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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추석에 읽은 책 [싸울 기회]

by 장복산1 2015. 10. 3.

나는 "싸울기회 (The Fighting Chance)"라는 책을 전신에 소름끼칠 정도의 전율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지난 2007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시작된 연쇄적인 미국의 경제위기를 말합니다. "싸울기회"는 이와 같은 미국의 경제위기속에 하버드법대 파산법 전문교수인 엘리자베스 워런이 약탈적금융계와 정계의 부패에  저항하며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이 설립되는데 중추적 역활을 했던 과정을 자신의 자서전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우선 한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한 여성이 정열적으로 불의에 분노하며 쉼없이 저항하고 침묵하지 않는 모습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며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2007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며 소름이 돋는 느낌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진 상태에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영업자들의 수난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해서 무너진 유통망을 복원하는 작업인 신규대리점개설을 해 보겠다고 대한민국 전국방방곡곡을 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도 활기를 느끼지 못합니다. 한숨소리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전국이 폭풍전야의 고요함같은 침묵만 흐르고 있습니다.

 

나라에서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년희망펀드"에 솔선수범해서 기입하며 청년들의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꼬일대로 꼬인 총체적 경제위기가 단지 청년들의 일자리문제로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낮고 영세상인은 한숨만 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도 합니다. 어이없는 정신나간 뻘짓들을 하고 있습니다.

 

                                      < 인터넷 자료사진>

"싸울기회" 145쪽에 있는 내용입니다. <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초저녁 금융위기라는 폭풍이 전국을 강타해서 그날 이후로 바람은 매일같이 거새졌다. 하루가 바뀔 때마다 또 어떤 잔해가 밀려올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IMF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1997년 12월 3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의 금융가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던 시스템이 무너지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이 자영업자수난시대에 살고 있는 문제나 대한민국 청년들이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기며 전체 실업률의 5배에 달할 정도로 청년고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우리나라 유통구조의 변화로 대형유통이나 온라인 유통이 출현하면서 전통시장이나 가두상권이 몰락하는 시대적변화로 진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청년실업을 인금피크제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아 경제위기를 단순한 일자리문제로만 진단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싸울기회"를 읽으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건물을 보수하는 정비원이고 어머니는 전화교환원였던 미국의 평범한 맛벌이 가정에서 태어나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엘리자베스 워런이 지금은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매사추세츠 주 연방상원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터넷 자료사진>

 

엘리자베스 워런의 도전

엘리자베스 워런이 평범한 하버드법대 파산법 전문교수에서 미국의 약탈적금융기업에 분노하며 싸움을 시작하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맞벌이의 함정」 「맞벌이부부의 경제학」같은 10여권의 책을 쓰면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워런은 파산법을 강의하면서 수 많은 미국인들이 파산하는 과정과 사연들을 접하며 미국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파악하고 알게됩니다.

 

워런은 그의 딸인 어밀리아와 공동으로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책을 쓰게된 동기를 밝히면서 2001년 미국에서 제정적으로 붕괴된 가족의 숫자는 충격적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보다 파산을 겪은 아이가 더 많아졌고, 대학을 졸업하는 여자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여자가 더 많아졌으며, 암 진단을 받은 사람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연구과정에거 발견합니다. 

 

이제 미국에서 파산은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덮치고 있었고 튼튼한 중산층 엄마와 아빠 둘다 전일근무하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가족들에게까지 파산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워런은 사람들이 왜 파산했는지 묻는 대신, 이번에는 다른 의문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체 미국은 뭐가 잘못된 걸까? 어떻게 이렇게 많은 미국인이 곤경에 처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자식이 있다는 게 왜 한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걸까? 그리고 1971년의 중산층 가족과 2001년 중산층 가족을 비교했습니다. 30년이란 시간, 한 세대가 교체되는 그 시간에 중산층이 엉망이 되는 과정을 비교분석하면서 「맞벌이의 함정」을 찾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불기 시작하는 파산바람

