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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공짜가 넘쳐나는 도시 서울

by 장복산1 2016. 9. 25.

진해를 떠나지 못하고 지방에서 맴돌다가 협동조합을 한다고 서울와서 생활한지가 벌써 4년이 다 되어갑니다. 나이가 들고 늙어 갈수록 이것 저것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정신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급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협동조합의 협자에도 관심이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베비라협동조합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이사장에 선임되어 서울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운명이라는 것을 신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협동조합을 공부한다고 여기 저기 발바닥이 마르고달토록 쫓아 다니기도 하고 밤을세워 인터넷을 뒤지고 새벽잠을 설치며 글을 쓴 기억이있습니다.

 

운명인지 행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4년차가 되면서 협동조합운영에 필요한 기본시스템을 구축하고 조합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동하는 문제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사업자협동조합입니다. 무엇보다 사업성이 있어야하고 조합을 자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지금 매우 어렵고 힘듭니다. 조합원들이 아무리 서로 신뢰하고 협동해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정부예산도 지원해주고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지만 문제는 전체적인 시장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사업자협동조합인 베비라협동조합은 제품을 공동생산하고 공동구매해서 조합원들이 각 지역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공동판매하는 영업이 주된 목적사업입니다.

그래도 조합을 설립하고 4년여 동안 꾸준히 제품을 공동생산하면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평가를 하는 모양입니다. 여기 저기서 성공사레발표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2016년 서울지역협동조합워크숍이 있었습니다. 나는 성공사레발표 경진대회에 출전해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지만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우리조합이 우리가 만족할 수준으로 만족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례발표를 하면서 준비했던 PT자료도 그냥 어께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대충만들어 별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들은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서 맴도는데 시간이 없더군요. 아무래도 강의하는 요령을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종로3가역 근처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도심권50플러스센터라는 시니어 학습관이 있습니다. 마침 여기서 "500H강사에 도전하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도 공짜로 말입니다. 나는 강사가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 앞에서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생각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여기 저기서 협동조합성공사례를 발표해 달라느 요청을 합니다. 별로 준비도 하지 못하고 강의안도 없이 두서 없는 강의를 마치고 나면 쥐어주는 강사비라는 봉투를 받기가 민망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깨너머로 배워서 우물딱 쭈물딱 마우스를 움직여 보다가 우연처럼 만들었던 PT자료라도 제대로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가끔 사람이 무엇을 알고 모른다는 차이는 극히 백지 한 장의 차이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심층적 학문의 탐구나 연구를 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일들은 얼마나 그 문제에 적극적인 사고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느냐 하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평생을 그렇게 나에게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며 살았다는 생각때문일지 모릅니다. 

 

나는 내 인생을 살면서 거의 10년 주기로 전혀 새로운 환경과 직업에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세상을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1973년 카메라도 없이 사진관을 차리고, 10년이 지나서 유통에 전혀 경험도 없이 유아복 유아용품 전문유통체인사업인 베비라라는 새로운 영역의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다시 10여년이 지난 1990년에는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면서 새로 나온 컴퓨터유통사업에 도전합니다. 그러나 내가 큰 실페 없이 새로운 영역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도 나이가 들고 늙어 가면서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은 점점 늘어만 갑니다. 파워포인트도 진작부터 배우고 싶었습니다. 액셀도 더하고 빼고 곱하는 기능외에 더 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토샵은 우물쩍 작동은 하지만 일러스트도 배웠으면 참 편리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인문학 강의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항상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대고 있는것 같은 생각에 조바심이납니다.

 

지난 금요일은 오전에 50플러스 센터에서 500H강사되기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북창동에 있는 스페이스노아에서 최동석 선생의 "자본주의 속에서 행복찾기"라는 창업자와 직장인을 위한 경영학수업 강의를 또 들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런 강의도 공짜입니다. '사람책 사람숲 협동조합'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는 공짜가 넘쳐납니다. 최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영역의 생소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던 송해선생님이 출연자가 앞으로 30년 더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보시라고 노래하니 가사를 50년으로 수정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농담이지만 진담같이 들렸습니다. 나도 50년은 더 살면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은 모두 다 배웠으면 참 좋겠습니다. 파워포인트를 배우겠다고 인터넷을 이리 저리 뒤지다가 무료강의라는 이상한 낙시밥같은 키워드에 끌려다니다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50플러스센터에서 같이 강의를 듣던 성원모님 도움으로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무슨 일이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백지 한 장의 차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되었습니다.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에는 모두가 공짜더구요. 그런데 내가 4년이나 서울생활을 하면서 왜 이런 사이트를 아직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세상은 정보가 넘쳐나면서 진짜 자기가 원하는 정보는 찾기가 더 어려워 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은 본인만 부지런하면 공짜로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공짜가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그래도 내가 파워포인트나 액셀정도를 돈주고 배울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던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오늘도 일요일을 반납하고 열심히 컴퓨터앞에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