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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영화]<남영동 1985>를 보고

by 장복산1 2012. 12. 6.

지난주에는 아내와 같이 요즘 화제인 영화 <남영동 1985>의 심야영화을 감상했습니다. 우리 내외는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관계로 여간해서 여유를 가지고 같이 외출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블로그 공동체에서 같이 블로그 활동을 하며 ‘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윤기님이 [말로만 들었던 고문 장면 눈으로 봤더니...]라는 포스팅이 경남도민일보 종이신문에 실렸습니다.


이윤기님의 글을 읽은 아내가 <남영동 1985>에 관심을 표하며 같이 영화구경이나 가자는 제안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아내의 제안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나도 지난 1985년 9월 4일부터 22일 동안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 분실 515호 실에서 일어난 치 떨리는 잔혹한 고문 현장을 증언하는 영화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우리 내외가 같이 외출하거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영업시간이 끝나는 밤9시가 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심야상영관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모처럼 우리 내외가 여유를 가지고 창원 CGV 심야상영관에서 상영하는 <남영동 1985>를 감상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는 박정희 군사독제시절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故 김근테 민주당 상임고문이 실제 겪었던 사실을 정리한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나는 최근 내가 지난 60년을 넘게 세상을 살면서 정치에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번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을 보고 느낀 것도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들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공권력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은 여지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할 것이라는 막연하던 꿈마저 무너지면서 그간 내가 살았던 세상의 허상들을 보았습니다. <남영동 1985>는 고문이 얼마나, 어떻게 우리 인간의 영혼을 파괴시킬 수 있는지 정공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억압하고 통치하기 위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고발이었습니다.

 

영화의 상황이 설정한 1985년은 86아시안게임이 열리던 시절입니다. 2년 후에는 88올림픽이 열리던 바로 그 때에 대한민국은 온통 축제분위기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민주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불법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감옥에서 잔인한 고문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는 정치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고 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가족들과 목욕탕에서 나오던 김종태가 잠시 조사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임의동행하는 형식으로 경찰에 연행이 됩니다. 그러나 22일 동안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 실에서 일어난 잔혹한 고문은 나를 두려움속으로 가둬 버립니다. 마치 당장 나에게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나를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대공분실 문이 열려 있어도 결코 나갈 수 없는 김종태 처럼 정지영 감독은 관객들을 대공분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가두어 놓고 김종태가 당한 고문을 관객들이 보게끔 강요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종태에 대한 고문은 점점 더해 가면서 김종테도 처음에는 반항도 하지만 결국은 굴복하게 됩니다. 장의사로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영두가 부는 휘파람소리가 대공분실 지하공간을 흐르며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고문이 애초에 원했던 것은 진실이 아니라 독재정권에 대한 김종테의 완전한 굴복이었습니다.

 

<남영동 1985>는 고문으로 시작해서 고문으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 김종테에 대한 특별한 캐릭터설정을 생략합니다. 어쩌면 정지영 감독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 누구도 김종테와 같은 상황에서 진실이 아닌 조작된 시나리오에 굴복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와중에도 프로야구 중계를 들으려고 하는 강과장이나 자신이 사귀던 여자친구 문제로 방황하는 이계장, 승진에 목을 메는 박전무같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생사를 넘나 드는 김종테와 대비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김종테에게 그토록 잔혹한 고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김종테를 굴복시킨 윤사장과 김종테의 마지막 대화에서 이들이 바라보는 애국이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사장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사시요. 합니다. 그러나 김종테의 항변은 '나는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했기 때문에 반정부활동을 한 것이다. 내가 부정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독제정권일 뿐이다.' 하며 외칩니다. 애국에 대한 서로의 해석이 다를 뿐 입니다. 윤사장은 정권에 대한 충성이 애국이었고 김종테는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애국이었던 것입니다.

 

대선정국에서 박근혜 후보는 100%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습니다. 나는 박근혜 후보의 '백퍼센트 대한민국은 독재적발상'이라는 글을 지역신문에 기고한 일이 있습니다. 어제밤 술자리에서 백퍼센트 대한민국이 독재적 발상인지 대한민국 전체를 포용하겠다는 의미인지 하는 문제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백퍼센트 대한민국의 취지나 박근혜 후보의 생각은 독재적 발상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둘러싼 정치권력집단의 충성심이 백퍼센트 대한민국을 위한 독재권력을 만듭니다. 진해에서는 이미 백퍼센트 대한민국을 실현하는 프로잭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정치권력들의 저인망식 새누리당 입당행렬은 정치권력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4.11총선에서 야권의 단일후보라는 현수막으로 진해시내를 도배하던 정치세력들이 이제는 새누리당에 묻지마 입당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