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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책]"상남동 사람들"을 읽고

by 장복산1 2014. 6. 3.

요즘 나는 내가 살아 온 평생을 압축해서 다시 사는 것 같이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바쁜만큼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삶이다. 주말이면 서울과 진해를 오가며 바쁜 와중에도 창원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쓴 "상남동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자영업자 그들의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나는 거의 평생을 자영업에 종사하며 살았다. 어쩌면 "상남동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고 현실이라는 생각을 잠시도 내려놓지 않고 내가 읽은 유일한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상남동 사람들"이라는 책에 나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쓴 책이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출판기념회를 했다는 소식도 들은 터라 그냥 책의 제목이 좀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그리고 나는 사실 "상남동 사람들"의 저자인 여영국 도의원과는 어떤 인연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다만 "상남동 사람들"이라는 책의 공저자인 정부권과 갱불에서 맺은 인연으로 이 책에 대한 소식을 듣고 알았을 뿐이다. 공저자인 정부권과의 인연으로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자서전 같은 실감나는 사실들을 지루하지 않게 감칠맛 나는 필체로 이어가는 내용들은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나는 진해 중앙시장에서 30년 넘게 자영업을 하면서 열악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체험한 사람이다.

 

유통시장의 개방으로 대형유통과 온라인유통으로 유통구조가 개편되면서 전통재래시장이나 가두점들은 이제 삶의 무개를 이기지 못하고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자영업자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수천억원의 예산들을 전통재래시장에 투자해서 차양막 공사를 하고 전통시장 주변에 주차장시설을 지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예산이나 시설을 투자한다고 해서 과연 전통재래시장들의 상권을 되 살리고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나는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진해 중앙시장 입구 차양막 공사를 하면서 진해시청 공무원들이나 공사업자들이 하는 상식없는 일들에 분노해서 한 동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민운동가가 되어 시청 브리핑룸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사람이다.

 

나는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의 상식없는 행동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 혼자서 진해시청 브리핑룸을 찾아가 기자들에게 "진해 중아시장 입구 차양막 공사의 진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때는 내가 자영업을 하던 진해 중앙시장의 자영업자들을 대변할 시의원, 도의원들은 모두 꿀먹은 벙어리들이었다. 여영국 도의원이 펴낸 "상남동 사람들"은 진심이 담기고 정성을 다해서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각색해서 사회에 고발한 "자영업백서"다.

 

"상남동 사람들"은 흔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생색을 내기 위해서 출판한 책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인식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파악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현실을 각색하고 편집해서 누구나 읽기 편하게 쓴 책이다. 사실은 나도 이 책을 읽고 독후간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멈칫 거리다 시간이 좀 흘렀다. 지금은 책을 읽으며 절실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조금은 무뎌진 상태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그 무기를 내가 들 수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배달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읽고 다시 생각이 나서 "상남동 사람들"이라는 책을 펴 들고 이 글을 쓴다. 

 

* 들 수 없는 무기는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고 맙니다.
자기 손 안에서 자유자재로 묘기를 부려야
진정한 무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일도, 사람도, 감투도 그와 같습니다.
작은 머리에 큰 모자를 씌우면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지방자치단체를 꾸려가는 자치단체의 수장과 지방의원들을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선거하고 선출하는 지자체선거를 매 4년마다 반복해서 치루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와 같은 절차는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나 지방의원은 그들이 할 정치적 영역이 분명하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정치적 생색내기나 하고 정치적 술수에 능한 정치인들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퇴출시키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지혜가 절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