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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정치인들은 선비정신의 가치를 주목하라.

by 장복산1 2012. 10. 15.

선비문화 가을호에서 우리나라 선비정신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해하는 진정한 선비는 집안의 어른이자 고을과 나라의 지도자였고, 사회의 교사이며 학자이자 공직자들이었다. 그러면서도 분주하게 이곳저곳을 떠돌지 않았고 이 일 저 일을 탐하지 않았다.

 

고요하게 자신을 수양하면서 우주, 자연, 그리고 사람의 이치와 도리에 대해 탐구했다. 이들은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반성했고, 남을 타율적으로 이끌기 보다는 자신의 허물을 바로 잡으면서 저절로 따라오게 했다. 서책을 만지면서 공부에 전념하다가 위난의 상황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은 초개와 같이 버렸다. 공직에 나아가서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로 봉사했다.

 

지식과 인격이 모두 추앙할 만해도 부귀와 영화에 매달리지 않았다. 재야에 있으나 조정에서 관직을 맡거나 상관없이 우국충정으로 나랏일을 걱정했고 백성들의 끼니를 마련하고 도덕을 바로 세우는 일을 도모했다. 전원으로 돌아와서는 향리의 자제들을 친자식처럼 교육했다." 아무리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도 모두가 한 번은 참으로 새겨 보아야 할 선비정신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제36회 남명선비문화축제가 열리는 산청을 다녀왔습니다.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 이사이며 남명 조식선생의 13대손 조옥환 부산교통 회장이 진해까지 보내준 버스를 타고 우리 일행은 산청으로 출발했습니다. 나는 진해에 유림들의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진해에는 주자학을 공부하는 주자강당도 웅천에 있습니다. 나의 이번 여행은 주자강당에서 강의를 하는 석종근님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선비문화를 경험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유익한 여행이었습니다.

 

 

버스가 진해에서 산청까지 다시 산청에서 진해까지 오 가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마이크도 없는 버스에서 선비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남명 조식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석회장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대부분의 일행은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잊혀저 가는 선비문화를 좀 더 젊은 층들도 함께 공유하고 배우며 익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을 신고하는 시도소라는 접수대도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모습입니다. 자신이 행사장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신고하는 서명을 하면 기념품을 나누어 줍니다. 선비문화 하면 쉽게 떠 오르는 모습은 슬로우시티를 연상하는 느림과 격식입니다. 선비문화는 대체로 모든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까지 하다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누군가 농담같이 하던 이야기도 생각 나는군요. 제사상을 차리는 격식이나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너무 격식에 억메이지 말고 대충차려 놓아도 제사상을 받을 조상들은 귀신들이라 모두가 귀신같이 찾아서 먹고 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대충 차려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날 남명선비문화축제의 중요 행사인 남명제례는 지루하리 만큼 아주 느리게 그리고 오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제례의 차례를 사회자가 길고 느린 목소리로 낭독을 하면 제주들이 실행을 하고 이어서 보조 사회자가 다시 진행과정을 길고 느리게 복창을 하면서 제례를 올리는 모습은 제례 참관자들도 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제례 하나도 저렇게 복잡하고 엄숙하게 지내는 과정에서 자신을 도라보며 조상을 섬기는 문화를 지금까지도 이어 왔던 모양입니다.

 

한국인의 근면성, 가족에 대한 책임감, 교육에 대한 열정의 근원은 선비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이러한 요소의 근저에 흐르는 우리 민족 고유의 경향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비정신에 있다고 할 것 입니다. 이와 같이 선비정신과 선비들의 처신은 그 시대를 규율하는 집단적 가치관과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도 결국 선비정신의 가치가 뿌리깊게 연관지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남명기념관 특설 야외무대에서 화려한 한복을 입고 펼처지는 뮤지컬 공연과 함께 다체로운 국악 축하공연들도 나에게는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산천재 일원에서는 한시백일장과 학생들의 백일장도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명기념관 입구 뜰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들이 또 다른 볼 거리를 제공합니다.

 

 

남명제례와 기념식과 공연이 끝나자 남명기념관 옆 뜰에서는 참석자들 전원에게 비빔밥으로 점심식사까지 제공하며 잔치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도 나에게는 무척 이체롭고 흥미로운 행사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언제나 서로 싸우고 다투며 경쟁만이 유일한 삶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현대생활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모습같았습니다. 나에게는 좀체로 체험하기 어려운 여유롭고 넉넉했던 지난 주말의 특별한 체험을 나는 오래 간직할 것 입니다.

 

 

 

 

 

지금 남명학 연구원과 지자체인 산청군에서는 국비를 지원받아 남명학연수원 건물을 크게 신축해서 완공단계에 와 있습니다. 연수원이 완공되면 연수원에서 숙박을 하면서 남명학을 배우고 익히며 수련하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하는군요. 좌안동 우함양(산청)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안동에는 한국정신문화 연구원을 산청에는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이날 남명제례가 끝나고 이어서 지난 15년간 남명학연구원 원장직을 수행하던 이현재 전 국무총리가 원장직을 퇴임하는 퇴임식도 같은 자리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현재 전 국무총리의 선비다운 풍체와 외모가 기억납니다. 나는 한국 선비문화연구원에 우리 정치인들의 수련과정을 꼭 포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도 어수선하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정치문화에 물든 정치인들은 이제 민족의 자산인 선비정신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사진은 행사 주최측에서 기념품으로 제공한 선비를 상징하는 손부체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