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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골목분식을 29년 지키는 칼국수 이야기

by 장복산1 2012. 3. 1.

칼국수, 수제비, 비빔 칼국수, 콩 칼국수, 냉 국수, 자장면이 4,000원 균일 이라는 차림표에 조금은 서툴게 손으로 쓴 비뚤 비뚤한 글씨체가 이체롭게 눈에 들어 옵니다. 어림 짐작으로 30여년 전의 일로 기억을 합니다. 진해 아마추어사진동우회라는 사진써클을 만들어서 같이 활동하던 지인이 전화를 했습니다.

 

얼마 전에 우연히 진해 아마추어사진동우회에서 사진할동을 같이 하던 홍선생을 만났습니다. 오래된 기억들을 곰씹으며 나누던 이야기속에 하던 골목분식 이야기를 잊어 버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1979년이니 족히 30년이 넘었습니다. 진해화학에 근무하면서 우리와 같이 사진활동을 하던 윤선생이 퇴직하면서 진해 동진중학교 앞에 골목분식이라는 분식점을 차렸습니다. 변함없이 30년 간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같은 진해에 살면서 한 번 찾아가지도 못하고 무심했던 자신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슴프레하게 골목분식 모습이 떠 오르며 윤선생님 얼굴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고 날을 잡아 홍선생과 같이 칼국수를 한 그릇 먹으러 가자는 약속을 했던 일이 있습니다. 골목분식은 여전하게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간판도 출입문도 차림표도 그 때 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반갑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입문을 들어 섰습니다.

 

세월마저 멈추어 버린듯 한 차림표가 이체롭게 눈에 들어 옵니다. 갑자기 고장난 벽시계라는 노래 가사도 떠오릅니다. 윤선생 내외분은 우리를 가까운 친척같이 아주 반갑게 맞이 합니다.

 

 

 

칼국수 맛도 3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 넘어 그 때 그 맛을 지키고 있군요. 차림표에 쓰여있는 글씨에는 세월마저 녹아있는 듯 정겹습니다. 차림표 가격이 균일가라는 시실은 칼국수가 이 가개의 유일한 메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푸짐하고 넉넉하게 담아내는 국수의 양과 정성이 가득한 칼국수 맛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 왔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칼국수의 맛과 넉넉한 윤선생 내외분의 인심을 담아 넵니다.

 

 

혼자 먹기는 너무 양이 많다는 생각을 했던 골목분식 칼국수를 마지막 한 가닥까지 알뜰하게 긁어 먹으면서 지나간 이야기들이 끝일줄 모르고 이어집니다. 지난 30여년 간 골목분식을 운영한 윤선생께서 벌써 85세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무척 건강한 윤선생 모습이 무엇보다 보기 좋았습니다. 가개에 딸린 작은 방에는 빛 바렌 사진들이 오랜 새월을 간직하고 벽에 걸려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진해 시민들에게 무료사진강의도 하고 야외출사도 함께 다니던 열정들이 새삼 그립습니다. 그 때 그 시절 진해아마추어사진동우회 연구부장을 하던 진해여고 문재세 선생도 생각이 납니다. 기술부장을 하던 진해 TMO 유호원 중위, 학술부장을 하던 유재활 해군 중위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커다란 냄비에 라면을 끌여서 오손 도손 둘러 앉아 냄비뚜껑 받쳐 들고 먹던 라면 맛도 이제는 그립습니다. 새삼 스럽게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다는 생각을 하니 문득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도 되 돌릴 수 없는 자신의 지난 모습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1979년 3월 30일 진해 우일예식장에서 하던 카메라사진 무료 강습회 사진을 찾았습니다. 지금 12,015일 전의 내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아~ 나도 무척 젊었군요. 

 

             <언제나 4,000원이면 칼국수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골목분식, 월요일은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