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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조중동과 지역신문

by 장복산1 2010. 11. 21.

나에게는 10여년이 넘도록 매주 포스코에서 자사 홍보를 위해서 주간신문으로 발행하는 사보인 포스코신문이 배달되고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어김없이 우리 동네 반장님이 전해 주는 창원시청 홍보지인 창원시보도 배달된다.

이와 같이 회사 홍보목적의 사보(社報)나 공공기관의 홍보를 위한 시보(市報)정도라면 이미 신문을 발행하는 목적을 독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발행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다소 과장해서 쓴 기사라는 사실을 전제로  신문기사를 읽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 언론기관에서 발행하는 신문이나 방송은 공공성을 전제로 객관적 시각에서 공정한 보도를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 국민들은 기사를 읽고 방송을 청취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에는 조중동이라는 신조어가 인터넷 공간을 떠돌며 심지어 공적영역에서도 공식화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조중동이란 우리나라의 대표적 메이저 신문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일컬어 줄여 쓰고 통용되는 용어인 모양이다.


나는 지난달 창원대학교 강당에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유시민이 본 언론”이라는 강의를 듣고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반박하는 글을 쓴 일이 있다. 진보와 개혁세력의 대표주자라고 하는 유원장의 강의는 대체로 조중동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중동은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국가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가공하고 편집해서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국민들은 반복적 학습효과를 통해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왜곡된 기사를 사실(fact)로 받아 드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적 메이저 언론인 조중동의 편집권이 국가권력과 사주의 의사에서 독립하지 못하고 사실왜곡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국민들의 의사와 관계없는 새로운 언론권력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논리에 나는 선 듯 동의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정치인 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국민들을 동서로 편 가르기 하더니 이제는 언론마저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기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언론의 편집권독립을 장담해도 어차피 또 다른 사람인 편집국장의 사고와 편집방향에 따라서 언론사마다 기사나 편집내용은 달라지기 마련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고사 성어를 떠 올리며 오직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절대적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도 어쩌면 인간의 분명한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기모순에 빠질 염려가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나는 지난 15일 창원시청에서 열린 시정경연을 보도한 모 지역신문의 기사를 보면서 사실(fact)도 조작수준의 왜곡보도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새롭고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고 소름끼치는 전율(戰慄)을 느끼고 있었다.


진해 육대부지 교육특구 지정을” 이라는 크고 굵은 제하는 창원시정경연을 보도한 기사는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어학·개발관련 IT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특구로 지정하고 영어마을을 조성하자는 인용부호까지 동원하여 현장감 나게 머리기사로 쓴 기사의 내용을 일반적인 상식수준의 사고로 살아가는 내가 미처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구, 육군대학 부지는 마, 창, 진 통합과정에서 통합시 명칭을 창원시로 정하는 것을 전제로 통합청사 제1순위로 지정하고 창원시가 용역비 9억을 마련해서 타당성조사 용역의뢰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해지역 주민자치위원회 협의회장이라는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할 말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똑 같은 사실(fact)을 다른 언론기관들은 한 결 같이 “마산 도심 스토리텔링으로 도시재생” 이라는 기사를 중점보도하면서 육군대학 부지를 어학·개발관련 IT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특구로 지정하는 영어마을 조성을 요구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는 찾기가 어려웠다.

당일 시정경연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이나 해당 내용을 발언한 본인에게 직접 확인해본 이야기의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나는 모 지역신문의 보도 내용은 의도된 사실 왜곡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총기나 말이 뜻하는 내용을 “말귀”라고 한다. 말(言語)에도 귀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글도 행간을 이해하며 읽으라는 말도 있다.

어쩌면 내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글의 행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인지 모르지만 지역신문에도 조중동 같은 메이저 신문이 권언유착 (權言癒着)의 깊은 고리를 형성하면서 여론조작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번 나는 경상남도 각 시,군에서 언론사들과 계약한 연정광고의 광고금액 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한 경험이 있다.

공개된 정보내용들 중에는 경상남도 각 시군의 공공광고비가 유달리 모 지역신문사에 집중된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각 시,군에 따지며 물어보자 언론사별 신문의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배분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오늘따라 유난히 그 답변이 자꾸 변명같이 들리면서 조중동과 특정 지역신문의 연관성을 연상하는 이상한 의문을 나는 아직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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