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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단양에서 보낸 추석 마지막 연휴

by 장복산1 2017. 10. 15.

지루할 만큼 길었던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밤을 우리 식구들은 단양에서 보냈습니다. 막내가 대명리조트를 예약했다고 해서 다시 식구들이 단양으로 모였습니다. 사실 우리 식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하는 사전적의미의 식구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내와 결혼을 하며 이루어 낸 가정에서 아들 딸이 세 명이 태어났으니 5명이 한 식구가 분명하지만 지금은 끼니를 함께하지 못하고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진해에서 혼자 장사를 하고 나는 서울와서 협동조합을 한다고 부부가 떨어저서 생활한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아들 딸들은 자기들 나름으로 자신들의 삶을 찾아서 세상을 살기가 바쁜모양입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식구라는 의미를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식구는 같은 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며 살았고, 딸은 시집을 가고, 아들은 장가를 들어서 한 집에 같이 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손자가 밥상을 사이에 두고 겸상을 해서 식사를 하는 모습들도 흔히 볼 수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을 구성하는 단위가 세분화되면서 핵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혼자사는 1인가구가 늘어 나면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이라는 이야기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가구가 520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7.1%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이렇게 여행지에서 나마 끼니를 같이 할 수 있는 식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접하는 뉴스들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식구가 같은 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모와 자식의 연을 끊고 사는 경우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지면서 요즘은 고독사라는 단어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가족의 연을 끊고 살다보니 혼자사는 노인들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고독사’를 발견한 뒤 연고자에게 연락했지만,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신문기사는 사실상 가족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상황일지 모릅니다. 
관련기사가기--> ‘시신인수포기’로 늘어나는 ‘고독사’ http://ha.do/GZ81  



밥 ,혼술족에 이어 나홀로 개인주의가 발전하면서 혼자여행하는 '혼여'라는 단어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 기반 ‘21세기형 노마드(nomad·유목민)’ 문화, ‘욜로’ 인생관이 결합되어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혼여’가 확산 중이라고 합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생각에서 젊어서 혼자서 마음껏 즐기며 인생을 살자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큰 고통인 생로병사 (生老病死)의 굴레마저 인간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나는 요즘 부쩍 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됩니다. 이제 언제 또 단양 대명리조트에 와서 자식들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고 아내와 같이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참 세월이 빨리 가는 것 같은 느낌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안생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점점 빨리 간다고 합니다. 나이가 60이면 세월은 시속 60km로 가고 나이가 70이면 시속 70km로 간다는 이야기가 그냥하는 농담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스스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내 주변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내가 사는 세월이 그 만큼 빨리 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가을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모두가 먹고, 마시고, 즐기며 이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을이 가면 머지 않아 추운겨울이 오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또 새싹이 돋아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가고 우리네 인생도 늙어 가기 마련입니다. 가는 세월을 잡지 못하듯 병들고 늙어가는 우리의 육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오늘도 현실에 순응하며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일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추석연휴 마지막밤은 또 어디서 보낼수 있을지 이룰 수 없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