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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세상에 믿을 놈 없다."고 하더니...

by 장복산1 2014. 9. 10.

어느 날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자와 같이 목욕탕에 갔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들은 목욕탕 온탕이라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기 마련입니다. 손자와 같이 온탕에 들어 가려던 할아버지가 아무리 달래도 손자가 도무지 온탕에 들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먼저 온탕으로 들어가면서  "아이~.!! 시원하다~." 하자 손자도 온탕으로 따라 들어가더니 "아이~!! 뜨거워!!" 하면서 "세상에 믿을놈 하나도 없다카더니 할베도 거짓말하나?" 하더라는 우스게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할아버지는 온탕에 몸을 담구면서 시원한 기분을 느꼈고, 손자는 온탕에 들어 가면서 물이 시원한 것이 아니라 몹시 뜨겁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같은 목욕탕에 엄연히 공존하는 서로 다른 두가지 진실은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팩트(fact)라는 사실입니다. 단지 그 느낌과 표현방식이 서로 달랐을 뿐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전혀다른 생각과 판단들이 항상 공존하고 있습니다.

 

나는 20여년 전에 허리가 몹시 아파서 근 보름을 자리에 누워서 꼼짝을 못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는 부산에서 허리치료를 제일 잘한다는 xx들병원에 까지 가서 진찰을 받고 X-ray 촬영도했습니다. 담당의사는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하며 바로 허리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의학상식에 무지하던 나는 의사의 진단을 믿을 수 밖에 없었고 허리수술을 하기로 하고 가족과 의논해서 수술준비를 해서 다시 오겠다고 하고 진해로 돌아와서 사실은 다시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수술이라는 것 자체가 두렵고 겁이 나서 하루 이틀 미루다 결국은 허리수술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난 이후로 어떻게 허리가 아프지않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억도 없이 벌써 20여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허리디스크를 진단하고 허리수술을 권했던 의사가 목욕탕의 할배같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 Ⅰ]

 

나는 치아가 부실해서 틀이도하고 임플란트도 해서 식사하기에 특별한 지장이 없을 정도로 치아관리를 하며 현상유지를 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한 쪽 잇몸이 부어 오르고 피가나는 풍치였던 모양입니다. 잇몸이 몹시 아프고 정신이 없어서 늘 다니던 칫과에 들렸습니다. 의사선생은 특별한 진단도 하지 않고 당장 집게를 들고 달려들어 발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내가 우선 풍치치료를 하고 조금지켜보자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약방에서 약을 사먹고 당장 빼어 버리자던 치아는 아직도 건재합니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 Ⅱ]

 

몇달 전에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자동차정비점에서 세차를 하고 엔진오일을 갈았습니다. 자동자정비 비용을 카드로 결제하려고 하자 정비소 사장이 아주 심각한 말투로 이야기합니다. 자동차 타이어가 너무 많이 달아서 당장 교체를 하지 않으면 사고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교체를 하라고 합니다. 자동차 밧데리도 전선을 연결하는 부위에 백화현상이 생기면서 당장 교체하지 않으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타이어를 교체한 시기를 생각하면 아직은 교체시기가 아니라고 하자 교체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운행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은근히 압박합니다. 밧데리도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교체해도 된다고 하자 백화현상이 번지면 엔진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겁까지 줍니다. 그러나 내가 쉽게 동의하지 않고 오늘 수리비나 어서 결제하라고 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처다 봅니다.

 

자동차 수리점에 나하고 비슷한 또 다른 사람은 수리점 기사가 하는 설명을 열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사람은 수리점 기사가 시키는 데로 수리를 더 할 모양입니다. 사실은 나도 자동차수리점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왠지 찜찜한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당장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타이어 펑크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진짜로 밧데리 백화현상이 번저서 엔진이라도 망가지면 큰일이라는 걱정과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나를 맴돌며 충돌하고 있습니다.

 

어수선하게 주변을 맴도는 불안한 생각들을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아파트근처 타이어 수리점을 찾았습니다. 오래 전에 타이어를 한 번 교체하면서 아주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장님으로 각인된 타이어월드사장입니다. 그냥 시침때고 타이어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했지요. "아직 좀 더 타도 되겠습니다." 합니다. "그러면 밧데리도 좀 봐 주세요." 하니 타이어에 공기압을 측정하고 밧데리 주변을 말끔하게 청소를 해주며 그냥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무 일 없이 자동차를 잘 타고 있습니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 Ⅲ]

 

어제는 추석도 지나고 해서 아내와 같이 방학동 큰동서집에 들렸다가 밤 늦게 수원으로 돌아 오는 길입니다. 성수대교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려고 차선을 바꾸는데 왠지 뒷 타이어 부근에서 덜커덩 하는 소리가 부담스럽게 들립니다. 

