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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그래도 아직은 구정이 명절 맞습니다.

by 장복산1 2012. 1. 21.

섣달 그믐을 제석 (除夕)이라고 하고 제야(除夜)라고도 합니다. 요즘은 제야(除夜)의 종을 양력으로 12월 말일 밤 자정에 울립니다. 그러나 원래 제야(除夜)라고 하는 섣달 그믐은 음력 12월 마지막 밤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만해도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속설 (俗說)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화로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날 이야기를 하며 닭이 우는 새벽까지 밤을 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다 쓰러져 자는 날이면 여지 없이 짖궂은 어른들은 눈섶을 하얗게 밀가루로 칠해놓고 잠이 깨면 놀리던 일들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섣달 그믐에는 한해 동안의 모든 거래를 깨끗이 청산하는 관행이 있어 밤늦게까지 빚을 받으러 다니곤 했는데 일단 자정을 넘기면 정월 보름까지는 빚 독촉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초에는 감히 빛 독촉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무엇을 빌려달라거나 하는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 자체도 아예 금기시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이나 추석같은 큰 명절을 바로 앞두고 서는 시장을 대목장이라고 합니다. 장마다 정초에 먹을 음식이며 설빔을 산다고 시장은 북적대기 마련입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목이 되면 시장골목은 인산이해를 이루고 대목장사를 한다고 새벽부터 일어나 장사를 준비하고 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대형유통들이 지역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하며 재래시장에서는 대목을 잊어버린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도 섣달 그믐이 가까워 오면서 오늘은 진해 중앙시장도 대목장을 보려고 나온 고객들로 시장골목이 오래만에 제법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주로 과일가개나 야체가개가 있는 골목에는 사람들이 좀 오갈뿐 조금만 떨어진 시장골목은 한산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구정이 명절이라고 고기를 파는 정육점이며 과일가개나 야체가개들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나는 사실은 전통 재래시장들이 시장의 규묘나 가격경쟁력에서 대형마트들과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해 중앙시장만 해도 총 점포수나 취급품목의 다양성을 따진다면 진해시내에 있는 어느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클뿐 아니라 시장에서 취급하는 제품들도 다양합니다. 진해 중앙시장에는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도저히 취급하기 어려운 특별하고 다양한 품목들이 많습니다. 

 

 

 

그런대 무슨 이유로 그토록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재래시장들은 대형유통과 경쟁하지 못하고 지역상권을 그렇게 쉽게 넘겨주고 말았는지 허탈한 생각까지 듭니다. 과연 대형유통들과 재래시장의 다른점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재래시장들은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제품진열방식에 다양한 점포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형유통들은 규격화한 진열방식과 규격화한 점포운영프렛폼으로 무장을 했습니다.

 

마치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모든 것이 규격화하고 획일화해 가는 모습과 비슷한 생각을 해 봅니다. 마치 사람들의 손으로 하던 수제산업들을 기계화 하면서 실업자들을 양산하던 시대적 변화와 흐름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간 정부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무너버리는 재래시장들의 상권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매년 막대한 국가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에서 그토록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지원하는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지난 한 해동안 날로 쇄락하는 진해중앙시장의 상권을 살려보려는 노력으로 '진해 서부상권활성화 추진위원회'라는 상인조직을 만들어 재래시장의 상권활성화 운동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일들은 정부가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고민보다는 단순하게 국가예산을 집행하고 낭비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재래시장의 현실이나 실정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상인들의 참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상인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진해중앙시장번영회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어 보려는 노력은 너무 많은 장벽을 만났습니다. 우선 공직사회에서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받아드리거나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 단체장들의 복지부동이거나 아니면 직무유기라는 생각을 나는 아직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구정이 명절이 맞습니다. 재래시장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