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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의식에 대한 이해

by 장복산1 2011. 5. 11.

 

민주주의(民主主義)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국민이 어떤 권력을 가지고 어떻게 행사하느냐 하는 구체적인 문제를 따지고 보면 대의제(代議制)라는 제도가 선거라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권력을 위임하게 되고 실제는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연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임하는 선거행위를 하면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권력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골라서 위임하느냐 하는 것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난 보궐선거의 결과를 가지고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정치개혁을 서두르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으로 보아 선거를 통한 민심의 표출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그러나 정치나 권력의 습성상 민심을 천심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깃털만큼 가벼운 생각들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강한 의문으로 남는다.  나도 60평생을 살면서 세상에 너무나 무관심했고 오직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라는 울타리를 보지 못하고 살아 왔다. 선거도 남이 하는 것이니 나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별 생각없이 그때 그때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를 했다는 것이 아마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어쩌다 평범한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차때기 같은 수 억대의 돈들이 오고 가는 권력형 부조리가 터져도 언론을 통한 정보를 접하고 죽일놈이라고 욕이나 한 번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더 이상은 아예 관심조차 없이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나의 소중한 권력을 함부로 아무에게나 위임하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단지 이런 일들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무관심으로 대응하며 침묵하는 다수의 편에서서 둥굴둥굴하게 세상을 사는 것이 현명한 생활방식이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 왔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이제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지역문제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잔소리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특별히 내가 잘아는 일도 없거니와 나는 지방자치나 민주주의에 대한 학문을 공부한 사실도 없다. 다만 세상을 살면서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원칙과 상식의 잣대를 들고 바라본 주변의 일상들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다는 생각으로 따지고 글을 쓰는 일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보는 자신의 눈이 바뀌고 말았다.

 

과거 진해시에서는 진해 내수면연구소 저수지 주변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자연생태공원을 연결하는 여좌천을 따라 조성된 데크로드는 나이든 사람들의 산책길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지역주민들이 아침 산책을 즐기는 코스가 되었다. 내수면연구소 저수지 주변에는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시에서 운동기구들을 설치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운동을 하며 줄기는 명소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그 공간에 자전거타기, 걷기운동, 파도타기운동기구 등 다섯가지의 새로운 운동기구도 설치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서 자전거타기 운동기구의 한 쪽페달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주민들 누구도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고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아마 내가 우리집 마당에 100여만원 가까이 투자해서 장만한 자전거타기 운동기구가 몇일 가지 못하고 페달이 고장나서 달아나고 없어졌다면 난리가 날 것은 뻔한 사실이다. 

 

                                               자전거타기 운동기구 한 쪽 페달이 고장나서 흔적조차 없다.

                                        주민들이 아침운동을 하기에 너무 좋은 자연환경과 분위기있는 명소다.

 

 

내가 잠시 지켜보는 사이에도 서 너명은 자전거타기 운동을 하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한 쪽 페달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일어나는 일만 반복되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도 고장난 운동기구가 수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주민 누구도 시청에 고장접수조차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도 막상 이 문제를 창원시청 어느 부서에 전화를 해야 할지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며 홈페이지를 뒤져 보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진해구청 민원실 부터 시작해서 서 너번 이상 전화를 돌리고 돌려서 헤메다가 겨우 운동기구 고장사실을 신고하고 접수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고장난 자전거타기 운동기구가 수리되었는데 한 열흘이 지나자 똑 같은 상황이 다시발생하고 말았다. 그러나 하루에 100여명 이상의 주민들이 지나 가고 운동하는 장소에  고장난 공공시설물의 수리를 접수하거나 요구하는 주민들이 없다는 사실이 이상한 일이다.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의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진해 내수면연구소 생태공원에는 고장난 자전거타기 운동기구가 방치되어 있으며 여좌천 주변 화분에 식제된 꽃들은 의식없는 주민들이 나만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화분에 심은 꽃을 자기 집으로 뽑아간 흔적들이 여기저기 상처로 남아있다. 

 

나는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의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있고 우리라는 울타리를 인식하지 못하면 결국은 나도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같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침묵과 무관심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양심으로 주위를 살피고 우리를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고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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