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법이나 규율, 규정은 서로 다른 판단과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충돌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존재할 것 입니다. 서로 다른 판단이나 생각을 조정하기는 상식만한 잣대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서로 다른 생각이나 판단으로 다툼이라도 생기면 보통 상식적으로 판단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법이나 규정, 규율은 상식을 기초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오늘 서초동 대법원 앞에 있는 어느 공증인 사무실에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좀 황당한 법리 논쟁을 하고 이 글을 씁니다. 우리는 부도가 나서 파산한 회사의 파산관재인에게 파산법원의 승인을 받아 채권을 인수하고 파산회사가 가지고 있던 담보권을 해지하는 문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파산재단에서 파산법원의 승인을 받아서 채권을 매각했다는 사실은 당해 채권을 목적으로 설정되었던 담보권도 동시에 시효가 소멸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입니다.
이와 같은 당연한 이유로 나는 부도난 회사의 담보권을 승계한 파산관재인의 위임장을 공증받아서 담보해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전 서초동 공증인사무실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공증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출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파산관재인에게 동행을 사정해서 공증인사무실에 갔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나는 위임을 하는 사람의 도장만 날인을 받고 위임장을 공증한 다음에 위임을 받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 있다는 이유로 공증을 한 문서에 도장을 날인하면 될 것이라는 단순하고 황당한 판단을 스스로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공증이란 완성본을 공증하는 것이지 공증한 서류에 첨삭이나 날인을 추가할 수 없다는 공증인사무소 사무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내가 얼마나 법에 무지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행한 파산관재인도 변호사지만 자기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몰랐던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와서 전국 각지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우편으로 서류를 발송해서 도장을 날인 받아 다시 회송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지난번 파산관재인이 공증인사무소에 출장비를 주면 출장공증도 해 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같은 변호사 신분으로 공증인사무소에 출석해서 신분증을 제시하는 문제가 거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은 내가 먼저 공증인 사무소에 들려서 출장공증을 요구했습니다. 자기들은 출장공증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파산관재인 출석위임장과 파산재단 등기부등본, 인감증명에 인감도장을 받아오면 가능하다는 설명을 합니다. 다시 파산재단 사무실로 갔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파산재단 사무실 상담실마다 사람이 만원이라 파산관재인도 사무장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얼마를 기다리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공증인 사무실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내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황당한 이야기를 다시 합니다. 파산재단에서 채권을 매각했지만 파산재단에서 담보권을 포기한다는 파산부 판사의 승인을 받아와야 한다고 하면서 이상한 법조문 복사본 하나를 나에게 내어 밉니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다시 파산재단으로 달려가서 파산재단에서 채권을 매각할 당시 파산부판사에게 채권매각을 승인받은 공문서 사본과 채권매각 계약서 사본을 가지고 갔습니다. 이번에는 채권을 매각했지만 이 채권으로 담보권이 완전히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증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판사의 승인을 받아 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정말 어이 없습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법조인이라는 변호사가 자기의 판단기준은 하나도 없고 모든 일을 사사건건 판사의 승인을 받아야 움직이는 멍청한 변호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가 부도나서 파산을 하고 채권을 매각했습니다. 회사가 없어지고 채권이 없어 졌다면 파산한 회사의 담보권은 자연히 소멸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고 기준입니다. 이상한 법조문 하나로 일을 그르치고 있습니다.
나는 파산법에 파산재단의 파산관재인은 파산법원의 임명을 받아 파산법원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파산재단에서 취하는 모든 행위나 업무처리는 파산법원의 승인을 일일히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채권을 매각하면서 파산부 판사의 승인을 받은 사항입니다. 그리고 단지 파산재단의 파산관재인이 자신의 권리를 위임받을 제3자에게 위임한다는 사실을 공개증거하는 행위 입니다.
파산관재인도 법률전문가인 법조인 입니다. 변호사인 파산관재인이 자신의 권리를 제3자에게 위임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지개된다는 사실을 모를 이유가 없고 너무도 당연한 상식입니다. 만약 파산부 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를 승인 없이 파산관재인이 타인에게 권한위임을 했다면 그 책임은 파산관재인에게 귀책되는 것도 상식입니다.
공증인 사무소는 단지 파산관재인 본인이 틀림 없이 본인의 권리를 제3자에게 위임했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증거하는 행위 외에는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고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 변호사께서는 판사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마마보이 같이 파산관재인이 자신의 권한을 제3자에게 위임한다는 파산부판사의 승인을 받아 오라고 합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미안하지만 정말 멍청한 변호사라는 욕이 마구 튀어 나옵니다. 그도 내가 그 공증인 사무소를 두번 세번 찾아가서 이런 황당한 법리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납니다. 그럴 것 같으면 아예 공증인사무소 면허를 반납하던지 처음부터 자기들은 판사의 승인이 없는 공증은 하나도 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공증문서(公證文書)란 문서 작성의 권한이 있는 국가나 공공 단체의 기관이 특정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를 공적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문서라고 하는 군요. 그러나 지금 내가 요구하는 공증은 위임장 공증입니다. 특정한 법인이나 대표가 자신의 권한을 제3자에게 위임한 사실이 틀림 없다는 것을 공개증거하는 행위 입니다. 특정한 법인이나 개인이 틀림 없으면 되고 위임하는 사람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법을 만들 때는 법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법률들이 각기 다른 영역에서 제정되면서 법과 법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파산법의 입법취지는 부도나고 파산한 회사가 가장 공평하고 공정하게 채권과 채무관계를 정리함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선의의 피해자들을 최소화 하고 보호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 것이 파산법의 가장 주된 입법취지라고 생각합니다.
파산회사의 잔여재산을 가장 공정하고 공평하게 관리하고 청산해서 채권자들에게 공평한 분배를 목적으로 파산회사의 관리주체를 법원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원에서 별도의 파산재단을 설립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임 합니다. 파산회사 관리의 주체를 법원으로 하는 것은 공정성과 공평성을 유지함이 주된 목적이지 모든 것을 판사의 승인이나 허락을 받는 것이 주된 목적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극히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요즘 대한민국 검찰에서 법원에 제출한 중국에서 발급했다는 문서가 국정원에서 생산한 위조문서라는 것으로 꼼짝 못할 증거들이 점점 사실로 밝혀지면서 세상이 무척 시끄럽고 어수선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에서는 문서위조 같은 못된 짓을 할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국민들은 문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할 능력도 없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말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던 황당한 법리적 논쟁은 황당 그자체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모든 법은 판결이 나기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내가 어제 겪었던 공증인사무실의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마치 범죄인같이 취급하고 바라보는 것 같은 씁쓸한 느낌이었습니다. 약한자들을 대변하는 변호사라면 선량한 국민들을 위해서 영화 "변호인"같이 판사에게도 당당하게 "군민은 국가입니다."하고 외칠 수 있는 용기있는 변호사가 그립습니다. 참 황당한 법리적 논쟁을 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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