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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산삼캐러 갔던 유정농원 이야기

by 장복산1 2012. 8. 9.

거창읍 상림리 허름한 2층 건물이었습니다. 입구에는 '신지식 임업인의 집'이라는 작은 나무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아래는 산림청장 직인이 있고 위에는 1999-9호 황조연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무실에는 오랜 세월의 냄세가 베어있는 낡은 서류들과 산삼, 더덕과 여러가지 임산물의 종자들이 표본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사실 나는 이번여행을 같이 하기로 한 후배를 따라 영문도 모르고 접하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칠순이 넘어 보이는 황조연 선생은 조용한 어조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자신이 43년간 오직 산지개발에 혼신을 다한 이유부터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원은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지라고 합니다. 세계는 이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경쟁하기 마련인데 자원을 잘 개발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는 나라는 도태되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지난 43년간 산지를 개발하고 산림복합경영을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황조연 선생이 건네는 명함에는 '특별임산물관리협회이사''한국산양삼재배자협회이사''한국산림복합경영인협회이사'라는 직함이 들어있습니다. 산림분야에 다양한 직함만큼이나 사무실도 온통 임산물과 산삼, 더덕 표본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황선생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은 공산품보다는 오히려 약초재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우리나라의 지형적인 문제도 있지만 뛰어난 토질은 약초재배의 적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토질이 좋아 황조연 선생님 할아버지가 캤다는 물고인 더덕 이야기도 하더군요. 간혹 오래된 더덕속에 빈공간이 생기고 여기에 황백색의 물이 고이는 더덕이 있는데 이런 더덕은 부르는 것이 값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덕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내서 재배를 실험하기도 했지만 이직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누구도 산삼의 재배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할 때 황조연 선생께서는 실패를 거듭하는 독학으로 밀어 붙여서 결국은 장뢰삼과 산양삼의 재배에 성공하고 산삼재배의 초석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일단 점심을 먹고 황선생의 안내를 받으며 덕유산 기슭 깊은 산속에 있는 유정농원의 산양삼 재배단지로 향했습니다. 입구에는 CC TV가 설치되어 있고 출입문도 자동개페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창군 거창읍 가지리 692에 위치한 유정농원은 전체면적이 45ha 정도라니 대략 13만평의 면적에 3중 철조망이 둘러쳐 있습니다. 사실은 같이 동행하는 석종근님의 연줄로 이 농장의 관리사에서 하루밤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일행 중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와 이용욱님이 돌아 가야 할 사정이 생겼습니다. 결국은 남는 사람 둘이서 하루밤을 묵기에는 너무 깊은 산중이고 출입문의 자동개페장치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숙박문제는 뒤로 미루고 차를 타고 4km가 넘는 임도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차를 타고 경사진 산지를 구불구불 오르다 보니 마치 원시림같이 울창한 수목들 사이에는 황선생이 40여년을 가꾸어 온 산림들이 정돈된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황선생은 주목, 낙엽송, 자작나무, 황백나무 군락지를 지날 때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설명을 합니다. 해발 600m 지점에 베이스켐프 같은 농막이 또 있습니다. 거기서 차를 세우고 올라가는 동안 생도라지, 고사리, 더덕, 잔디, 두충, 산초 등 약제를 키우고 있는 모습들도 목격되었습니다. 정력에 좋아 남자들 기를 살린다는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에 모두가 관심들이 많습니다. 황선생께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삼지구엽초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가지가 3개에 잔잎이 3장씩 모여 있어 삼지구엽초라 부르는데, 매자나무과(―科 Berberid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경기도 이북지방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창에서 재배하고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삼지구엽초는 음양곽(淫羊藿)이라고도 하고 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강장제· 강정제로 차를 끓여 마시거나 술을 빚어 마셨고, 발기부전이나 만성관절염, 월경불순의 치료제로도 쓰였습니다.

 

                                 (산양삼은 입이 5개고 빨간 씨앗을 '딸'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산양삼을 재배하는 구역은 돌비석으로 식재년도를 구분해서 표시하고 있더군요. 일행인 석종근님이 12년산 삼 5뿌리를 구입하기로 하고 황선생이 직접 캐어 낸 삼들입니다. 자연산 산삼은 잔 뿌리가 많다는 이야기도 하고 산양삼이나 장뢰삼도 산에서 재배하는 삼은 효능이 산삼과 같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배하는 삼은 3년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옮겨 심으면 잔뿌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이런 일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는 그냥 고개나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을 뿐 입니다.   

 

황선생께서는 한 뿌리에 10만원을 상회 한다는 10년 넘은 삼들을 우리 일행 모두에게 한 뿌리씩 돌아가도록 넉넉하게 캐서 선물을 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쉽지 않은 산삼재배지를 구경할 기회에 귀한 선물까지 받고보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용히 정성스럽게 자신이 재배한 산양삼을 포장하는 황조연 선생님의 모습은 고집스럽게 43년간 조국산하를 지켜온 '신지식 임업인'의 참 모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황조연 선생님의 뜻을 이어 우리의 산지개발에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유정농원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http://www.055-942-4674.kti114.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