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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이춘모의 일기장

추석에 지낸 제사와 예배 이야기

by 장복산1 2010. 9. 26.

내가 60년을 넘게 세상을 살면서 지난 추석만큼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본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다. 

너무 오랜 세월 고향을 멀리 떠나서 살아 온 탓도 있겠지만 명절마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진해에서 충청도 충주까지 제사를 지내러 가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핑계로 그저 명절때가 되면 집안제사를 모시는 장조카집에 돈 몇푼 보네는 것으로 내 할일을 다 했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그러던 나에게 이번 추석에는 길고도 먼 여행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깊은 생각까지 경험하게 된 아주 특별한 추석이었다.

             특별하게 준비한 사진이 없어서 그냥 가을 풍경들을 합성 해 보았다.

아버지도 8남매의 대가족에다 우리 형제들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은 6 남매의 형제간에 늦둥이

막내로 테어나는 유달리 촌수가 높아서 어쩌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장조카가 모시는 제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좀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던 장조카며느리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제사를 모시기 어렵다며 서울사는 아들에게 제사

넘기겠다는 전갈을 받고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장조카의 아들이 제사를 모시게 된다면 당사자에게 나의 부모님은 증조부라는 촌수가 계산되고

단순하게 장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들이 살아 있는 나의 부모님 제사까지 모시라는 것은 도리

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원주에 사는 형님과 의논한 결과 이번 추석부터는 원주에서 부모님 제사를

모시기로 합의를 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떠나서 기억 마저 새로운 원주 중앙시장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서울로 역귀성을 해서 아들집에서 하루밤을 묵고

아들과 함께 추석날 세벽 6시에 원주에 있는 형님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원주 형님이 교회의 장노님이라는 직분 때문에 제사는 추모예배로 대신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참석한 터라 우리 가족은 예배에 참여하는 것으로 제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으며 설교를 하는 과정에 자연스레

나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 보고 부모님을 회상하면서 뒤 돌아 본 자신의 삶이 새롭게 다가 온다.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 세상을 살아 왔으며 무엇을 목표로 이토록 바쁜 세상을 살고 있는 것

인가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즉시 동의할만 한 뚜렷한 답변을 찾지 못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형님이나 나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세상을 살면서 오로지 앞으로 전진하며 사는

일에 스스로 메몰되어 자신을 돌아 볼 여유조차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떠 오르자 왠지 씁쓸하다.

 

예배를 마치고 시작한 아침 밥상에서는 자연스럽게 제사와 예배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교 의식이나 예의범절을 제일의 가치로 섬기는 제사의 의미나 하나님을 유일한 신으로 섬기며

인간 세상의 모든 소통가치를 하나님 기준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의식의 격식은 서로 다르겠지만

모든 의식의 최종 목적은 부모님을 회상하고 추모하는 것이리라는 생각에는 서로가 이견이 없다.  

 

어쩌면 조상의 제사를 지네건 추모 예배를 드리건 이런 의식을 계기로 최소한 명절이나 제사때 만

이라도 모든 일가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돌아 가신 조상들을 회상하고 추모하며 부모를 공경

하는 마음을 다지며 자신들을 스스로 뒤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진정한 제사의 의미이며 예배

를 드리는 의미라는 생각이다.

 

내가 오늘 문득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나의 블로그 친구인 임마님의"농장에서 보낸 추석연휴,

생애 최고였다."는 글이 내가 보낸 추석과 너무 비슷한 장조카 이야기에서 오래만에 친척이 자리를 

한 이야기와 그리고 형님이 장노님이라는 이야기까지 같은 줄거리로 이어지는 내용 때문에

어떤 동질감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인증샷도 없고 사전 준비도 없는 글을 쓰고 있다.

 

허리마저 굽은 몸으로 내가 좋아하는 들기름 한 병을 곱게 싸 들고 도착한 큰 누님과 점심을 먹고

서둘러 원주를 출발했지만 명절 중후군인 교통체증 때문에 무려 4시간 반이 넘어서 수원에 도착해

무겁고 지친 몸을 자리에 누어 쉬면서 명절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명절이라는 전통과 의식이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면 나는 또 어떤 핑계를 찾아서 나 자신을

자신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버리고 가족과 친척의 경계를 더 높게 쌓아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기왕에 올라온 길이라는 핑계로 추석 다음 날은 방학동 처가에 들려서 처가식구들과 처가 부모님을

모신 포천 봉은사까지 돌아서 진해로 돌아 오는 추석 여행길은 예배도 드리고 제사도 지내면서 자신

을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 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도 되세겨 본 길고도 먼 힘든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