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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개명(改名)이 필요한 창원시 시정경연(市政經筵)

by 장복산1 2010. 11. 29.

사람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우선 상대가 하는 말(言語)을 귀로 듣고  그 정보를 뇌로 전달하면 자신의 뇌에 그간 축적된 지식과 상식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여 반응한다. 다음은 상대가 쓴 글을 눈(眼)으로 읽고 뇌로 전달하면 같은 방법으로 외부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사람이 외부 정보를 받아드리는 경로는 피부를 통한 감각기능이나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는 방법도 있다.


그 뿐이랴 심지어는 자신의 뇌에 축적된 여러 정보들을 활용해서 상상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기도 하고 얼굴의 표정이나 눈치, 코치까지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구태여 거북스럽게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기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말이다.


얼마 전에는 어느 친선모임에서 골프라운딩을 하던 중에 소규모로 건설업을 하는 박모 사장이 자신의 이름과 가족이름 까지 개명(改名)하고 심지어 자기 사업체의 상호까지 바꾸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가끔 어떤 사유로 사람의 이름을 개명하는 경우는 보아도 가족의 이름과 사업장 상호까지 개명을 한다는 사실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 그 사연을 캐물어 보았다.


진해, 마산, 창원이 통합된 이후로 사업도 어려워지며 가족문제까지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서 어느 역술인에게 물어 보았더니 개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어이없는 답변이다.

좀 엉뚱하고 어이없는 그의 답변을 비난하며 핀잔을 주자 그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너무도 정확하게 자신이 현제 처한 상황이나 집안내력까지 정확하게 그 역술인이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름을 개명(改名)해야 한다는 그의 말을 거역할 자신이 없어서 건당 백만 원씩 주고 개명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다.


현대과학으로 보면 한심한 일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런 일들을 그냥 나약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서 돈벌이나 하려는 미신이거나 속임수로 넘기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마치 기계처럼 정해진 Process 에 의거 진행되는 자신의 앞날을 정확하게 내다보고 예측할 수 있다면 아마 또 다른 부작용이나 더 큰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단지 인간은 자신의 앞날을 대충 짐작하거나 예감이라는 정보수집 수단으로 습득한 어떤 감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불확실한 정보로 생산한 예감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 때문에 로또복권이 계속 팔리고 운영될 것이다.


창원시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시정경연(市政經筵)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 시장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들을 청취해서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아주 좋은 취지의 제도다.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시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진보적 사고에서 출발한 발전적이고 민주적 방식으로 시민들의 시정참여를 보장한 훌륭한 제도다.


그런데 시정경연(市政經筵)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지라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국어사전은 경연(經筵)을 고려·조선 시대에, 임금이 학문을 닦기 위하여 학식과 덕망이 높은 신하를 불러 경서(經書) 및 왕도(王道)에 관하여 강론하게 하던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위키백과도 경연(經筵)을 왕에게 유학의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진강(進講)하고 논의 하던 교육 제도며 중국 전한 때에 황제에게 유교 경전을 강의하는 관례가 생겼던 것이 원류로 추정한다는 해설이다.


시정경연(市政經筵)이라는 이름을 살피며 그 속내를 알고 보니 괜스레 갑자기 국민주권시대에 살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군주주권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창원시가 운영하는 시정경연의 취지나 운영방식에 별 문제도 없는데 별거 아닌 것을 가지고 이유 없이 생트집을 잡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정경연(市政經筵)이라는 이름이 마치 창원시장을 왕으로 모시고 시정의 주체인 시민이 신하가 되어 임금 앞에서 경연(經筵)을 한다는 상상을 하다보니 이를 암시(暗示)하는 것 같은 속내가 왠지 내 기분까지 흔들어 버린다.


더구나 창원시민이 창원시장 면담을 요청해도 담당공무원들이 눈치껏 알아서 시장면담을 적극 저지하고 거절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내가 직접 경험해본 터라 시정경연(市政經筵)이라는 하찮은 이름에도 기분이 나쁘고 거부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시정경연에 참여하는 시민을 시장이 선정하고 지명하거나 시정경연에 참여할 시민들의 발언수위를 사전에 담당공무원들이 조율하고 간섭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주권재민(主權在民)시대를 사는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시정경연(市政經筵)제도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그 이름부터 개명(改名)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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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도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