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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삼성웨이(이건희경영학)을 읽고

by 장복산1 2016. 1. 3.

삼성웨이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민주화, 글로벌화,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페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삼성의 신경영을 선언하고 기업의 대대적인 변신을 주도하던 시기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라."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던 시기에 삼성컴퓨터 진해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삼성전자 영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삼성이 신경영을 선언하고 변화를 주도하던 시대의 한 자리에 서 있었는지 모릅니다.

 

국내에 16비트 퍼서널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면서 삼성전자가 가전사업부와 C&C 사업부로 나뉘어 각각 다른 대리점을 개설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나는 삼성전자 C&C사업부 경상남도 대리점들을 대표해서 삼성전자의 영업자문위원회 멤버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영업자문회의는 각 부문별 CEO들이 모두 참석해서 수안보, 경주, 제주로 장소를 오가며 회의를 진행하고 교육하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항상 멀리 진해서 왔다는 사유나 나이가 좀 더 들었다는 이유로 식당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거나 하는 경우는 자리를 양보받는 특별대우(?)를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지금와서 삼성웨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내가 체감하던 느낌이나 감정은 기업의 오너가 느끼던 절박함과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삼성전자 영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시기가 1996년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였습니다.

 

삼성이 신경영을 선언하고 3년이 지났지만 그 때 까지도 일선 영업점에는 기업의 혁신적변화를 요구하는 기업오너의 의지가 제대로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표현하면 삼성에서 반도체로 돈을 많이 벌어서 대리점사장들을 호텔로 불러서 대접하고 교육을 시키는 정도로 받아 드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책의 89쪽에서 이야기하는 불량제품화형식은 매우 흥미있게 읽은 대목입니다. "삼성은 1995년 추석선물로 임직원들에게 2,000대 가량의 무선전화기를 배포했다. 그런데 제품을 사용한 일부 임직원들 입에서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불만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고,  

그 것이 회장에게 보고되었다.

 

이회장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아직도 전화기 품질이 그모양인가, 고객이 두렵지 않나, 돈 받고 불량품을 팔다니..."라며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태워 없에 버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무선전화기가 가정용 무선전화기인지 휴대폰이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 시기에 삼성에서 출시한 SH-200 핸드폰을 우리 매장에서도 판매하던 기억이 납니다. 차량에는 부스터라는 전파증폭장치를 달고 높은 안테나까지 달아야 차량이 움직이는 과정에도 이상 없이 전화통화가 가능하던 시기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과 20여년전의 기억들이 주마등같이 떠 오르면서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마는 세상일지 모릅니다. 제품의 라이프싸이클도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정치적 판단기준마저 세대별 구분을 더욱 세분화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나로그 세대와 디지털세대를 구분하던 경계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일본에는 ‘도요타 웨이’가 있고 미국에는 ‘GE 웨이’ 가 있다고 합니다. 1938년 창업 이후, 국내 최고기업, 글로벌 일류기업의 자리에 오른 삼성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세계가 주목할 만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왔습니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세계 최대의 전자/IT기업이 되었고, 메모리반도체와 디지털 TV, 휴대폰 등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제품만 해도 26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제 한국에는 Samsung Way가 있습니다. 《SAMSUNG WAY삼성 웨이》(송재용ㆍ이경묵 지음, 21세기북스 펴냄)는 삼성식 경영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책이자 오랜 시간 경영학자의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해온 학술적 연구의 성과물이 었습니다.

 

 

나는 1996년 삼성전자 영업자문회의에 참여하면서 삼성전자에서 진행했던 고객 서비스정신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기억을 합니다. 부부가 함께 서울 신라호텔과 제주 신라호텔에 하루밤씩 묵으면서 호텔서비스를 체험하고 평가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나는 그냥 회사에서 제공하는 특급호텔에서 부부가 하루밤을 즐기며 놀았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이제 와서 삼성웨이라는 책을 읽으며 느끼는 느낌은 그 때 기업의 오너가 느끼는 절박한 감정이나 느낌들이 우리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저자들이 특히 삼성 경쟁력의 원천으로 주목한 것은 ‘패러독스(Paradox) 경영’입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와 저원가,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 규모의 경제와 빠른 속도 등과 같이 얼핏 보면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들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을 의미합니다. 20세기 후반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기업이 차별화와 저원가라는 복수의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택하면 그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stuck-in-the-middle)’에 빠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식기반경제 시대, 컨버전스 시대, 글로벌 초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하나의 경쟁우위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힘들다고 합니다. 기업은 상충되는 복수의 경쟁우위를 동시에 추구해야 글로벌 선도기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삼성은 소유경영자의 과감하고도 신속한 의사결정과 비전ㆍ통찰 리더십, 전문경영자와의 적절한 역할 분담, 도전적 목표 설정과 위기의식 공유, IT기반의 프로세스 혁신 등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놀라운 성과를 올렸습니다.

 

저자들은 삼성 웨이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 경영의 3대 패러독스,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스피디함’ ‘다각화, 수직적 계열화와 전문화의 조화’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요소의 조화’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 특유의 경영시스템과 경쟁적 협력시스템에 기반한 스피드 창출역량, 복합화 시너지역량, 진화적 혁신역량을 분석했습니다. 이와 같은 삼성신경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국내의 일부진보세력으로부터 삼성공화국이라는 강력한 비판들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심하게는 지역에서 매우 진보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모 지역일간지 편집국장이었던 사람은 내가 쓰는 전화기를 보고 내가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고 겔럭시를 사용하는 것은 아들이 삼성전자 직원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농담까지 하더군요. 나는 삼성이 세계적인 초 일류기업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최소한 자국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하기는 나도 가족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가장으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