나는 가끔 누가 빛에 쪼들리다가 야간도주를 하고 폐가망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파산이나 개인회생이라는 용어는 아직도 생소하고 익숙하지 못한 용어로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서초동 법원주변이나 온라인광고에는 이미 개인파산을 신청하라는 광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실제 나는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들이 회사와 거래에서 발생했던 채무문제와 부동산담보권을 해지하는 문제로 전국의 법원을 드나들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가계채무 문제가 도를 넘어 아주 심각한 단계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법원마다 케피탈이나 은행에서 의뢰한 변호사들의 가계채무변제소송과 압류신청이 집단으로 줄을 서면서 개인소송사건은 차례를 기다리기도 힘겨운 실정이 현실입니다. 법원마다 경매공고가 넘쳐나고 개인파산이나 회생신청을 하는 공고문들이 산더미같이 쌓이는 것으로 보아 이제는 마치 미국에서 2001년에 제정적으로 붕괘된 가족의 충격적인 숫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암 진단을 받는 사람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지 모릅니다. 무엇이 어렇게 많은 대한민국의 가정들을 파산으로 몰고 갈까요?

 

 

바보야 문제는 부동산이야

내 아내는 지금도 내가 장사가 잘 되고 소비가 미덕이라고 하던 1980년대에 돈을 벌어서 부동산에 투자할줄 모르고 항상 새로운영역에 도전한다고 뻘짓만하던 나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그 때는 그랬습니다. 은행대출이나 빛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사면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오르며 부자가되는 사람들을 수 없이 보면서도 나는 그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내가 스스로 똑똑한줄 알고 살아 온 세상이 땅집고 헤엄치는 식의 부동산재테크도 할줄 모르는 바보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지금도 나는 아파트분얀권의 순위를 결정한다는 청약통장에 가입했지만 내 상상을 초월하는 아파트값 시세에 눌려 모델하우스도 한 번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들이 온통 전국도로변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아파트분양광고 현수막은 불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 불법광고물단속도 하지 않습니다. 온 국민이 아파트분양에 정신이 팔려있고 정부는 부동산경기가 무너지면 대한민국경제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계속 폭탄돌리기놀이를 하며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주식핵심강의를 하는 어느 블로그에 있는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재앙"( http://goingup.tistory.com/244)이라는 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이미 163%를 넘어 미국 113%, 스페인 130%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 비금융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230%로 매우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에서 추정한 아파트 전세 전체 시가총액 907.8조 원을 적용하면 전체 가계부채는 2,000조원, 여기에 단독/다가구/빌라/오피스텔 전세시가총액 300조, 합이 대략 1,200조가 된다."

 

깡통 아파트에서 은행이자만 내야 하는 국민들 

위에서 계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총가계부채는 가계신용부채 1,060조원에 전월세보증금 추정액 1,200조원을 더해서 전월세대출금 130조원을 빼면 총가계부채는 2,130조원이됩니다. 이 기준은 2011년 긴준인데 현재2015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총 2,30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아파트값이 한도 끝도 없이 천정부지로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긴 아직도 1년새 3억 뛴 '마곡지구'··· "지금 살만한가요?" 하는 신문기사도 있군요.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모두가 지고있는 것으로 예상하는 총가계부채 2,300조원에 대한 은행이자를 계산해 보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물론 내가 진 빛이 아니고 내가 갚아야 할 빛도 아닙니다. 그러나 전국민이 한달내내 일해서 번 돈으로 2,300조원의 이자를 은행에 지불하고 나면 쓸 돈이 없어진다는 문제가 나같은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돈이 돌지않습니다. 대한민국 가정마다 부동산가격은 절대 내리지 않고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스스로 감당하기 조차 어려운 2억, 3억이 넘는 은행대출금을 안고 구입한 깡통아파트에서 살면서 은행이자로 월급의 반을 넘게 매월지출해야 합니다.

 

학수고대하던 아파트값 상승이 어느 시점에 멈추고 버블이 꺼지는 날 우리는 "싸울기회" 145쪽에 있는 내용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초저녁 금융위기라는 폭풍이 전국을 강타해서 그날 이후로 바람은 매일같이 거새졌다. 하루가 바뀔 때마다 또 어떤 잔해가 밀려올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이란 최고급 다음가는, 최우대 대출 금리보다 낮은’을 의미하며 모기지(Mortgage)는 주택담보대출 이라는 뜻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신청하는 법원경매물건들이 쏱아지는 날 부동산을 살 사람도, 돈도 없을 때는 IMF 경제위기 때 보다 더 엄중한 경제적 현실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정권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들을 뻔히 알면서 내가 집권하는 동안에는 절대 폭탄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폭탄돌리기 놀음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문제의 핵심은"청년희망펀드" 니 "코리아불랙프라이데이"같은 뻘짓들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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