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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아내의 칠순기념 오사카 여행기(제2일차)

by 장복산1 2017. 9. 24.

아내는 혼자서 서울에 오면 지하철 타기를 꺼립니다. 내가 아무리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해도 왠만한 거리는 택시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편입니다. 지하철은 환승하기도 어렵고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비용문제나 편리성문제를 따지면서 지하철이용을 권해보지만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그만큼 길을 찾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아내를 나는 길치라는 별명으로 놀려대기도 합니다.



이런 길치수준의 아내와 내가 단 둘이서 오사카여행을 계획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수년 전 소호무역을 하는 방식으로 중국과 일본에 가서 소량으로 제품을 사입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가입해서 카페회원일행과 동행해서 오사카여행을 한 두번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 한 명을 동행하고 무작정 배를 타고 오사카로 가서 남바역부근만 맴돌다가 겨우 아가짱혼포와 린쿠타운 아울렛매장을 찾아 구경하고 왔던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여행에 딸들이 동행을 하면서 나에게는 오사카 지하철 노선도를 드려다보거나 관광코스를 정하고 1일권을 구입하는 번거로운 일들을 모두 딸들에게 미루고 뒷짐만 지고 따라다니면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아직은 나이가 70이 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편입니다. 영어도 배우고 싶고, 쇼핑몰도 운영해서 남들같이 매출도 올리고 돈도 벌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오사카 가족여행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우리 내외가 아내의 칠순을 기념해서 오사카로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계기는 저가항공인 에어부산에서 얼리버드항공권을 싸게 판매하겠다는 광고메일을 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항공료가 편도 57,000원이라면 서울.부산 KTX 요금 정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에 내가 오사카 남바역에서 구로몽시장을 지나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값싼 민박집에 묵었던 생각도 났습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우리 내외가 자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아내의 칠순기념 오사카여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오사카행 얼리버드항공권을 구입하려고 했던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딸들이 동행하면서 숙소는 민박집에서 오사카 힐튼프라자호텔로 바뀌고 여행일정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NIVERSAL STUDIOS JAPAN)과 교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여행일정을 정하는 방식은 막내딸이 주도하고 큰딸이 보조하는 형식으로 한 명은 지도를 들고 한 명은 핸드폰에서 구글맵이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길을 찾으며 우리 내외를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미리 입장권도 구입하고 1일페스권도 구입해서 준비를 했으니 내가 나서서 아는체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뒷짐만 집고 따라 다니면 됩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가는 길은 오사카 역에서 JR 오사카 순환선을 이용하여 JR 니시쿠조(西九条) 역에 도착한 후 JR 유메사카센으로 환승하여 유니버설시티역에 하차해 도보로 걸어 가는 시간까지 한 20여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입구의 분위기는 20여년 전에 아내와 같이 여행했던 미국 헐리우드의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다시 오는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영화촬영를 위해서 제작한 영화세트장에 볼거리를 조금 더한 모습이었다면 유니버설 재팬은 볼거리, 놀이시설이 위주였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할리우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한 글로벌 테마파크로, 2001년 3월에 개장했다고 합니다. 영화 스파이더맨이 있는 <뉴욕> 헐리우드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헐리우드>,  공룡이 살아 숨쉬는 듯한 <쥐라기공원>, 장난꾸러기 '미니언'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유니버설원더랜드, 영화 '죠스'를 무대로 한 <애머티빌리지>, 숨 막히는 액션가득한 <워터월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오픈한 '해리포터'를 배경으로 한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로 나뉘고, 각 테마 존은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세트로 꾸며저 있고, 영화 스토리가 더해진 스릴넘치는 어트랙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선은 해리포터를 먼저 만나야 한다며 앞장서 가는 막내를 따라서 환상적인 3D 사이버 어트랙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최고 인기의 ‘더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에어리어'를 보려는 사람들의 길고 지루한 행열에서 40여분을 기다려서 4분정도의 3D영상을 감상하고 나왔지만 기다렸던 시간이 별로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나가는 머리위에서는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롤러코스트가 괘도를 타고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죽기 전에 롤러코스트를 꼭 한 번 타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늙었다는 징조가 나도 모르게 나타 나는 전조현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 내외가 아이들 똥 오줌을 가려주고 어느 정도 자라서 세상을 보고 느끼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아이들 손을 잡고 용인 애버랜드까지 데리고 가서 청용열차를 태워 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를 케어하면서 오사카까지 와서 유니버설재팬의 롤러코스트를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이제 머지 않아서 우리 내외가 병들어 움직이기도 힘든 시기가 된다면 대소변을 가려주고 부모를 봉양하리라는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노후를 맞이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시기가 된 느낀이라면 나는 이미 늙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기대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도 나이가 들면 누구나 늙고 병들어 약해진다는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 방법은 없습니다. 세상이치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롤러코스트를 타고 내려 오는 길목에는 탑승객들의 놀란 표정들을 촬영해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부스가 있었습니다. 우산을 써도 되고 안 써도 될 정도의 가을비가 내리는 날씨는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우의를 사서 입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롤러코스트 출구에서는 기계에서 하차해서 내려 오기도 전에 이미 고객들의 사진들을 영상으로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술이나 길목마다 테마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고객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일본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상술은 우리가 배울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슬부슬 비가내리는 날씨에도 어디를 가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코스였습니다. 심지어 점심시간이 되어 들린 피자집에서도 앉을 자리를 잡지 못해서 한 명은 가서 줄서서 주문을 하고 세명은 각 테이블 주변을 맴돌면서 자리쟁탈전을 해야 했습니다. 마침 일본열도에 상륙한 태풍의 영향때문인지 비바람이 점점 세차게 불기 시작했지만 워터월드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길고 지루한 줄에서는 누구도 이탈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얼마를 기다려 입장한 다음에 물총놀이만 서너번하더니 태풍때문에 오늘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조금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줄이나 세우지 말 것을 ~~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꿈과 로망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선전문구 만큼이나 잠시 우리 내외를 꿈과 동심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한 관광여행이었습니다. 반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었고 반은 걸어 다니면서 시간이 흘러간 것 같았습니다. 오사카역 인근에 있는 한신백화점 샤브샤브식당에서 참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걷고 움직인 만큼 밥 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내가 발에 몰린 피로를 플어주는 파스라고 하면서 사 주는 파스를 발바닥과 장단지에 붙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피곤하지만 아내도 무척 기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언제나 가족을 위해서 양보하고 참으면서 평생을 살아 온 아내가 오늘 하루라도 즐겁고 기뻐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내외를 대리고 다닌다고 신경도 쓰이고 피곤할 딸들도 피곤한 기색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모습도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은 항상 마음속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