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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부채탕감하는 주빌리은행

by 장복산1 2015. 12. 1.

제6회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에서 준비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진행된 두 번쩨 섹션에서는 김성천 교수의 사회로 "Rolling Jubilee.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각국의 지자체에서 실질적으로 금융피해자들의 구제업무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느끼고 경험한 체험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은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가, 일본은 아키타시 시민상담센터 고마다 쥰코 상담원이, 대만은 대만법률부조기금회 許幼林변호사가 대만의 사례를 보고하고 발표했습니다.

 

나는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가 발표하는 아주 특별한 은행인 주빌리은행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깊게 들었습니다. 주빌리은행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에서 진행해 온 빚탕감 프로젝트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자져와서 성남시에서 설립한 빚탕감을 목적으로 하는 은행이라고 합니다. 

 

롤링주빌리 프로젝트는 미국의 유명한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  (OWS·Occupy Wall Street)가 2012년 11월부터 시민들 성금을 모아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소각하는 빚탕감운동이라고 합니다. 주빌리은행은 롤링주빌리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은행을 성남시장을 은행장으로 설립했다는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영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나 영리추구가 도를 넘어 누군가의 일상을 파괴하며 약탈적 방법으로 이루어낸 결과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은행헤서 돈을 빌려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은행은 그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 버립니다.

 

은행에서 대부업체로 또는 큰 규모의 대부업체에서 작은 규모의 대부업체로 헐값에 팔리는 채권들은 원금의 1~10% 에 팔리고 있답니다.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인 대부업체는 원금뿐만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해서 받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약탈적금융의 본질인지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채무자들은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추심과정을 거치게되고 추심에 못 이긴 채무자들은 다른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며 점점 빚의 굴레에 빠저들거나 심지어는 자살을 감행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본에서 고금리 금융업자인 야미금융(사체)의 폭력적, 협박적 추심과의 투쟁을 한 우츠노미야 켄지 변호사의 보고는 간담이 서늘합니다.

 

야미금융의 협박행위는 피해자 구재를 담당한 변호사나 사법서사에 대해서도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딸을 납치 해서 죽인다.>고 위협당한 사법서사도 있고 개나 고양이의 머리가 날라 들어 오거나 부탁도 안했는데 10인분이 스시(초밥)나 피자가 배달되기도 하고 허위로 통보를 하여 소방차나 경찰차가 출동하여 온 변호사사무소도 있다고 합니다. 이정도라면 채권추심행태는 거의 무법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야미금융의 대부분은 폭력단의 자금원으로 되어 있었으며 야미금융이 급증하던 시기에 야미금융의 피해자가 필사적 생각으로 경찰에 시고하고 상담하면 경찰은 금전의 대부대차는 민사적인 문제라 민사문제에는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상담을 받아주지도 않았다느느군요. 이런 현상은 지금 한국에서 시작되는 것 갔습니다.

 

우리나라도 2014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개정공포되기 전에는 '못 받는 돈 받아 드립니다.'하는 현수막을 걸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와 협박으로 채권을 추심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이 난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군요.

 

 

 

'폭력집단인 야미금융과 투쟁하면서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츠노미야 켄지 변호사의 답변이 정말 통쾌했습니다. 막가파식 푹력집단도 변호사가 고발을 하니까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와서 협상을 하더라고 합니다. 법률전문가가 고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압력이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전문가 집단이 희생적으로 앞장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주빌리은행이 채무자들에게 "7%만 갚으세요"하는 슬로건에 관심이 가서 발표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시민들의 성금으로 부실채권이나 악성채권을 인수해서 소각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연 시민들의 성금으로 얼마나 지속가능한 일 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성금으로 채무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의 채권을 매입해서 소각하는 1회성 단순행사로 주빌리은행의 지속가능한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빌리은행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채무자들로부터 회수하는 7%를 기반으로 주빌리은행의 지속적운영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발표자인 제윤경 대표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주빌리은행으로 거대한 채권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빌리은행은 단순히 이와 같은 약탈적금융과 채권시장에 대한 경고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운동(Movement)으로 끝나야 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만큼 채권시장의 문제는 이제 자분주의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