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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시민운동과 땅 따먹기

by 장복산1 2011. 5. 10.

시민운동과 땅 따먹기


옛날 우리가 어릴 때 즐겨하던 놀이 중에는 남자 아이들은 자치기나 제기차기를 즐겨했고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남녀가 같이하는 놀이로는 술래잡기나 땅따먹기라는 게임이 있었다. 땅 따먹기는 비록 단순한 아이들의 놀이지만 우리 선인들의 땅에 대한 친숙함, 그리고 더 넓은 토지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놀이라 하겠다. 옛날 서민들은 한 치의 땅이라도 자기 땅을 소유한다는 더 큰 소망을 걸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큰 원이나 사각형을 그리고 둥글납작하고 겉이 매끈매끈한 바둑알만한 돌이나 사금파리를 깨어 바둑알 만하게 둥글게 갈아 만든 망(돌)을 준비한다. 각자가 한 구석에 자기 손 뼘으로 반원을 그려 놀이의 시발점이 되는 자기 집을 그린다. 다음은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하고 망을 세 번 만에 튕겨 자기 집에 돌아오면 망이 지나간 자리를 금으로 그어 자기 땅으로 만든다. 집과 집 사이, 또는 자기 집과 벽 사이의 길이가 뼘으로 재어 한 뼘이면 선으로 이어 그 사이를 자기 땅으로 갖는다. 다른 사람의 땅으로 튕겨서 들어간 망이라도 튕겨서 돌아오면 남의 땅을 따 먹을 수도 있다.


자기 집 안으로 말을 놓지 못하거나 너무 세게 튕겨서 말이 선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음 사람에게 순서를 넘겨줘야 한다. 따 먹을 땅이 없을 때까지 계속하고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한 번에 모두를 취해서 다 먹겠다는 욕심보다는 차근차근 순서와 규칙을 지키며 야금야금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여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최근 나이가 들어 뒤 늦게 시민운동을 한답시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의 꿈을 가지고 사회개혁운동에 참여하면서 가장 큰 고충이 서로 소통하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다보면 서로 주장이 강해 토론을 통해 결론이 잘 나지 않는다. 감정이 격해져 결국 탈퇴하는 회원도 있다. 무엇보다 모임에서 서로 진지하게 토론하고 이야기 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대부분 시민운동단체들의 주의주장은 지역이나 국가적 이슈가 선정되기 마련이고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주제들을 선택하게 된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인 큰 물줄기자체를 과감하게 바꾸고 개혁할 수 있는 혁명적인 시민운동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향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어차피 기득권이 존재하기 마련이라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세력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치 땅 따먹기 게임에서 한 번에 모두를 취해서 다 먹겠다는 욕심을 부린다면 게임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체로 시민운동은 모두가 가장 크고 이슈가 되는 문제를 제기해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성공한다는 생각들을 고집한다.


내가 크고 소중한 가치는 상대도 크고 소중한 가치로 여기기 마련이라 이를 지키려는 기득권의 강한 반격과 충돌하기 마련이다. 차라리 인터넷이 발달한 1인 미디어시대에는 시대에 맞게 땅 따먹기 식으로 야금야금 작은 일부터 바꾸고 고치는 시민운동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인터넷의 가치전달 체계는 보통 오프라인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해이다. 이용자들은 각자의 의도대로 활동하지만 이용한 흔적이 축적되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급기야는 새로운 차원의 창조물이 이루어진다.


프랑스 인류학자 피에르 레비는 집단적 활동이 축적되어 차원 높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을 학문적으로 정의하여 집단지성이라고 칭한다. 이제는 사회개혁을 위한 시민운동도 인터넷을 통한 1인 미디어시대에 맞게 시민들의 지혜를 SNS로 모아 집단지성으로 유도할 때다.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집단 바보의 현상으로 귀결되는 경우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가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쉽게 외부의견에 동조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시민운동과 땅 따먹기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크다는 생각이다.  지역에서도 경남 도민일보에서 메타불로그로 운영하는 갱불이나 100인 닷컴 같은 블로그 공동체가 시티즌파워를 형성하며 이미 집단지성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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