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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경제민주화와 경제민주주의

by 장복산1 2012. 10. 19.

경제민주화가 올해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면서 평소에는 경제에 관심조차 없어 경제문제에 무지한 나 같은 사람까지 경제민주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16일 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2012 경남 NGO박람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 가면서 경제문제는 숙명같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삶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왠지 경제하면 매우 어려운 전문분야의 학문 같은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산수공부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터라 경제문제는 더하기 빼기정도만 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살았습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토론회는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부원장과 경상대학교 장상환교수가 발제를하고 민주노총경남본부 진창근 부본부장과 경남대학교 서익진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장상환 교수는 사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자체가 정확하게 정의된 개념이 아니라고 합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보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각 대선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경제민주주의를 실현갰다는 약속을 하는 모양입니다. 경제민주주의란 경제생활의 운영과정에서 노동자의 지배와 통제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과연 노동자의 지배와 통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나에게는 경제민주주의가 어렵게만 들립니다.

 

민주주의 역사는 정치민주주의, 사회적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순서를 밟아서 발전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군주제나 귀족과두제를 타파하고 보편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확립한 것이라면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보장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사회적민주주의라고 합니다.

 

경제민주주의는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2항이 규정하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민주노총 경남본부 진창근 부본부장은 발제자의 발제에 대한 토론이라기 보다는 노동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설명하고 호소하는 시간으로 토론을 대체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집단적 노사문제를 특별법인 노동법이 아니라 형법과 민법으로 다루는 것은 사실상 노동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등 경영상의 문제를 쟁의사유로 할 때 불법파업으로 몰려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당하고, 업무방해죄로 형사상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 노동현장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란 소수의 강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고, 다수의 경제적 약자도 더불어 잘 사는 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론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도모하고 경제에 관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원칙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누구나 동의하는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각론에서는 같은 말이나 단어도 하늘과 땅 만큼이나 해석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은 어렵고 "경제민주화"라는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 올해 대통령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벌개혁'이라는 재벌과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용어보다는 경제개혁이라는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한 발제자가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농지개혁'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하더군요. 

 

한국의 농지개혁은 8·15해방을 계기로 실시되었으며, 일제시대의 지주적 토지소유를 해체하고 농민적 토지소유를 확립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농지개혁은 제헌국회에서 통과된 합법적인 법률에 의하여 시행되었습니다. 지주에게 지자증권을 발급하여 5년간 분할상환하였으며 소작인에게도 5년간 분할상환 받았습니다.

 

농지개혁은 김유정의 소설 '만무방' 속 소작인들의 비참한 현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혁명적 사회변화를 이룩하게 됩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을 위아래 계층으로 이동시키고 뒤섞이게 한 한국 전쟁은 사회문화적으로 잔존하던, 기존의 반상의식 같은 봉건적 의식마저 뿌리채 뽑아버렸습니다.

 

소설 '망무방'에 출연하는 응칠은 소작농이었으나 뼈빠지게 일을 해도 추수하고 나면 남기는커녕 빚만 쌓여가는 현실을 견디지 못해 살림살이 전부를 빚쟁이에게 던져주고 아내와 어린애들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합니다. 부부가 구걸하면서 지내지만, 아이 하나 건사할 수 없을 정도로 막장에 몰리자 아내의 제안으로 헤어지고, 아내가 어디서 재가라도 해야 아이가 굶어죽기를 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제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가 이제는 이와 같은 각박한 현실이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 지수는 토지개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강남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으로 대비되는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도 결국 토지 소유의 양극화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장사를 하는 진해 중앙시장에 불과 50여 미터 되는 골목에 25개 점포가 있습니다. 골목 양 편에 줄지어 있는 25개 점포 중에서 자기점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고작 3명 뿐입니다.

 

농지개혁을 하던 시기에 농촌에서 농사 일을 하는 소작농들은 뼈빠지게 일을해도 추수하고 나면 남기는 커녕 빚만 싸여가던 시절같이 이제는 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수 많은 소상인들은 뼈빠지게 장사를 해도 매달 점포 임대료를 맞추기에 급급한 것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재벌들의 모든 재산을 국가가 환수해서 국민들에게 분배하는 경제개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자기가 일하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 어쩌면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경제민주화'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