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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규제개혁 아직도 먼 이야기

by 장복산1 2016. 3. 23.

규제개혁이라는 이야기는 규제하는 방법을 개혁하고 바꾼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어떻게 규제하고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전혀 새로운 시각과 판단기준으로 바꾼다는 것을 규제개혁이라고 할 것 입니다. 원래 규제(規制) 라는 말은 규칙이나 법령, 관습 따위로 일정한 한도를 정하여 그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를 규제라고 합니다.

 

규제가 제3자에 의해서 강제하는 의미라면 자기의 감정이나 욕망 따위를 스스로 억제하여 다스리는 것을 자제(自制) 한다고 합니다. 규제나 자제라는 단어들과 대치되는 재량권(裁量權)은 어떤 일을 자기의 생각대로 헤아려 처리할 수 있는 자격이나 권리를 말합니다.

 

또한 전결권(專決權)은 특정한 업무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안건이나 일 따위를 혼자 판단하여 책임지고 결정하는 것을 전결처리 한다고 합니다. 결국은 최종 결정권자가 가, 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최종결정권자는 과연 어떤 판단기준을 가지고 결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규제나 규정이 생기게 된 이유도 사실은 각기 다른 판단과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 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 보편적 기준을 만들면서 생기기 마련입니다.

 

건널목에서는 항상 파란불이 켜지면 사람이 지나가고 빨간불이 켜지면 차량들이 지나가도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반대로 차도에서 보면 파란불이 켜지면 차량이 지나가고 빨간불이 켜지먼 사람들이 건널목을 건너 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널목에서 보는 시각과 차도에서 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판단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판단하면서 교통질서는 지켜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규정이라고 하고 빨간불이 켜지면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규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방차가 빨간 신호등에 걸려서 불을 끄러 가지 못하거나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가 빨간 신호등이라는 규제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고 파란 신호등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상식이 아닙니다. 단순한 기계적 판단인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는 것이 인간의 재량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규제와 재량권은 항상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공직자들에게 지나친 재량권을 주면 부조리가 성행하고, 부조리 근절을 목적으로 공직자들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상식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직사회가 경직되게 됩니다. 전봇대와 전선이 조선용 블록(대형 선박부품)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어 불편이 많았던 대불산단을 방문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공공부문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하며 회자되자 대불산단의 모든 전봇대들이 뽑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대불산단의 전봇대보다 더 큰 보이지 않는 전봇대들이 아직도 공직사회 여기저기에 박혀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합니다. 나는 서울송파구에서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운영하다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겪었던 공직사회의 황당한 규제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토록 보이지 않는 많은 전봇대들이 아직도 공직사회에 서 있다면 우리에게 규제개혁은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거주인전의 자유가 있는 것 같이 협동조합도 설립하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데 협동조합 사무실을 이전하고 내가 겪었던 불편은 자유롭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업자등록증의 주소변경을 해야 합니다. 다음은 법인 등기부등본의 주소이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조달청에 지문인식시스템을 등록하려고 방문했다가 그만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새로운 공공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조달청에 업체등록을 하고 지문인식시스템을 구입해서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지문인식등록을 하려면 서울지방조달청까지 직접 방문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특별히 일정을 잡아서 서울지방조달청까지 가서야 협동조합으로 기업구분을 해 등록하려면 협동조합 등록인증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등록증은 팩스로 받아서 해결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 등록증의 주소지와 사업자등록증의 주소지가 틀리다는 이유로 지문인식스스템 등록을 하지 못하고 돌아 와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나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조달청에서 지문인식시스템을 등록해야 하는 이유도 대충은 알겠고, 지문인식시스템을 등록하려면 본인이 직접 조달청을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어느정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법인인감증명서까지 첨부하는 상황에서 협동조합등록증 주소가 상이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하는 문제는 재량권의 한계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황당한 문제는 협동조합 등록업무가 서울시에서 송파구청으로 이관되면서 송파구청에서 협동조합 사무실 이전 주소변경을 해야 하는 문제에서 발생했습니다. 담당자가 요구하는 서류가 많군요. 정관규정은 어떻냐는 질문에서부터 사무실이전 이사회의사록을 제출하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법인사업자가 주소지를 변경하고 법인등기부등본에 등기까지 한 상황이라면 이사회의결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협동조합 등록증과 이사회 의사록을 제출하고도 협동조합 주소지 변경업무가 즉시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송파구청 상급자의 결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나는 도대체 협동조합 사무실을 이전하고 주소지 변경하는 일을 담당자가 처리하지 못하고 상급자의 결제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민원인을 돌려보내는 송파구청의 지나친 규제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협동조합 사무실을 이전하고 주소지를 변경하는 일로 이틀넘게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조달청에 지문인식시스템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송파구청과 서울지방조달청을 오가야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민원인이 구청이나 등기소 또는 세무서 어디라도 주소변경신청을 한 번만 하면 같은 국가기관들인 등기소, 세무서, 구청, 조달청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부기관에서 이 정도 정보자산도 공유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정보보호 차원이라는 또 다른 핑게는 대지 말았으면 합니다. 규제는 우리가 필요해서 스스로 만든 규정들입니다. 그러나 그 규정들이 어떤 경우에는 필요이상으로 기계적 판단만 하면서 인간의 제량권을 전혀 허용하지 않아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제개혁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최소한 정부기관들이 이정도 정보자산은 공유하면서 송파구청 일자리경제과 담당자가 협동조합의 주소를 변경하는 문제정도는 즉석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제량권을 담당자에게 주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 대한민국의 규제개혁은 아직도 먼 이야기로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