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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내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

by 장복산1 2015. 8. 30.

한국인 평균수명이 81세라고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인 평규수명에서 내 나이를 빼고 나니 12년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이 두려워서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내가 내 인생의 끝자락에 올 때까지 세상을 살면서 과연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생각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내가 참여하는 경남블로거공동체모임에서 김주완 회장이 우리 주변에서 퇴직후 노후생활을 즐기는 인사들을 초청해서 블로거 간담회를 개최해 보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 첮번째 행사로 지난 6월 25일은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박종권 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진행한 일이 있습니다. 박의장은 잘 나가는 은행의 지점장까지 승진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환경운동을 시작해서 퇴직 후에도 부인과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환경은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의장은 그럴만한 제정적 여유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럴만한 제정적 여유가 없어서 당장 노후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고 행복의 절대적 가치기준은 아닐지 모릅니다.

 

노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행복한 경우입니다. 더구나 박의장이 어떤 사연이건 부부가  좋아 하는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평균으로 판단하는 기준에서 매우 행복한 노후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퇴직조차 없는 자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일생을 살아 왔습니다.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모여서 설립한 베비라협동조합 일을 한다고 3년이 넘게 서울와서 아내와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당장은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노후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도 막연하게 세상을 살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노후생활을 즐기는 퇴직자 초청 간담회" 에 초청한 인사가 나와 비슷한 나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루 하루가 조급한 마음으로 생활한지가 두 달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나도 10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내 주변을 정리하고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의 끝자락에 와서 서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살기가 바빠서 바둥대던 생각만 납니다. 아침에 아파트앞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던 운동도 할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 아마 평균수명보다 며칠은 더 삶을 연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들 딸들이 사다 주는 건강식품도 열심히 먹어 보았지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건강식품을 열심히 먹고 아침마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 아마 내가 얼마정도는 더 수명을 연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에서 내가 몇년을 더 산다고 해도 10여년 만에 내가 할수 있는 일들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 뻔하다는 생각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인간은 맹목적인 생명의 의지에 이끌려 불행하고 비참한 삶을 영위하게 되는데 자아의 속박에서 벗어나 생명에의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우리는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내가 지금 염세주의에 심취했거나 우울증 초기증상은 아닙니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경남블로거공동체 2차 간담회는 729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이인식 선생을 초청해 이인식과 함께하는 보람있는 노후생활을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일정이 맞지 않아서 2차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도 지냈고 경남지역 환경운동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인식(62) 선생은 5년 전 돌연 교직에서 명예퇴직 후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 유어면 세진 마을로 들어가 환경운동과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귀촌이긴 한데 농사 지으러 들어간 것은 아니니 귀농은 아닙니다. 그런 그가 귀농 또는 귀촌 하려는 도시사람에게 5년간 경험에서 묻어나는 깨알 팁을 털어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창녕으로 귀촌해서 행복한 노후생활을 한다는 이인식 선생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도 문득 어딘가 조용한 시골마을이나 산속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농촌은 남들과 당당하게 겨루며 도시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는 페배자의 도피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귀촌이라는 문제도 그만 자신이 없고 마음만 조급해 집니다. 과일나무를 한 그루 심어도 3년은 지나야 열매가 달리고 수확을 합니다. 이제 남아있는 12년은 나에게 너무 촉박할 것 같은 생각이 다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어느 세월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텃밭에 체소를 가꾸며 뒷뜰에는 대추나무, 밤나무를 심고 수확을 할 것인지 이제는 나에게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그냥 막막하기만 합니다. 마당에는 잔디도 심었으면 좋겠지만 나에게는 이제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오늘도 나는 내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 어리석게도 이미 늦어버린 내 인생의 내일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나는 내일을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인생을 내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괜시리 마음만 조급해지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 무릅이 아프고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침침해 지면서 끈적거리는 눈물이 눈을 가리고,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귀에다 손을 대고 들으면서 이제는 내가 늙었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