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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송파 구민청원의 불편한 진실

by 장복산1 2019. 11. 24.

송파구청 홈페이지에는 구민들이 구청장에게 청원할 수 있는 구민청원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원레 청원은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 적시한 국민청원권에 관한 법적규정은 이렇습니다. <제26조 ①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 청원을 국민의 권리로 규정했고, 국가는 청원을 심사할 국가의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는 청원을 헌법이 정한 국민의 권리라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냥 국민이 국가에 청하는 것을 청원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청원서를 작성해서 시청 민원실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민원실에서 접수하는 만원서류 항목에 청원이라는 항목이 없어서 접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담당직원은 민원항목에 건의라는 항목이 있다며 건의사항으로 접수할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청원과 건의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집에 와 가만히 생각하니 도저히 이해하기도 어렵고 화도 납니다. 이리저리 자료를 찾다보니 청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리고 국가는 국민청원에 답변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26조를 찾았습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1963년 2월 26일 제정된 청원법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국민이 청원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50일 안에 처리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더군요.


나는 당장 "사장(死藏)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26조"  라는 글을 써서 지역신문에 기고하고, 행안부에 이와 같은 문제의 시정을 요구했던 일이 있습니다. (관련 글 바로가기--> http://blog.daum.net/iidel/16078417 )그리고 10여 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메뉴가 만들어 진 것 정도였습니다. 헌법 제26조를 근거한 청원법 제3조 2항의 청원대상기관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기관으로 하고, 3항에는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행정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법인ㆍ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청원대상 기관은 있는데 청원을 접수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이런 연유로 청원에 유달리 관심이 많던 나에게 송파구청 홈페이지 메뉴에 "구민청원"이라는 메뉴가 새로 달렸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박성수 구청장이 법조인 출신이라 역시 다르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당장 청원할 일이 없던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송파사회적경제네트워크 회원이 자기들 조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송파구청 홈페이지의 청원메뉴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송파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청원서를 작성하려다 송파 구민청원의 불편한 진실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도대체 청원과 민원은 어떻게 다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는 또 무엇이지? 그리고 구의회 홈페이지를 가 보았습니다. 구의회 홈페이지에도 의회에 바란다. 라는 항목의 민원접수창구가 있더군요. 송파구의회 온라인 민원창구는 접수만 하고 답변은 하지 않는 참 이상한 게시판이더군요. 송파구 청원접수 게시판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청원은 청원서를 접수하고 10일 동안 1,000명이상 공감한 청원은 구청장이 직접 답변을 한다고 합니다. 공감수가 부족한 것은 각 부서장들이 답변을 한다고 하는 군요.


그래서 청와대 청원실을 가 보았습니다. 청와대는 하루 평균 851건의 청원이 접수되고, 하루 평균방문자 수는 24만 명에 총 방문자 수는 1억 9,892만 명이라고 합니다. 청와대 청원은 한 달에 20만 명 이상이 공감하면 청원에 답변을 하겠다는 약속이 있습니다. 그런데 송파구민 청원은 10일에 1,000명이 공감해야 한다고 합니다. 송파구청 홈페이지 방문자 수에 대한 통계를 아직 찾지 못했지만 지난 3월 이후로 구민청원이 접수된 내용과 공감자 수에 대한 통계로 짐작할 방법은 있었습니다. 어림샘법으로 계산해도 한 달 평균 1~2건 접수에 17건의 청원이 접수되었군요.


접수된 청원에서 한 건이라도 공감수가 달린 것은 6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공감수 3명, 1명(2건), 18명, 24명 이 전부였고 단 한 건이 1,287명의 공감을 받아 구청장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2건은 공감수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청원이 구민들의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그 만큼 구민들이 이슈화할 청원내용이 제기되어야 하는 것이 전제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1일 방문자 수나 청원이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청원을 처음 시작한 백악관과 백악관을 벤치마킹한 청와대 온라인 청원도 인구수나 접속자 수는 별논으로 해도 백악관은 인구 3억에 10만 명의 공감을 요구하고, 청와대는 인구 5,000만에 20만 명의 공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송파 구민청원의 불편한 진실은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청원서류에 필요한 자료나 사진을 첨부할 수 있는 기능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의회청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방지치법 제73조는 "지방의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는 지방의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청원을 소개하려는 지방의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난해에 '송파구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이나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송파구의회에 조례제정 청원을 하려고 부단하게 노력하다가 결국은 구청장 정담회에서 구청장님에게 구두건의해서 구청장 발의로 '송파구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전부 개정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지금도 송파구 의회는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을 건의나 질문은 있고, 답변은 없는 이상한 게시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국민청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소망합니다. 송파구청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구민청원'을 심도있게 고민해서 수정운영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원래 청원권은 민원을 제기하는 권한과는 다른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원권은 국민이 국정의 전 영역에서 공적정책을 소관 국가기관에 제안하고 그 논의과정에 참여하는 권리입니다. 군주주권시대의 청원은 신민이 군주의 자비를 간청하는 것이었지만, 국민주권시대의 청원권은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권인 동시에 청구권입니다. 그러나 헌법 제26조에 규정한 국민청원권은 하위법인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하는 민원사무처리 System에서 진정, 건의, 질의로 변칙접수 처리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송파구청이 시범이 될만한 구민 청원제도를 도입 운영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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