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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오늘도 땅콩을 까는 소방관 아저씨

by 장복산1 2019. 12. 18.

송파소방서에는 좀 유별난 소방관이 있습니다. 소방관하면 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용감하게 화염 속에 뛰어 들어 사람을 구출하면서 얼굴에는 땀이 범벅인 검붉은 얼굴을 떠 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불을 끄는 일도 중요하지만 불난 집에 뒤처리를 하는 일도 불 끄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불이 왜 났는지 화재원인을 규명하는 일에서 부터 화재를 진압한다고 소방호수로 물을 뿌려서 엉망진창이 된 뒤처리도 소방관들이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화재원인을 조사하며 뒤처리를 하다보면 참 안타가운 사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고 합니다. 송파 소방서에는 이와 같이 딱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그냥 들어 넘기지 못하는 좀 유별나고 어지랖 넓은 소방관이 한 명이 있다고 합니다.


송파소방서 이강균 소방관은 화재현장을 누비며 들은 안타까운 사정들을 해결하면서 친분을 맺은 송파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의 김순규 회장과 어울려 다니다 보니 이제는 아예 기부천사 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부금품을 마련하기 위해서 오늘도 자신이 짬짬이 시간을 내어 무농약으로 농사지은 땅콩을 까고 있는 소방관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송파소방서 이강균 소방관은 자신의 직장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의정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에는 부인 이현숙씨가 '다인네 머리방'이라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맛 벌이 부부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의정부에서 조금 더 시골 쪽에 살면서 주변에 노는 땅들을 빌려서 땅콩농사를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손수 농사지은 땅콩을 팔아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시작한 사연이 있습니다. 한 번 지원하고 끝날 수 없는 딱한 사정을 듣고 고민하다가 지혜롭게 해결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송파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에 땅콩 판돈을 기탁하는 다인네 머리방 이현숙 원장>

다인네 머리방을 15년 전부터 드나들던 이춘희씨에 대한 딱한 사정을 얼마 전에 접하면서 사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전에는 다인네 머리방을 자주 드나들던 고객인 이춘희씨가 오래 만에 전과 달리 아주 고달픈 기색이 역역한 모습으로 들렸다고 합니다. 다인네 머리방 원장님의 수수하고 조용한 성품을 알고 있던 터라 이춘희씨는 그간의 딱하고 안타가운 사정들을 털어 놓았다고 합니다. 남편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며 단란하던 이춘희씨 가정이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급성폐렴으로 쓰러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고난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면 바로 회복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자가 한 달이 넘도록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목의 기도에 삽입한 관으로 가래를  빼주어야 하는 상태까지 악화되다 보니 이로 인해 합병증인 당뇨, 고혈압까지 겹치면서 현재 1등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남편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시력도 잃어버리고, 배에는 복수까지 점점 차오르며 혼자서 간병하기에 한계를 느낀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땅콩 판돈을 기탁하는 다인네 머리방 이현숙 원장과 송파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 김순규 회장 >

매월 늘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어 급한 대로 살고 있던 집을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하는 작은집으로 옮겼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고민하다 결국은 남편을 요양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게 하고, 자신은 치료비와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벌어야하는 형편이라 병원에서 요양간호사로 일을 한다고 합니다. 남편을 용양병원에 입원시키고 자신은 병원에서 요양간호사로 일하는 고달픈 생활이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에 같이 손잡고 한 없이 울었답니다.


이와 같이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강균 소방관은 자신이 농사지은 땅콩을 팔아 모아둔 돈을 들고 부인과 같이 송파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 김순규 회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자신들이 당장 얼마건 도움을 준다고 해도 한 번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송파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는 알게 모르게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도록 작은 금액이지만 매월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말 그대로 기부를 처사같이 하고 있습니다. 기부천사와 같이 지속적으로 도움이 절실한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이강균소방관은 자신이 손수 농사지은 땅콩을 판 돈을 들고 부인과 같이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 김순규 회장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이강균 소방관이 땅콩판 돈을 기부천사에 기탁하면서 기부천사에서는 오는 2020년부터 매월 어렵고 힘든 이춘희씨 가정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유별나게 오지랖이 넓은 이강균 소방관은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작은 힘들이 모이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오늘도 땅콩을 까는 소방관 아저씨가 열심히 땅콩을 까는 이유를 곰 씹으며 소방관 업무를 보면서 잠시라도 짬만 나면 묵묵히 땅콩을 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