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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결론 없는 시대적 담론(談論), 정의(正義)

by 장복산1 2010. 12. 4.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나도 무척 궁금하던 질문이다. 얼마 전에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마침 2010년의 우리사회 화두인 마이클 센델의 정치철학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50만부나 팔리면서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인기가 한창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보기보다 급한 성격만큼이나 아직도 버리지 못한 조급증 때문에 진득하게 책 한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책의 제목이 주는 매력 때문인지 책을 한번 빌려볼 요령으로 부탁을 해 보았지만 다른 누가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소식이 없다. 


아직은『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지 못했지만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이야기같이 어차피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누구나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살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는 똑 같은 한 가지 사실(fact)을 가지고 로맨스와 불륜의 극단적 시각에서 바라보면서도 모두가 자기를 중심으로 한 사고와 주장에 매몰된 착각 속에서 세상을 사는 것이다. 모두 자기 잘난 멋에 세상을 살고 자기가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착각하며 세상을 산다는 이야기다. 마치 정의도 맹인모상(盲人摸象)같이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각자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결론 없는 주장이거나 이상일 뿐이라는 짐작이다.     


다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생각하는 '정의' 는 다원주의적인 사회에 살면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윤리적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솔직한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사회통합의 기초인 상식과 소통으로 협상과 계약에 의한 절제된 정의를 이야기할 뿐이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진정한 정의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또한 인간의 분명한 한계다.    


최근에는 25만 건에 달하는 미국 외교전문 공개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위키릭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39)가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위키릭스는 위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위키피디아의 집단지성을 모델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다. 2007년 개설된 위키릭스는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잘못된 행위를 폭로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어산지는 “우리의 목적은 권력 남용을 통해 사회를 반시민적으로 이끌려는 조직에 맞서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며 “법이란 힘 있는 사람이 ‘이것이 법이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힐러리 클린턴이 법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사회적 약속과 질서를 이유로 권력의 남용을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죄가 되는지 하는 문제도 정의라는 잣대로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공평한 사회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주의 집단인 북한에서는 공평하지 못한 권력의 3대 세습이 진행되고 있다. 경쟁을 통한 부의 축적을 사회발전의 가치로 삼는 자본주의 집단인 대한민국에서는 경쟁 없는 부의 3대 세습이 아무렇지 않게 용인되고 있다. 무고한 연평도 주민들을 무차별 포격한 사실을 현역 육군 장교가 “서해 연평도 포격 책임은 남한에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매 한 대에 100만원이라는 재벌2세와 노조원의 비대칭적인 신분과 강요된 계약이 보여주듯 어떤 경우라도 인간은 자기 나름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모순으로 얼룩지고 엉크러진 원칙과 상식 없는 변명까지 준비하기 마련이다.


“처녀가 임신해도 할 말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나 단순히 지어낸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에는 음과 양이 있고 남녀가 있으며 정의와 불의가 있다. 음양과 남녀는 서로 조화를 이루는 보완의 관계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남과 북이 충돌하며 여와 야가 타협할 줄 모르고 낙동강 물길마저 충돌하고 있다. 동서가 갈리고 진보와 보수가 갈리면서 원칙과 상식 없는 주장들만 난무한다. 마치 편을 가르고 줄서기에 전 국민이 목을 매는 현상이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센델의『정의란 무엇인가』에 국가적 환호를 보네며 ‘정의’ 에 목을 매고 공정한 사회에 목말라하는 우리의 현실과 사회적 기표(奇表)를 바라본다.

이제 결론 없는 시대적 담론(談論)인 정의(正義)라는 거대담론은 잠시 접어 두자, 그리고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우리 모두 소원 해 보자. 그리고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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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면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