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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이춘모의 일기장

가마솥 중탕기 오쿠를 샀습니다.

by 장복산1 2011. 9. 26.

내가 최초로 TV홈쇼핑에서 구입한 제품

 

어느날 밤 무심결에 TV채널을 돌리다 현대홈쇼핑의 가마솥 중탕기 오쿠광고가 나왔습니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채널을 넘기자 그만 난리가 났습니다. 아마 아내는 오래 전 부터 가마솥 중탕기 오쿠를 사려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오쿠 광고와 마주할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다시 TV채널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리다 결국은 나는 아내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이제 아예 빨리 전화해서 가마솥 중탕기 오쿠를 주문하라고 성화입니다. 나는 영문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엉겹결에 생전 처음 TV홈쇼핑에서 제품을 주문하는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나는 TV홈쇼핑에서 광고하는 제품을 사려면 이상하게 현란한 광고나 마케팅기법에 내가 속아 넘어 가는 것 같은 피해의식 때문에 사실은 아직 한 번도 제품을 구매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쿠가 무엇인지 왜 아내가 그렇게 사려고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카드로 10회 할부구매를 하고 드디어 구매결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지난 추석 2~3일 전의 일입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당장 추석에 이 제품으로 무슨 음식을 장만하거나 사용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냥 여자들이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욕심으로 특별한 목적 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그런 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틀이 지나자 도착한 가마솥 중탕기 오쿠를 받아서 우리는 포장을 개봉해서 구경하는 것으로 추석전에 오쿠로 하는 일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추석을 쉬러 서울로 역귀성을 했습니다. 나는 아내가 왜 그렇게 서둘러 이 요리기계를 사려고 독촉을 했는지 모릅니다.

 

계란숙성요리에 도전

우리는 추석이 지나고도 얼마를 더 보내고서야 아내가 그렇게 독촉을 하던 가마솥 중탕기 오쿠를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요리하기에 가장 쉬워보이는 계란을 한 판 사다가 숙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계란을 삶는데 7시간을 숙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아내는 나에게 계란에서 게르마늄이 생성되었다고 하면서 신기한 듯 자랑을 합니다. 정말 신기하게 계란 흰자위 부분의 색상이 금새 게르마늄이라도 품어 내는 것 같이 이상한 색상입니다. 아직 보지 못하던 미묘한 색상이 신비롭개 다가 옵니다.

 

그날 우리 내외는 둘이서 계란 한 판을 다 먹어 치웠습니다. 그냥 삶은 계란하고는 확실히 맛이 틀립니다. 그렇다고 구운 계란도 아니고 7시간을 숙성한 계란은 정말 숙성이 된 모양입니다. 노란 자위 부분도 퍼석퍼석한 맛이 아니고 쫄깃하면서 알 수 없는 맛이 납니다.

 

그래도 7시간을 전기로 숙성한다면 전기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계탕 요리에 도전하다.

다음 날 우리 내외는 삼계탕 요리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계란숙성 요리도 요리에 투자한 시간이나 전기세를 계산 한다면 무척 비싼 요리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스스로 만들고 기다려서 먹는 맛은 일반 음식점의 음식맛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계란 숙성요리가 맛이 있다고 해도 우리 내외가 한 자리에서 계란 한 판을 다 먹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삼계탕 요리를 작정하고 생닭을 사오고 한약제에 대추까지 모두 구입을 해서 일단 구색은 제대로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계란숙성에 7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삼계탕도 중탕식으로 요리를 하자니 3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모양입니다. 밤 9시가 되어서 우리 내외는 가마솥 중탕기 오쿠를 열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짜증도 날만 하지만 왠지 기대되는 신비한 맛 때문에 배가 고프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닭은 정말 중탕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뼈도 흐물흐물 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닭뼈가 녹아버린 것 같아서 작은 뼈는 골라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살고기는 이상하게 오히려 쫄깃쫄깃 한 것 같습니다, 보통 토종닭은 쫄깃한 맛이 나고 양계닭은 퍼석한 맛이 납니다. 그런데 이 양계닭은 중탕을 해서 그런지 쫄깃한 맛이 마치 토종닭으로 백숙을 한 맛이 납니다. 참쌀로 만든 죽도 정말 맛이 있습니다. 원래 쌀은 너무 퍼지면 맛이 없습니다. 그러나 3시간을 중탕한 쌀이 적당하게 맛을 내 줍니다. 그래서 삼계탕을 한 그 날도 우리 내외는 둘이서 닭 한 마리를 다 먹고도 남은 죽까지 다 먹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은 정말 일어 나기가 힘들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너무 많이 먹었던 모양입니다. 생전 처음 TV홈쇼핑에서 쇼핑도 하고 아내와 호흡을 맞추며 요리를 해보는 일도 처음 경험을 했습니다. 가마솥 중탕기 오쿠는 옛날 떡시루에 떡을 찌던 방식을 응용한 제품 같습니다. 중탕기 아래에 증기를 만들 적당량의 물을 붙고 가열하면서 그 증기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열을 가두어서 음식을 익히는 방식이 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비해서 전기세가 좀 많이 들 것 같은 생각과 뒤에 설거지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계기로 아내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일에 내가 동참하게 되고 아내는 내가 사진찍고 글을 쓰는 일에 협조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한 가치로 다가 옵니다. 다음에는 돼지고기 중탕에 도전 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