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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다중채무자들이 빚으로 사는세상

by 장복산1 2015. 11. 30.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항상 자기 주변에서 맴도는 이야기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 으로 착각하고 살다가 가지요. 제벌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다중채무자들이 빚으로 사는 세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빚으로 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도 제벌가 집안의 삶을 직접 경험이나 체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서로 그냥 드라마나 뉴스에서 보는 간접체험일 뿐 입니다.

 

나는 이번에 (주)베비라가 부도나고 파산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보지도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던 또 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멀쩡하던 회사가 M&A 전문가들이 경영에 개입하면서 부도나고 파산하는 과정에 회사 대리점을 하던 대리점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경우였습니다.

 

지난 27일과 28일 양일 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는 "제6회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금융피해자라는 용어 자체가 흔하지 않은 용어라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용어조차 익숙하지 못한 "금융채무피해대책연구회"가 주최하는 국제행사에 참가한 사연이 있습니다.

 

아내가 대리점을 운영하던 (주)베비라가 M&A 하는 사람들이 경영에 개입하면서 회사를 몇번이나 합병하고 분할하며 제주를 부리다 (주)올아이원으로 회사 이름까지 바꾸더니 결국은 회사를 부도내서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아내 같은 대리점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도 대리점이 지고있던 상거래채무를 해결하는 문제나 본사에 제공했던 담보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는 전국을 돌면서 대리점 대표들을 만나 세를 규합해서 전국대리점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올아이원 파산재단을 찾아가 파산관재인이었던 김관기 변호사를 면담하면서 맺어진 인연으로 파산전문변호사인 김관기 변호사를 알게됩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금융피해자 모임은 "금융채무피해대책연구회"와 다음카페에서 2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한국금융피해자협회라는 모임도 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활동하는 금융피해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교류하는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도 벌써 여섯번쩨라고 합니다.

 

나는 얼마 전에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의 자사전인 "싸울 기회"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관련글> 추석에 읽은 책 [싸울 기회] | 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http://blog.daum.net/iidel/16078762 ] 워런도 평범한 법률가였습니다. 워런은 금융피해자들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격게되는 자본주의사회의 피할 수 없는 병페라고 할 수 있는 약탈적금융에 항거하며 싸우게 됩니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같이 지금 한국에서는 파산전문변호사인 김관기 변호사가 금융피해자들의 힘을 모아서 약탈적금융에 항거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일본과 대만에서 할동하는 변호사들도 만나서 교류하며 사회적 약자들인 금융피해자들을 제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과 법률적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금융의 힘이 커 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대한민국도 온 국민들이 빚더미에서 살고 있습니다. 내가 자라던 시절만 해도 흔히 "대추나무에 연걸리듯 빚더미에서 살고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같이 이렇게 큰 규모의 빚은 아니었습니다. 배가고파서 끼니를 때우려고 이웃집에서 빌린 쌀 한 되박 빚이거나 장례빚이라는 빚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군사쿠테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부가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농어촌 고리체를 탕감해 준다고 하면서 년리 20%로 농어촌고리체를 정리했다는 참 제미있는 빚에 대한 자료도 있군요.

[혁명 10일만인 1961년 5월 25일 혁명정부에서는 그 첫째 과업으로 농어촌이 과중한 사체에 시달리는 것을 구제하기 위하여 농업은행으로 하여금 전국 630만의 농가를 대상으로 출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호당 66천환의 평균고리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1961년 6월 10일 전문18조로 된 농어촌고리체 정리령을 공고하여 년간 20%가 넘는 채권채무를 고리채로 규정하고 동년 8월 5일부터 각 채무자들로부터 고리채 자진신고를 받아 70%에 해당하는 811000여 건에 98억 4천 9백만 환이 신고되 1년 거치 5년 분활상환 년리 20%로 상환토록 조치하였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1,130조의 규모로 대책없이 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전 국민이 벌어서 매달 금융회사에 바치는 이자의 규모는 년리 20%가 아니라 5%만 계산해도 그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6회 동아시아 금융피해자교류회에서 김관기변호사가 대한민국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나도 이미 보도를 통해서 알고있던 내용입니다. 2014년 2월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송파 세 모녀자살사건을 이야기하는 대목에는 가슴이 먹먹 합니다. 수억원대의 아파트를 두고도 빚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청부살인도 하는 세상입니다.

 

이와 같은 빚에 대한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지나친 부의편중현상으로 돈이돈을 버는 세상인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병페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미국의 모기지론 사태로 미국에서 벌어진 약탈적금융에 항거하며 싸울기회에 싸움을 시작한 엘리자베스워런 의원은 차기 미국대통령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습니다. 일본도 이미 연체자 중 46%가 무직 혹은 비정규직 고용자라고 합니다. 대만은 수입지출에 대한 상대적평가로 상대적 빈곤층은 사회적배제를 당한다고 합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싸울기회에 싸워야 합니다. 인간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 사고로 세상을 판단하고 살아가도록 조물주가 이미 인간의 본성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자산인 노동을 통해서 창출한 부가가치를 가장 민주적 방식으로 분배한다는 자본주의 이론은 이미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자본이 중심에 서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지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구호는 그냥 구호일 뿐입니다. 자본으로부터 평등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고 약탈적금융에 피해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내년에 다시 일본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동아시아지역에서도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싸움은 이미 시작된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