 1st page 카페에는 이미 마을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서 "북토크"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숲속 작은 책방에서는 어떻게 책을 파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이나 대형유통들 등살에 왠만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살아 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 그대로 모두가 "자영업자 수난시대"에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요.

 

베비라협동조합도 대리점들이 모여서 조합을 설립하고 치열한 경쟁과 어려운 경기속에서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영업을 해서 돈을 번다는 개념보다는 어떻게 하던 사업을 망하지 않고 버티느냐 하는 문제에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1st page는 좁은 공간을 활용해서 아기자기하게 각종 전시회도 하고 있더군요.>

 

우선 책에 대한 김병록·백창화 부부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걸 내려 놓고 내외간에 유럽으로 책마을탐방여행을 다녀 왔다고 합니다.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결국은 괴산에 숲속 작은 도서관을 생각하게 되었고 망서림 없이 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된 모양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일에 집착할 정도로 열심히 몰두하다 보면 자기도 생각하지 못하던 반짝이는 영감이 떠 오르고 특별한 능력도 생깁니다.

 

나는 김병록·백창화 부부의 설명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나도 30여년 전 내 인생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던 시절에 사업을 할 때는 내가 스스로 놀랄 정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떠 오르고 내가 예상하지도 못했던 영감들이 나를 이끌어 가는 것 같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생각해도 정말 대단했다는 기억입니다. 정확히 33년 전에 나는 진해에서 작은 소매점을 하면서 코미디언 배일집씨를 초청해서 고객잔치를 했습니다. 고객데이터수집이 목표였고 고객들에게 매월 영업안내 DM을 발송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타겟마케팅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유아복, 유아용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오직 젊은 세대들의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진해시민들을 고객잔치라는 명분으로 모아서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내면 추첨해서 경품을 주고 노래자랑도 하던 행사입니다. 그 때는 마케팅의 기본도 모르고 한 일들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확한 Target Marketing 이고 틈세공략인 Niche Marketing기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베비라협동조합을 책임지고 있으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핑게만 대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지 모릅니다. 김병록·백창화 부부는 유동인구라고는 단 한명도 없는 괴산미루마을 책방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형서점들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가격과 조건으로 인터넷판매를 하고 왠만한 도시의 중형서점들도 서점운영이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시대에 괴산미루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한답니다.

 

우선 일반서점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특별한 책들도 숲속 작은책방에는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그림이 튀어 나오는 팝업북도 있고, 터널같이 책을 펼치고 드려다보면 베리사유궁전이 보이는 터널북도 있습니다. 와인병의 병마게인 코르크를 만국기같이 연결해서 스토리를 엮어넨 아주 특이한 책도 있더군요. 그러나 이런 특별한 책 몇 권으로 고객들을 괴산미루마을까지 불러드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김병록·백창화 부부는 북스테이라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고 합니다. 나는 그냥 영감이 떠 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창화 사장님은 이렇게 정성스럽게 손수 책의 내용을 간추리거나 추천글을 손글씨로 띠지에 적어서 책마다 띠지를 둘러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파지로 직접 책을 담아줄 봉투도 만들어 책을 담아 주었답니다. 이들 부부는 책을 팔면서 부부의 정성을 같이 팔았습니다. 북스테이는 주말에 가족단위로 괴산미루마을 숲속책방에서 같이 묵으며 아이들에게 책과 가까워지는 훈련과 힐링을 하는 프로그램이랍니다. 지금은 두 세달을 기다려야 북스테이를 예약할 수 있을 정도로 북스테이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다급해지면 쥐가 고양이를 물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나는 1973년 9월 26일 카메라도 없이 진해역 옆에서 용감하게 사진관을 개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연탄 난로를 피워 놓고 3일을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이치지요. 나는 골방같이 작은 홀에서 3일을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내가 여기 아무리 않아서 손님을 기다려도 손님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한 결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손님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 올랐습니다.

 

아기들이 자라는 과정을 한 달에 한 번씩 집으로 방문해서 촬영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시대라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마구 사진을 찍어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1973년은 24컷짜리 필름을 카메라에 장전하고 다 찍어야 현상하고 인화를 하던 시절입니다. 매월 24컷을 모두 찍고 필름을 카메라에서 빼고 인화를 한다는 것 자제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던 시절입니다. 필름 한 롤을 카메라에 넣고 일년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내가 영업으로 하면 하루만에 필름 한 롤을 모두 찍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필모임(카페라 필름을 합성 ㅋㅋ)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어린아기들이 자라는 과정을 매월 사진으로 찍어서 기록하고 싶은 엄마들을 회원으로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나를 믿어줄 것인가? 하는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으로 승부를 하자는생각으로 필름 한 컷가격에 인화(DP) 한 장가격을 더한 금액만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진심으로 성심을 다해서 일년만 신용을 지킨다면 그 아기의 백일사진과 돌사진은 내가 정당한 이익을 취하며 촬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는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불가라는 생각입니다.   

 

북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간단한 퀴즈를 내고 답하는 청중들에게 책 저자인 김병록 선생이 손수 만들었다는 나무로 만든 작은 소품들을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트크쇼가 끝나고 1st page 에 "내인생의 책꽃이"를 선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책꽃이는 김병록 선생이 누구나 평생에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책을 별도로 보관할 책꽃이를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서 선물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이 부부의 정성이 넘치게 담겨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40여년 전에 진해에서 하던 일들을 지금은 이들 부부가 괴산에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괴산미루마을을 꼭 한 번 직접 가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파는 정성과 숨소리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지금 베비라협동조합과 거래를 하며 이사장인 나에게 어떤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 50여개가 넘는 전문점사장님들에게 나는 그저 요즘은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하고 있을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김병록·백창화 부부는 시베리아에 가서 선풍기도 팔 수 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도 기필코 재기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의식과 의무감이 항상 나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분명히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믿고 있습니다.  

 

[관련글] 베비라 29년의 자서전.~ ---> http://blog.daum.net/iidel/16078228

          새로운 마케팅기법 카데고리킬러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iidel/16078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