 

창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 보아도 바퀴구르는 소리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갓길에 차를 멈추고 살펴보니 펑크로 의심되는 징조가 보입니다. 다시 차를 안전지대로 옮겨서 살피니 펑크가 분명합니다. 보험회사의 도움을 받아 예비타이어(spare tire)로 교체하고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보니 아주 커다란 알미늄조각이 타이어에 박혀 있습니다. 타이어를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난번 사무실 부근의 자동차 수리점에서 하던 이야기도 생각나고 해서 이참에 아예 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하려고 작정하고 타이어월드 반월점을 찾아갔습니다. 내판단으로 타이어 4개를 교체하기로 작정하고 흥정을 했지요. 그리고 타이어점 사장님에게 아직은 타이어를 모두 갈기에 조금은 아까운 생각이 든다는 나의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 했습니다.

 

타이어월드 반월점 사장님은 목소리가 좀 크고 호탕하게 웃기도 잘합니다. 그런데 이양반이 오늘은 아무 말도 없이 어디로 나가 버립니다. 한참이 지나서 어디서 주섬주섬 중고타이어 하나를 찾아 들고 돌아 옵니다. 자기생각에도 지금 타이어 4개를 모두 갈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며 우선 중고타이어 하나를 수리해서 망가진 부분의 타이어를 갈아줄테니 좀 더 타다가 와서 타이어교체를 하라고 합니다. 참 독특한 타이어월드 사장님에게 다시 한 방 맞은 기분입니다. 세상에는 아직 믿을 놈도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은 2년 전에도 타이어월드 반월점에 게시한 요란한 현수막 선전문구와 점포입구에 세워둔 폐타이어 조각품인 로봇모양이 너무특이하고 마음에 들어서 내 블로그의 포스팅자료로 사진을 촬영했던 일이 있습니다. 오늘 느낀 반월동 타이어월드 사장님의 특별한 마케팅 지론이 다시 나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기는 당장의 어떤 이익보다는 진심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위해서 일하면 고객이 기분좋게 자신이 일한 대가를 지불하기를 바라고 그런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양심적 방법으로 영업하는 경우는 돈을 벌지 못합니다. 반은 사기 비슷하게 고객을 속이기도 하고 거짓말도 해야합니다. 고객을 압박해서 아직 치료가 가능한 허리도 수술하고, 아직은 치료가 가능한 치아도 발치를 해야 돈을 법니다. 아직은 더 타도 되는 타이어도 수명이 다 되었다고 하며 교체해야하고, 멀쩡한 밧데리도 교체하도록 기술자의 능력으로 압력을 행사해야 돈을 버는 세상입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타이어월드 반월점 사장님은 그냥 피식 웃기만 합니다. 그리고 자기스타일로 꾸준히 영업을 하다 보면 언제고 그 손님이 타이어를 교체할 시기가 되면 자기를 찾아 오는 단골손님이 되어 돌아 온다는 신념을 스스로 지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벽에는 태극기도 걸어 놓고 작업장 주변도 늘 말끔하게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요란한 문구들을 써서 붙인 현수막들이 그냥 사업수단이거나 마케팅 전략으로 하는 빈 말들이 아니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울 엄마가 앞집, 옆집, 뒷집보다 최대한 싸게 팔래요!" "최대한 고객님께 가격을 맞춰드립니다." "타이어 값을 알자.!" "펑크수리 공짜!!" "연중 무휴" 모두가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아무리 나를 단골을 만들려고 한다고 하지만 알미늄 조각이 박혀서 절단난 내차의 타이어를 자기집 중고타이어로 갈아 주고 공기압 측정하고 펑크값만 받으라고 해도 돈 받기를 사양합니다. 두서너달 더 타다가 타이어교체할 시기에 와서 타이어를 교체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아직은 이런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다행입니다.

 

                            <타이어월드 반월점 가게 내부에는 휠 얼라인먼트에 대한 설명문도 크게 써 붙여 놓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만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느끼고 판단하는 기준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같은 상황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다른 것 같이 판단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의사는 단순히 돈이나 버는 장사꾼이라는 생각보다는 병들고 아픈사람을 바르게 판단해서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기준일 것입니다.

 

아무리 서로 다른 느낌과 판단을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 간다고 하지만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가치와 기준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고객을 왕으로 모시고 신으로 모신다고 해도 사람의 진심을 숨기고 하는 친절은 표가 나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돈을벌기 위한 목적이나 수단으로 하는 친절은 아주 좋은 사업수단이거나 마케팅기법이 틀림없습니다. 수년을 연속으로 고객친절 1위를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어느 자동차 서비스기업에서 내가 느낀 서비스나 친절이 이와 같았습니다. 그 것은 친절이 아니라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내 기억에서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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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삼성자동차 써비스 정책] --> http://blog.daum.net/iidel/16078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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