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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2,000원이 비싼 콩나물국밥집 이야기

by 장복산1 2016. 1. 24.

베비라협동조합 옆에는 좀 오래된 전주해장국집이 하나 있습니다. 뼈대귀 해장국도 하고 북어국도 메뉴에 있습니다. 감자탕도 별도 메뉴로 간판에 걸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입니다. 가끔 정읍베비라 박중원 이사가 조합에서 시즌의류를 분배하거나 바쁜 일이 있을 때는 조합에 올라 와서 일을 거들어 주다가 정읍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묵게되면 나하고 아침식사를 하던 식당입니다.

 

식당을 개업한지 좀 오래된 것 같지만 그래도 항상 내부도 깨끗해보이고 전주콩나물국밥 한 그릇 가격이 4,000원이라 별로 부담없이 아침식사를 하던 곳입니다.

 

예전에 베비라 전주물류창고에서 이월상품을 발췌하는 행사가 있을 때는 남들보다 늦지 않게 도착해야 좋은 물건들을 발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해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전주에 도착하면 전주 시장골목에 있는 어느 전주콩나물국밥집에서 아주 맛 있게 전주콩나물국밥을 먹던 생각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전주 물류창고에 있는 제품들을 전문점협의회에서 인수해서 분배작업을 할 때도 나는 전주시내 모텔에서 보름넘게 묵으며 분배작업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 때도 아침에는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전주콩나물국밥집을 찾아서 아침식사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거여동 전주해장국집에서 정읍 박중원이사와 아침을 먹을 때 이상하게 박이사가 콩나물을 걷어 내면서 불평을 하는 것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콩나물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요즘 며칠 나는 출퇴근시간과 경비라도 얼마간 절약해 보려는 생각으로 조합사무실에서 기거하면서 아침식사를 24시간 영업하는 전주해장국집에서 콩나물국밥으로 해결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합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인건비라도 줄이는 방법을 찾아서 디자인실장이 독립해서 제품을 생산해 조합에 납품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일거리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근무시간 외에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젔습니다. 한 시간넘게 운전해서 퇴근하면 잠자기 바쁘고 아침에는 출근준비도 바쁩니다.

 

정읍 박이사하고 아침에 콩나물국밥을 먹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괜시리 콩나물을 걷어 내고 불평하는 박이사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아침에 혼자서 콩나물국밥을 먹으려니 왠지 입안이 칼칼하고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주변을 돌면서 24시간 영업하는 식당들을 찾아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24시 김밥집도 있고 전주콩나물국밥집도 있습니다.

 

 

외형이나 내부시설로 보아 새로 개업한지가 얼마 안 되는 식당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김밥보다는 콩나물국밥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주콩나물국밥집을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국밥 한 그릇에 6,000원이나 받고 있더군요. 전주해장국집 보다 2,000원이 비싼 전주콩나물국밥집 입니다. 그래도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콩나물국밥을 시켰습니다.

 

 

전주콩나물국밥집에서 밥상을 받고야 생각이 났습니다. 박중원 이사가 전주해장국집에서 항상 불평을 하면서 콩나물을 걷어 내고 식사를 하던 생각도 나고 전주에 있던 전주콩나물국밥집에서 항상 따라 나오던 반숙계란도 생각이 납니다. 이 식당의 콩나물국밥에는 콩나물이 작습니다. 먹어보니 콩나물 맛이 확실히 다릅니다. 박중원 이사가 불평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읍 박이사는 전주가 가까워서 전주콩나물국밥을 제대로 알았고 나는 그렇게 여러번 콩나물국밥을 먹어 보았지만 콩나물국밥을 대충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매일 아침마다 싸우나 갔다가 자연스럽게 2,000원이 더 비싼 전주콩나물국밥집으로 발걸음이 갑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이야기와는 좀 다른 뉴앙스가 풍기는 맛과 분위기의 차이에 나는 2,000원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전체적인 상차림의 분위기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분명하게 다른 것은 반숙계란이 하나 더 나오는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전주해장국집에서는 왜? 반숙계란을 안 주고 항상 콩나물을 그렇게 크게 자란 것으로 국을 끌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계란 2개로 원가절감을 해서 다른 식당들보다 2,000원싸게 판다는 것이 전략상 유리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습니다. 차라리 제대로 된 콩나물국밥을 내어 놓고 2,000원을 더 받는 것이 올바른 마케팅 전략이라는 생각입니다. 갑자기 베비라 전문점들 모습이 머리에 오버렙 됩니다. 과연 베비라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전문점의 모습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베비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에 대한 고객들 평가는 어떨까? 하는 생각들이 뒤 엉키면서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어쩌면 우리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전문점들의 모습이 마치 전주해장국집 같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냥 생각없이 판매가격을 낮추어야 판매에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전주해장국집이 슬쩍 빼어 버린 반숙계란을 우리도 슬그머니 빼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객들은 아주 작은 차이도 민감하게 받아드리고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 버렸다는 느낌입니다. "우리아기를 키우는 정성으로!" 제품을 만들어 "거품 뺀 착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다짐들이 그냥 적당주의에 매몰되어 구호로 끝나고 만다면 우리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팔아먹는 장사꾼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고객들이 받아 드릴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주해장국집과 전주콩나물국밥집의 차이는 여기도 있었습니다. 깔끔한 메뉴판에 "모든메뉴 포장됩니다." 하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콩나물국밥 맛있게 드시려면" 하는 안내문을 탁자마다 모서리에 붙여 놓았습니다. 나는 분명하게 이 식당은 다른 식당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차별화작업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전주해장국집은 식당의 주인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식당이고 전주콩나물국밥집은 체인으로 운영하는 식당일지는 모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런 스티커나 안내문을 제작하는 경비를 단독으로 제작하는 것과 체인업체라면 여러장을 같이 제작하는 경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정도 경비 차이때문에 2,000원이 비싼 콩나물국밥집으로 내가 아침을 먹으로 가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스티커정도는 큰 문제 없이 공동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 전에 송림베비라에서 광고비를 좀 투자해서 출산준비물 안내 네온간판을 제작해 매장앞에 설치를 했더니 매상이 조금 더 오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네온 간판을 조합에서 공동제작하면 다소 얼마라도 제작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바쁘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어쩌면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이고 모여서 매장분위기를 형성하고 브랜드가치를 높이면서 2,000원 정도를 더 받아도 고객은 만족하게 생각하면서 거래를 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도 모두가 고객을 위해서 아침 일찍 계란반숙을 준비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자세로 매장을 정리정돈하고 작은 안내문구 스티커라도 제작해서 붙이고 하는 노력을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경기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차피 우리가 영업을 계속해야 한다며 우중충한 매장에서 계란반숙을 슬그머니 빼고 조금 싸게 판다고 해서 속아 넘어갈 어리숙한 고객들은 지금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