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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거여동 맛집] 생고기가 엉터리라고요.

by 장복산1 2016. 10. 13.

점심시간에 늘 점심을 먹던 식당이 오늘 따라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식사시간도 어중간하고 마침 등기우편물 하나를 발송하려고 운동겸 걸어서 거여동 우체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가다가 어디 적당한 식당을 만나면 점심식사를 할 생각으로 거여역 7번출구를 지나자 오른쪽 담벼락에는 파란담쟁이 넝쿨이 살랑거리며 가을을 제촉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엉터리생고기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옵니다. 엉터리란 사전적의미는 이치에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말을 이르거나, 행동이나 내용이 겉으로 보기보다 빈약해 실속이 없는 것을 의미 합니다.

 

이런 엉터리라는 단어를 간판으로 내 세우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보려는 기막힌 역발상으로 이런 이름을 상호로 작명한 마케팅기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있는 삼겸살+된장이 1만원이라는 POP가 또 시선을 끕니다.

 

기왕에 점심을 먹어야 하는 입장이라 호기심이 발동하더군요. 어차피 점심을 무엇으로 먹던 요즘은 7~8천원에서 만원은 지불해야 점심을 해결할 수 있으니 삼겹살에 된장이 만원이라니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두툼한 삽겹살에 된장을 보니 더욱 시장기가 발동합니다. 살아 있는 것 같이 붉은 돼지고기 살에 적당히 섞여 있는 비계들이 그냥 구워서 먹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습관적으로 이미 스마트폰을 고기굽는 불판위에 드려 대고 있었습니다. 식당 사장님이 잡수시고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합니다. 무슨의미지? 하고 보니 고기가 무한 리필이랍니다.

 

 

 

 

분위기 있는 창밖을 보며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나가는 식당 사장님에게 내가 고기가 양도 많고 맛도 있어 사진을 찍어 Facebook에 게시했다고 했더니 나를 쳐다보며 '어르신들은 그런거 잘 안 하시던대요.' 합니다. 그만 내가 또 어르신이 되고 말았군요.

 

나는 아니라고 해도 남들은 나를 어르신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식당 사장님이 음료수 한 병을 서비스 하겠다고 합니다. 이집 사장님이 젊어서 그런지 SNS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특급이벤트 POP도 보이는 군요.

 

나는 지금 음료수 1캔에 눈이 어두워 이런 내용을 포스팅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거여역 주변에 4년을 살면서 이런 삼겹살 맛을 처음 만났고 그도 무한리필이라니 소주 한잔이 생각나서 쓰는 글입니다. 적당히 다정한 사람을 불러 밤늦도록 삼겹살에 소주 한 잔생각이 간절한 저녁입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산다는 뚜렸한 목적이 무엇인지 갑자기 궁금하다거나 내가 세상을 믿는 만큼 세상은 나를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 하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달려 왔을까?

 

나는 지금 또 어디를 향해서 달려야 하는가?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거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아침산책을 하다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충 나하고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좋은 말로 하면 어르신이라고 하고 그냥 보통하는 말로는 늙은이들이라고 하지요. 모두가 얼마를 더 살려고 저렇게 아침마다 열심히 운동을 할까?

 

         

그냥 죽음을 기다리며 지루하니까 운동을 하는척하며 이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살다가 가끔 세상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면 거여역 7번 출구쪽에 있는 엉터리생고기집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엉터리생고기 삼겹살을 구어서 소주도 한 잔하며 횡설수설해야 하겠습니다. 그럴 친구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