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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를 읽고

by 장복산1 2016. 1. 2.

나는 세상을 사는 것이 급해서 그렜는지 모르지만 항상 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거꾸로 사는 느낌입니다. 처음 마케팅이라는 학문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1973년에 변변한 자본도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장사를 시작하고 너무 막연하고 답답해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고객에게 편지도 쓰고 고객카드도 만들고 하면서 20여년 넘게 영업을 하면서 마케팅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만났습니다.

 

나는 도대체 마케팅의 정확한 개념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새삼스럽게 공부를 하기는 조금 늦은 나이지만 용기를 내서 1994년 경남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결국은 이론부터 공부를 하지 못하고 실전에서 실습부터하고 난 다음에 공부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도 없이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해서 3년 넘게 협동조합을 운영하다가 협동조합 공부를 하겠다고 다시 서울대학교 협동조합 경영전문가 과정에 입학해서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마케팅도 내가 현장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내가 운영하는 영업장을 찾아 오는 고객들을 위해서 하던 일들이 알고 보니 모두 마케팅활동이었습니다. 베비라 협동조합도 미쳐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이나 이론적 기초도 업시 급하게 조합을 설립해서 시작했습니다.

 

프렌차이즈방식으로 대리점 영업을 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본사가 파산하자 대책이 없었습니다. 대책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돕고 협동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이리 저리 궁리해서 서로돕고 협동하며 조합을 운영하는 규정ㅇㄹ 정하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3년 넘게 우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조합을 운영하는 내용들이 사실과 맞는지 아니면 엉터리로 하는 일들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에서 다시 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번 신정에는 서울대학교 협동조합 경영전문가과정에서 지정한 독서목록에 있는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주요 협동조합의 모델이라고 하는 영국의 로치데일협동조합의 탄생과정도 베비라협동조합의 탄생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선 목마른사람이 우물파는 심정으로 조합원들의 필요에 의해서 설립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 없이 협동조합 7대원칙의 기본이 되었다는 영국의 로치데일협동조합 가게가 규정했던 규약들이 베비라협동조합의 운영규정들과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주먹구구식으로 규정했던 베비라협동조합의 규약들은 로치데일협동조합에서 정했던 규정이나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규정한 "ICA 7대 원칙" 하고 크게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로치데일 규정 (1) 현금 및 정가판매 (동일함), (2) 구매량에 비례한 년말배당 (규정은 있으나 아직 실행단계아님), (3) 구매의 자유 (동일함), (4) 최처금리 (해당사항 아님), (5) 민주적 운영 1인1표제 (동일함), (6) 정치적 중립과 관용 (동일함) 이후 변천과정을 보아도 조합공개제도, 가입 탈퇴의 자유, 교육활동촉진 같은 모든 내용들을 대입해 보았지만 특별히 베비라협동조합의 규정을 바꿀 내용이 없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억지같은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나는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래 맞아! 그래 맞아! 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지금 베비라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내용들이 특별하게 다른 내용들이 없다는 생각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베비라협동조합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승승장구하며 발전해야 마땅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내용들은 이미 백년넘게 협동조합을 하면서 수 많은 시행착오와 수정과정을 거쳐서 정리된 내용들입니다.   

 

서구유럽에서 성공한 협동조합들과 베비라협동조합은 설립과정도 비슷하고 운영규정이나 운영방식도 같았습니다. 우리는 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가장 절박하게 생각했던 조합원 상호간의 신뢰구축을 위해서 가장 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해야 한다는 조합설립 제1의 목표를 철저하게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결과로 조합과 조합원들은 서로 신뢰하며 누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서로 믿을 수 있을 정도의 튼튼한 신뢰를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정말 궁금합니다.

 

 

전국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서 대리점영업을 하는 조합원들이 베비라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일치단결만 한다면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문제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는 협동조합 내부적요인도 있겠지만 외부벅 요인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장경제에 익숙해 있습니다. 협동을 통한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용어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사실은 조합이사장라는 나 자신도 협동조합의 영문표기인 'Coop'이라는 단어도 몰랐습니다.  

 

책 146쪽에 있는 내용입니다. "공동행동이란 언제나 지역의 공동제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무임승차(free-riding)문제를 필연적으로 야기한다는 사실을설명할 수 있다."... "자본주의기업과 협동조합기업의 차이는 자본주의기업 주주들이 비대칭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만약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모두 같은 주식 같은 수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그들도 협동조합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하는 시장졍제에 익숙해 살아 오면서 인간의 가슴속 깊이 내재되어있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어느 한 순간 우리라는 공동체의 울타리를 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입니다. 어떤 규정이나 단순한 규약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 모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행동(acting)과 행위(doing)의 차이일 것입니다. 모든 조합원이 같은 행동을 할 의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고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