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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과연 남북 신통상 가능할까?

by 장복산1 2020. 2. 1.

북한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달 1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남북 신통상' 북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과거 민주화시절에 언론에 자주 등장하던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을 처음 가 보았습니다. 송파사회적경제네트워크 자문위원을 맡아 주신 송기호 변호사를 만나면서 나는 새로운 세상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70년 넘게 살았지만 남북문제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질만한 여유도 없었고 의도적으로 멀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는 식으로 남북문제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아직도 국민학교 5학년 때 원주 시공관에서 개최한 전국 반공웅변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당시 원고의 내용들이 기억 속에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목택동이나 주은레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목택동, 주은레, 김일성 도당들을 쳐부수자고 소리 높여 외치던 모습도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다이얼 방식으로 된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가끔 북한방송 체널이 잡히거나 숫자를 읽어 주는 암호방송이 들릴 때는 괜스레 머리가 오싹하는 느낌마저 들던 어린 시절의 깊은 기억들이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생 반공 이데올르기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동네 어귀 담벼락에는 어김없이 '이웃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살펴보자'는 벽보들을 보며 어린 유년 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북한은 상종조차 하지 말아야 할 적이라는 뿌리 깊은 사고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상종조차 하지 말아야할 대상인 북한과 통상을 하자는 송기호 변호사의 생각을 들어 본다는 것은 나에게 대단한 발전이었습니다. 나는 주말마다 광화문까지 태극기를 들고 나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은 아직까지 나에게 낯설고 신비스러운 땅 입니다.


몇 차래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주말이면 '남북의 창' 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도가 내가 아는 북한에 대한 상식의 전부입니다. 송기호 변호사의 남북 신통상이라는 북 콘서트를 다녀와서 며칠간 책을 읽고 또 읽어 보았습니다.


남북 신통상이라는 책은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북한이라는 단어가 연상하는 것은 의례 공산주의나 독제라는 단어만 생각하던 사고에 책을 읽을 때 마다 어떤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보통국가 북한 

저자는 북한이 보통국가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보통국가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사업할 자유를 옹호한다. 그 목적을 국민의 일상적 행복과 평화에 두는 나라이다.'(P45) 아주 흥미 있었던 대목은 개성공단 관계자가 개성공단에 출근해서 보니 지적도도, 등기부란 것도 없었다고 한다. 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2004년에 「개성공업지구 부동산 규정」을 만들었다. 공업지구 관리 기관으로 하여금 토지 이용권과 건물별로 개발업자, 기업, 그리고 개인의 부동산 관계를 정확히 등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측량이 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부동산을 정확히 등록한단 말인가? 결국 측량 문제는 2007년 대한지적공사가 해결했다.' 




송기호 변호사의 남북 신통상 북 콘서트는 보통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장소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북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북콘서트에 유난히 많은 기자석을 준비한 것도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규집」, 「국제거레계약 규칙」같은 책을 사진으로 보는 것 자체도 나에게는 신기하고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는 "북한에 '실리경제'라고 하는 시장경제가 자리 잡았다." 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의 발전에는 반드시 법치가 필요하다. 북한은 보통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며 최근 입수한 법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전에는 외국 투자기업의 해산을 북한 관리기관이 할 수 있도록 했던 법이 최근 재판기관만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고 설명합니다.  또한 "북한 민법에 아직 계약법이 발달하지 않은 부분을 「국제거래계약 규칙」으로 보완하고 있다." 고 설명하더군요. 북한이 보통국가로 가고 있다는 말을 뒤집으면 아직 북한은 보통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됩니다. 하기사 북한은 지적도도 없고, 등기라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과연 남북통상은 가능할까?

송기호 변호사의 남북 신 통상 북 콘서트에는 정치권에서 최재성의원, 우원식의원, 송영길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하고, 게스트로 초대된 이재우 통일농수산사업단 전 대표와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실질적으로 남북통상에 참여했던 당사자들 입장에서 남북통상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습니다. 이어서 노주희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부위원장이 대담을 진행하는 순서로 북 콘서트는 이어졌습니다. 국제통산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제2의 론스타" 사태를 막기 위해 99개의 투자협정 개정의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디지털 법인세가 필요하다는 다소 생뚱맞은 주장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아서 이제는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송 변호사는 "빅데이터 서비스가 국경 없이 소비되는 상황에서 국제통상규범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뉴스에서 「OECD 디지털세 초안 공개···삼성 TV·스마트폰 영향권」이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급변하는 세상은 실물이 아닌 디지털유통세까지 논하는 시점에 남북통상만 불가능한 이유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남북 신 통상을 읽고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송기호 변호사는 농업협력을 기초로 북한의 경제개발구 개발과 운영에 참여하는 「농업+경제개발구 거점」 모형을 남북 신통상이라고 제안합니다. 이 개념은 삼일포 협동농장과 개성공단의 경험에서 정립하였다고 합니다. 송기호 변호사가 감사로 있는 사단법인 통일농수산사업단은 2004년부터 삼일포 협동농장과 농사를 함게 짓는 공동영농 남북 협력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농장의 생산성은 30%가 향상되었고 2015년 6월 6일. 평양 택암리 협동농장관리위원회 위원장 정명철은 중국 중앙 TV 뉴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도 나도 다 주인이지. 이젠 다 할 수 있어. 땀도 더 많이 흘리려 하고 생산도 더 많이 하려고 하고. 자기꺼니까요. 가뭄은 걱정이 되지만 올해 틀림없이 올라갑니다." 송 변호사는 남북 신통상은 군사주의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합니다. 신뢰와 상호 인정만이 군사주의를 바꿀 수 있고, 신통상은 군축과 동행하여 군사주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공 오랑캐라며 적대시하던 중국과 교역을 시작하면서 우환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자 철수할 교민이 700명이 넘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교민은 대략 32,000명이라고 하는군요.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수를 인터넷에 조회해 보았습니다. 베이징, 천진, 심양, 청도, 위해, 광저우, 심천은 각 만 명이상의 교민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중공 오랑케하고도 교역하며 많은 교민들이 같이 살고 있는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 민족인 북한과 통상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서로가 믿을 수 없다는 신뢰 문제일지 모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을 신뢰하며 번영할 용기라고 합니다. 분별력으로 군사주의를 극복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성취할 수 있다는 송 변호사의 논리를 반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적 근거를 부정하는 정치판을 먼저 바꾸어야 남북신통상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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