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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송파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추진위 결성식

by 장복산1 2019. 8. 22.

지난 20일 송파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송파사회적경제네트워크 추진위원회' 결성식을 하면서 성미산마을 공동체를 건설하는 과정의 증인이신 성공회대 유창복 교수님을 초청해서 '시민 이니셔티브, 마을에서 자치로'라는 특별 강연을 청해 들었습니다. 나는 유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에 빠져 들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적경제의 중심에 있는 협동조합 일을 시작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나의 생각들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잘사는 사람들은 참 잘사는 것 같은데 가난한 사람들은 아직도 굶어서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사회적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서울 아파트서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모자 발견, 두 달 전 사망추정' 이라는 기사들이 뉴스의 메인화면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14년 2월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모녀법까지 제정이 되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다는 사실도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찾아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유교수님은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마을이 무너지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을이라는 개념이 우리사회에서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고 이웃이 무너지고 가족이 해체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기억에서 아득한 풍경 같은 흑백사진들은 불과 얼마 전에 내가 살던 동내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을이 무너지며 이웃은 벽이 생기고, 가족은 해체되면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종교마저 변질된 세상의 모습에 덜컥 겁까지 납니다. 그래도 내가 어린 시절에는 우리 동네 침례교회 집사님이 끼니를 거르는 것 같이 표 나게 가난했던 우리 집 솥단지에 아무도 모르게 쌀을 한 바가지 가져다 놓기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던 교회들이 이제는 대형화하면서 이웃을 돌보기보다는 교회세습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도 합니다.




economy 에서 social economy 로

경제를 뜻하는 영어 단어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은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라고 합니다. '집안 살림하는 사람’ 이라는 정도의 의미인 그리스어가 뜻하는 ‘살림’을 한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요. 경제의 분배와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일반 사람들이 오랜 역사를 통하여 생활 기반으로 삼아 온 전통 사회와 농촌 사회는 현대의 시장 경제와 달리 안전제일을 추구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생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윤리적 분배를 경제의 중심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자본주의는 돈이 돈을 버는 세상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인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진보를 이끌어 왔지만 자본주의는 그에 못지않게 빈부 격차, 불공정 경쟁, 물질 만능 주의와 인간 소외 등 적지 않은 윤리적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지요.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면 계층 간 갈등으로 사회 통합에 어려움이 생기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파괴되기 마련입니다. 사회는 이와 같은 사실에 주목하면서 경제라는 단어인 economy 앞에 사회라는 단어인 social 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social economy 라고 하며 윤리적 분배와 나눔을 가치로 하는 사회적경제라는 원래 경제(經濟)의 의미를 찾아 가고 있는 자연적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성미산마을 공동체를 좌파양성소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판단하며 사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일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송파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조직, 결성하는 과정에도 비슷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이라는 표현을 하기는 어딘가 좀 어색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진 듯 한 사람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허기사 유교수님도 진상질량불변의 원칙이 있다고 하더군요.


마침 정부에서는 사회적기업의 인증제를 등록제로 개편하고 진입 장벽을 낮춰 다양성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정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등록제로 개편해 사회적기업의 진입장벽은 낮추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와 투명성을 강화해 사회적가치의 창출 성과를 높게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 군요. 고용노동부가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하지만 주식회사까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하는 문제에 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주식회사는 자본을 기준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본확정의 원칙, 자본유지의 원칙, 자본불변의 원칙인 자본의 3원칙을 따르게 됩니다. 주주의 권리와 의무는 각각 가진 주식의 수에 비례하여 책정됨으로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서 대변하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오직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식회사가 윤리적 분배와 나눔을 가치로 하는 사회적경제와 충돌하는 근본적인 가치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당장 어렵게 다시 출발하는 송파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잘 운영되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상생하며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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