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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나는 딸내미에게 너무 무심한 아비였다.

by 장복산1 2012. 12. 4.

얼마 전 페이스 북에서 홍콩에 근무하는 딸내미가 100km를 25시간 29분 만에 완주하는데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무심결에 “좋아요.”만 누르고 페이스 북의 딸내미 타임라인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그냥 있을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100km라면 250리나 됩니다.


우리식으로 250리라는 거리를 달리건 걷건 하루가 넘는 시간에 완주했다는 사실을 아비가 알고도 72명이 누른 “좋아요”나 한 번 누르고 시침을 때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호들갑을 떨며 자랑을 해야 할 문제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보니 내가 너무 무심한 아비가 된 것 같았습니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을 해 봅니다.

     

Linda Hj Lee

11월 17일 Yuen Long Market, Hong Kong 근처에서 모바일에서.

Finally finished another OTW 100km in 25hrs29min... I was Almost dead at tai mo Shan, but my lovely teammate carried me all the way stage 8, couldn't stop there...we made it!!

 


다시 페이스북을 열고 서툰 영어솜씨로 “How you can 100km in 25hrs29min... be careful your health...” 라는 댓글을 달고 나니 아내에게 딸내미 전화가 옵니다. 그리고 100km 달린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가족의 의미와 가족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영어로 가족(Family)이란 단어는'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각 단어 첫 글자를 합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식이면 어머니가 먼저 들어가야 할 단어에 아버지가 먼저 들어갔다는 사실도 좀 흥미가 있군요.

 

내가 태생이 무뚝뚝하고 상대에게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라 그런지 우리 가족은 비교적 서로 아기자기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 입니다. 그냥 서로 눈치로 알아서 자기가 할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보니 자연히 가족간에 대화가 적다는 것이 늘 아쉽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큰 딸은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한지가 4년이 넘었습니다. 아들은 아프리카 루안다에 가 있습니다. 막내는 안양에서 직장생활을 합니다. 우리 내외는 진해에 살면서 가족들이 모두 이산가족 같이 살다보니 가족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은 생각입니다. 딸내미가 100km를 달렸다는 사실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았고 아비는 "좋아요"나 누르고 맙니다. 아비가 너무 무심한 것 같은 생각입니다.

 

가족 (家族)을 국어사전은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고 하며 대개 한집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한집에서 살아본 기간이 떨어저 산 기간보다 더 적습니다. 가족이란 다른 개체들이면서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엉켜있는 존재들이라는 군요. 공동체감이 우선시 되다보니 갈등도 있고 상처도 생기고 미움도 있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함께 보낸 시간들, 서로의 보살핌이 주는 든든함,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는 따스함, 이런 감정들이 살아있는 정으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서로가 떨어저 사는 기간이 길다보니 가족이라는 특별한 감정들이 살아있는 정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에 대한 자료들을 더 찾아 보았습니다. 가족은 일반적으로 혈연·결혼·입양 등에 의해 묶여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인식되는데, 단독 가계를 구성하여 남편과 부인,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형제와 자매 등 각자의 역할로써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합니다. 

 

가족은 그들 구성원들에 대해 여러 가지 가치있는 기능을 수행하며 가족원간의 교제와 사랑을 통해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자녀를 양육·사회화하고 아프거나 불구인 가족원을 돌볼 뿐 아니라, 출산을 제도화하고 성관계 규제에 대한 지침을 수립하여 사회적·정치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에게 음식, 잠자리, 의복, 신체적 안전을 제공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질서와 안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가족단위 조직과 친족관계의 구조가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다양하지만 전세계에 걸쳐 가족과 친족은 사회조직 속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가족은 음식을 같이 먹고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가족이 너무 멀리 떨어저 오랜 기간을 살다보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공동체감이 우선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을 표현한 아주 좋은 글도 있더군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족이란 서로 마주보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이다.

 

가족이란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댈 곳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가족은 같은 밥상에 마주 앉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씰 수 있는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차피 자식도 커서 결혼을 하면 분가를 해서 다시 한 가족을 이루고 또 다른 가족이 되겠지요.

 

그러나 왠지 아직은 결혼을 하지 않은 자식들과 오랜 기간을 떨어저 살다보니 가족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사는 방법도 다르고 가족에 대한 행복을 느끼는 기준도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식들이 사고나 안 치고 부모 속이나 썩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자식들이 아들 딸 나아 잘 살며 부모를 할아버지 할머니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너무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모인 가족이라 그런지 때로는 가족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하게 살아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족도 어서 아들은 장가를 들고, 딸들은 시집도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따라 유난히 가족이 그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들 딸들과 지지고 볶으며 사는 가족이 행복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TV드라마에는 가족들이 식사하며 서로 이야기들도 잘하고 싸우기도 잘하던데 우리 가족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직 식사를 하는 일에 열중합니다.

 

오늘 아침 산책 길에서 길위에 늘어진 낙엽들을 보면서 하루 하루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낙엽이 지고 겨울이 가면 또 한 해를 보내게 됩니다. 마치 낙엽이 세월을 제촉하는 것 같습니다. 늘 바쁘게 살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