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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회오리다리를 들으며 떠난 큰 누님

by 장복산1 2013. 5. 9.

지난 어린이날인 5월 5일 나는 84년간 힘겹게 세상을 살다 하직한 큰 누님 장례를 치루고 왔습니다. 열세 살에 민며느리로 시집을 가서 평생을 땅과 같이 땀 흘리며 살다가 이제 장성한 자식들에게 호강을 좀 받을만 하자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 왔다가 한 번가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고 하지만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는 큰 슬픔과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큰 누님이나 내가 태어 나던 시기는 모두가 어렵고 힘들던 시기입니다. 우선 배가 고파서 배고품을 해결하려는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열세살 밖에 되지 않은 딸을 민며느리로 시집을 보넨 것입니다. 아들 딸 여섯을 나아 딸들에게도 일제, 영제, 금제라는 특별한 돌림자를 써서 이름을 지었던 분입니다.

 

이제 아들 딸들이 장성해서 시집 장가 가서 손주 손녀를 낳아 기르는 재미가 있을 때 아쉬움만 남기고 세상을 하직하게 되니 자손들의 슬품이 클 것은 당연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풍습도 바뀌면서 이제는 망인을 보네는 장례의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여를 메고 선소리꾼이 상여위에 올라서서 흰 끈을 잡고 종을 치며 선소리를 하면 상여꾼들이 후렴을 하며 이동을 합니다. 형형색색의 만장들이 상여 뒤를 따르는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이제는 장례예식장이 별도로 생겨서 장사지네는 것도 영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가에는 조화가 얼마나 줄을 서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그 집안의 내력을 살피기도 하지요. 장지까지 망인의 시신을 운구하는 방법도 리무진세단이 동원됩니다. 과거에는 상여를 메고 산 길을 가다가 언덕이나 개울을 만나면 상여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맙니다 결국은 상주들이 와서 절을 하고 노자돈을 상여에 있는 세끼줄에 메어 달아야 상여가 다시 움직입니다. 유교문화는 死를 죽음으로 보지 않고 永生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망인을 보네는 의식도 슬품속에 소리를 하며 운구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큰 누님을 마지막으로 보네는 장례식은 신식과 구식이 혼합된 특이한 형식이었습니다. 장성한 조카인 상주가 지역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덕으로 장례를 치루는 이틀동안 제법 넓은 장례식장 전 좌석이 차고 넘치도록 조문객을 맞으며 보넸습니다. 장례의식도 리무진을 타고 큰 누님이 살던 동네까지 가서 다시 상여는 타지 못했지만 망인을 운구하는 모습은 옛 모습을 재현 했습니다. 선소리꾼이 종을 치며 선소리를 하고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후렴을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가면서 두번이나 쉬었습니다. 상주들이 절도하고 술도 권하며 노자돈도 보탰습니다. 어쩌면 이런 장례의식도 이제는 점점 보기가 어렵게 될 것 입니다. 비록 신, 구식이 혼합된 간이방식이지만 이와같은 장례의식도 충청도라는 지리적 여건과 충청도 양반이라는 잠재된 의식들이 아직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을 것 입니다. 이제는 다시 재현하기 어려운 장례의식이라는 생각에 나는 장례식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했습니다.

 

 

 

 

"회오리다리"를 선소리꾼이 선창하면 묘지를 다지는 사람들이 일제히 후렴을 하는 모습은 연습도 하지 안았지만 박자가 척척 맞으며 오래된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큰 누님은 자신이 살아 생전에 갈고 가꾸던 드넓은 과수원 밭 둑 양지바른 언덕에 누었습니다. 큰 누님은 상주인 조카가 군에서 제대를 하면서 구입한 땅에 사과나무를 심어 과수원을 만들었던 억척스러운 억순이 였습니다. 이제는 인삼농사 하는 사람에게 세를 주고 자신은 그 밭둑의 양지바른 언덕에 누어 영원한 안식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시는 일어 나지 않을 자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큰 누님이 누워있는 언덕위에는 자신이 평소 갈고 가꾸던 과수원밭이 있습니다. 발 아래는 흰 조팝나무 꽃이 만개한 오솔길도 있습니다. 큰 누님 편히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누워 있다가 심심하면 조팝나무 꽃이 핀 오솔 길도 걷고 위에 있는 과수원 밭도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삼가 동생 이춘모가 글을 쓰고 사진을 기록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