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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막내와 데이트하며 본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

by 장복산1 2019. 12. 23.

좀 체로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는 내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외로움을 타는 것 같습니다. 막대 딸이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같이 보자고 내 주민번호와 이메일주소를 물어 오기에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올라 왔으면 몰라도 내가 혼자 서울에 있는데 같이 영화구경을 가자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그만큼 나는 아직까지 혼자서 자식들과 오붓하게 데이트를 하거나 어울리지 못했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아내가 없으면 나는 혼자서 자식들과 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식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70평생을 살았습니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이병형 홀에서 4시에 만나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가면서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전쟁기록영화라면 그다지 제미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나를 불러낸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전쟁기념관에 들어서자 평소와 달리 여기저기 헌병들이 서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내딸이 나를 불러 낸 이유를 몰랐습니다. 행사장에 입장하며 몸수색을 당하고 나서 지금 스웨덴 총리가 국빈방문 중이라는 사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막내 딸 설명을 듣고 막내가 스웨덴 회사인 에릭슨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회사에 초청장 5개가 배당되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웨덴을 다녀 온 사람도 우리 식구 중에는 나하고 막내 뿐인 것 같습니다. 막내는 회사에서 출장 간다고 서너 번 스웨덴을 다녀왔고, 나는 몇 년 전 선진외국의 협동조합을 견학한다고 스웨덴과 네덜란드를 다녀왔습니다.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과 좀 북쪽에 위치한 시스타(Kista)라는 도시는 느낌자체가 달랐습니다. 스웨덴에 백야현상이 벌어진다는 사실도 시스타에서 짠 양고기를 먹으면서 알았습니다.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반갑게 만났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과 유품들도 아직 진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행사장에는 이낙연 총리와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그리고 야곱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70여 년 전에 부산에 있던 스웨덴 야전병원인 서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부산의 조군자씨가 직접 단상에서 감사의 인사를 할 때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하더군요. 막내가 다니는 회사가 유무선 통신시설과 기기를 총망라하는 거대기업으로 스웨덴의 간판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에릭슨은 스톡홀름 본사 이외에 150개국 지사를 두고 있고, 스웨덴 본사에서만 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대단한 회사에서 막내가 부장으로 승진했다는 사실도 오늘 알았습니다.


에릭슨은 유서 깊은 통신장비 회사라 아날로그 및 디지털 전화 기술의 본좌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대한제국 시절 우정국이 개설한 덕률풍("텔레폰"의 한자 음차)이라고 불리던 전화기와 전화 교환기가 바로 에릭슨의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초창기 전자교환기 개발도 에릭슨의 기술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는 사실로 보아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교역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야전병원이 있던 부산의 70년 전 모습과 오늘의 모습은 마치 천지가 개벽한 것 같았습니다. 



누렇게 빛바랜 사진들을 보자니 옛날 생각들이 납니다. 옛날에는 저런 천막 속에서 먼지가 나는 맨바닥에 책상을 놓고 공부를 하던 기억도 납니다. 스웨덴 서전병원은 전쟁이 끝나고 바로 철수하지 않고 민간인들을 계속 치료하면서 국립의료원을 탄생시킨 모태였다는 사실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한국전과 스웨덴사람들이라는 다큐영화를 보고 막내와 같이 남영동 밤길을 걸었습니다. 뜨거운 순대 국을 한 그릇씩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나를 배웅하겠다고 막내가 역까지 따라 옵니다. 그래 우린 가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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