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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착한 밥상 이야기

by 장복산1 2013. 5. 8.

요즘 남양유업의 한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은 통화녹음 파일이 온라인상에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남 도민일보에는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라는 기획기사 다섯 번째 이야기인 <1억 들여 열었는데…닫는데도 7,000만 원>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사실 누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주변의 모든 일들을 다 알고 살아가기는 실로 어렵습니다. 편의점을 하나 개업하는데 1억 원이 들었는데 다시 폐업을 하자면 7천만 원이 더 들어야 한다면 편의점 하나 개업했다 폐업하는데 1억7천만 원이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사실은 이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전문 대리점이나 전문판매점 체재로 운영하는 시스템의 “갑”과 “을”간에 맺어지는 거래계약은 공정한 상생의 원칙이 아니라 주종(主從)의 관계로 맺어 지는 신 노예계약입니다. 나는 요즘 프랜차이즈 사업의 원조 격이 한 중소기업이 M&A전문가들에 의해서 회사가 부도나고 다시 회생절차를 거쳐 파산에 이르는 과정의 중심에 서서 전문점 협의회를 만들고 다시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새롭게 태동한 전문판매점 계약의 “갑”과 “을”의 관계는 쉽게 변할 수 없는 신종 노예계약입니다. 자본주의 신종무기를 힘으로 서로 물고 물리는 역학관계가 성립하기 마련입니다. 나는 전문판매점들이 신종 노예계약에서 탈피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의 설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문판매점과 생산업체가 협업화를 통한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근거한 협동조합의 설립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비라 협동조합이 둥지를 튼 거여동 골목에서 삭막하게만 느껴지던 세상에 따듯한 온기를 느끼는 착한 밥상을 만났습니다. 만나(맛나) 식당이라는 허름한 간판을 달고 중년의 내외분이 열심히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나는 가정식 정식 4,000원이라는 요즘 보기 드문 메뉴판을 보게 됩니다. 듬북 듬북 담아넨 반찬이며 뚝베기에 담아넨 국거리가 우리 집에서 먹던 가정식이 맞습니다. 

 

 

 

어느 반찬 하나도 맛이 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식당 여사장님 음식 솜씨가 돋 보입니다. 특별하게 잘 차리거나 모양을 넨 흔적은 없습니다. 그냥 어머니가 차려주던 풍성한 밥상입니다. 그리고 반찬마다 풍성함이 느껴지도록 차려내는 반찬에서 더 정감이 갑니다. 가끔은 북어국도 나오고 콩나물국도 나옵니다. 모두가 내가 고향에서 어릴때 먹던 맛들이 되살아 나는 것 같습니다. 4천원짜리 착한 밥상입니다.

 

 

늘 집에서 아내가 차려주던 밥이나 먹던 사람이라 그런지 요즘은 유난히 하루 세끼 먹는 밥에 신경이 쓰입니다. 내가 묵고 있는 신영통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명가원설렁탕 집이 있습니다. 나도 가끔은 아침 싸우나를 하고 출출할 때면 한 그릇씩 먹고 출근하는 집입니다. 오늘 그 설렁탕 가개를 지나는데 좀 특별한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설농탕을 무료로 드린다는 내용입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라고 하니 생생네기 이벤트성 행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베비라 협동조합이 있는 거여동 골목 만나식당 맞은 편에는 백두산이라는 중국 음식점도 있습니다. 여기도 매주 수요일 65세이상 어르신들에게 짜장면 무료급식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군요.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야박해도 이렇게 좋은 세상도 있는 모양입니다. "갑"과 "을"의 계약관계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대리점에 밀어내기를 일삼는 남양유업같은 기업문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착한세상의 착한 밥상입니다.

 

한 달을 쉼 없이 일해도 15만원 수입이라는 24시 편의점 이야기나 1억을 들여 개업을 했지만 막상 폐업을 하려면 7천만 원의 돈이 필요한 24시 편의점의 기막힌 개설계약도 착한밥상과 대비가 됩니다. 전문대리점이나 전문판매점 형태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의 모든 프렌차이저 운영 시스템들은 "갑"을 왕으로 하고 "을"을 종으로 하는 신종 노예계약으로 운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기막힌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지 모릅니다. 이제까지 관행으로 썪고 곪은 피가 남양유업에서 터졌을 따름입니다. 베비라 협동조합은 '우리아기를 키우는 정성으로 제품을 만들고 거품을 뺀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다가 갈 것입니다. 거여동 골목의 '착한 밥상'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