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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협동조합 생각

by 장복산1 2014. 8. 14.

어제는 성균관대학교 경영관에서 진행한 "2014년 소상공인협동조합 워크샵"에 참석했습니다. 많은 새로운 만남이 있었고 좋은 강의도 들었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이상훈교수의 강의가 나의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아픔으로 느껴집니다. 내가 공부를 하며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주산부기학원이라는 학원이 가장 인기를 끌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주산부기학원을 나와서 은행같은 금융회사에 취업하면 그래도 성공하는 케이스로 치부를 하던 시절입니다.

전국 주산경시대회를 하던 시절에 주판(籌板)이라고 하기도 하고 수판(數板)이라고 하는 도구는 셈을 하는데 없어서 않 되는 절대적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자계산기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주판을 보기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최근 네비게이션은 운전하는 사람들이 길을 찾는대 없어서는 않되는 필수장비로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동차에 네비게이셔을 장착하는 것은 상식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얼마가지 않아서 네비게이션은 스마트폰에 밀려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스마트폰도 처음에는 카폰(Car Phone)이라고 해서 목침같이 큰 전화기를 들고다니기가 불편해서 차에 거치대를 마련하고 차량 뒤에는 높는 안테나에 부스터까지 달고 다니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의 일입니다. 카폰이 작아지면서 휴대폰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컴퓨터기능을 대신하는 스마트폰이라고 합니다.


마치 전자계산기가 수판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스마트폰이 네비게이션을 퇴출시키는 것 같이 이제는 3D 프린터가 모든 제조업의 일들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고무같은 신소제는 인간이 몸에 소지하는 제품들이 어떤 에너지 공급원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강의를 들으면서 전신에 소름이 돋고 가슴에는 통증마저 느끼고 있었습니다.


                                     <성공회대학교 경영학부 이상훈 교수님의 열띤 강의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전통재래시장의 무너지는 상권을 되살려 보겠다고 수천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하며 전통시장 상권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너지는 골목상권을 되살려 보겠다고 소상공인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지원사업으로 오늘도 "2014년 소상공인 협동조합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일자리창출에도 수많은 정부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나도 얼마전부터 협동조합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서울까지 와서 베비라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들과 열심히 베비라협동조합의 틀을 엮어 가고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경제민주화의 유일한 대안은 협동조합"이라는 신념으로 1일1표제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경제주체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주체세력으로 자리잡아 간다면 경제민주화의 틀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사회전반을 지배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계산기가 주판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스마트폰이 네비게이션을 대치하는 것 같이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꾸준히 진화하고 바뀌기 마련입니다. 한 없는 인간의 욕구는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힘의 원천이라 할 것 입니다. 같이 벌어서 같이 먹고 살자는 가장 이상적 이론으로 출발한 공산주의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기계적으로 해석한 오류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회발전의 원천인 인간의 욕구나 시대적 흐름을 단순한 국가기관의 개입이나 인위적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전통적 유통망인 생산-도매-소매방식의 유통구조는 거대자본이 유통시장에 개입하면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유통시장의 변화는 온라인유통이라는 새로운 유통시장의 출현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이었을지 모릅니다.



오후에 이어진 분임토의시간에 참여한 멤버들이 열띤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정부예산의 효율적인 지원방법에 대한 이야기나 소상공인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과 같은 소극적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는 생각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주판이라는 전통적 계산방식을 복원하고 수판장사나 주산부기학원 강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정부예산을 지원하거나 법으로 전자계산기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지금도 내 가슴은 먹먹합니다. 그리고 머리속에는 "2014년 소상공인협동조합 워크샵"에서 강의를 듣고 분임토의를 한 내용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습니다. 전통시장의 상권이 붕괴되고 골목상권이 무너지는 시대적 상황은 대형유통과 온라인유통의 출현으로 유통구조가 바뀌면서 일어 나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국가예산을 지원하는 방법이나 인위적 방법으로 자본과 인간의 욕구가 결합된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과연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는 판단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라는 틀도 거대자본앞에는 천당이 아닌 지옥의 모습으로 나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