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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행동하는 양심 그리고 절제(節制)된 분노

by 장복산1 2009. 8. 3.

<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11)>

 

거창 수승대를 다녀온 하기 휴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함께 살아 오던 아들 딸들이 장성하며 집을 떠나자 우리는 내외 간에 둘이서

계절이 변하는 줄도 모르고 무덤덤허게 살아 온지가 퍽 많은 세월이 흘렀던 모양이다.

그래도 애들이 함께 생활할 때는 바다나 계곡을 찾아 다니며 텐트도 치고 물놀이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하기휴가를 다녀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휴가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떠났던 기억이 가물가물 한다. 

 

무척 오래만에 하기휴가를 떠나서 머물렀던 거창 수승대는 내 기억속의 관광지 모습과 많은 것이 변했다.

물론 국가에서 국민관광단지로 지정하고 국비를 보조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관광산업발전을 위해

국제연극제도 유치를 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한정된 공간에 넓은 주차시설을 확보하기 위하여 애를 쓴 흔적이나 구석구석에 운영하는 공중화장실과

텐트를 치고 켐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위해 식수를 공급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를 설치했다.

 

내가 더 뚜렷한 기억속에 담고 온 이야기들은 이런 외적인 변화 보다도 관광객들의 의식 변화를 보았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정도 선진화 되었고 나와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공중도덕문화를

남녀노소가 모두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많은 인파가 붐비며 수승대 넓은 계곡을 중심으로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면서 모두 스스로의 질서에 익숙

있었고 누구하나 간섭하지 않는 가운데도 쓰레기 하나 음식 찌꺼기 하나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이 자율적이면서도 훈련된 일의 순서같이 얼키고 설키지도 않는 익숙한 질서가 움직이고 있었다.

 

국민들의 수준은 이렇게 높아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제자리 걸음이다.

국회는 여,야가 편가르고 싸움질에 익숙해서 서로가 어떤 양보나 타협은 찾아 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도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철을 기다리며 니편 내편으로 편가르기가 바쁘고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공격하며 증오와 분노만 키워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니편도 아니고 내편도 아닌 중림적 시각에서 바른 판단을 이야기 할 중립지대는 없으며 서로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 낼만한 중립의 목소리가 자리잡을 아주 좁은 공간도 청치판은 허락하지 않는다. 

  

얼마 전 진해에서는 진해시장의 잘못된 실정을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이 있었다.  

장복산을 경계로 단절된 지역사회의 좁은 공간에서 학연, 지연, 혈연, 안면, 체면에 얽메어 누구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지역의 행동하는 양심이며 진정한

시민의 용기있는 모습이다.

국민들은 누구나 시장을 비판할 수 있고 시의원이나 대통령까지 비판할 자유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의 방법이나 비판의 시기는 질서있고 절제(節制)된 분노로 설득력있는 비판이 요구된다.

설득력없는 비판도 문제지만 참으로 민망할 정도로 인신공격과 명예훼손과 분노와 저주의 도를 넘는

반박의 글들이 진해시청 게시판에 넘치는 현실은 중립의 공간이 머물만한 작은 공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거창 수승대 계곡에서 스스로 적응하며 나와 우리를 구분하고 존중하며 수준높은 공공질서를 유지하던

시민의식을 지역사회의 정치, 시민사회에서는 무슨 이유로 찾을 방법조차 없는지 궁금하다.  

분노가 증오로 변하고 증오는 또 다른 증오로 이어지는 절제하지 못하는 분노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수 없으며 어떤 방법도 문제의 해결보다 스스로 파멸의 길을 자초하기 마련이다.

행동없는 글이나 말로만 비판하고 외치는 정의는 정의롭지 못하고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시기다.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진해시장이 약속했던 열린시장실의 <시장에게바란다.> 코너가 공개운영을

약속한 8월 1일이 지나도 공개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진해시장은 시민들을 우롱하고 의회에서 위증도 서슴치 않는 모양이다. 

 

이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동하는 양심과 절제(節制)된 분노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