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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우리사회 협동조합 이야기

by 장복산1 2015. 1. 9.

<우리사회 협동조합 이야기 - Let's Coop, Talk Coop!>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2년, 협동조합 설립인가 수 6,000여개(2014.12. 기준). 
그야말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협동조합의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그러나, 단시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설립 수만큼이나 단위 협동조합들의 뚜렷한 경제적·사회적 성장을 찾아보기는 매우 드문 게 현실입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린 나무줄기에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마도 너무 가혹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공과를 따지기에 우리는 아직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사회 협동조합, 가까운 듯 너무 멀리 있는 것 아닐까요?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운영원칙을 지켜가며 묵묵히 협동사회의 원형을 찾아가는 곳,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참신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 경제적가치를 높여가는 곳, 사회문제 해결의지를 바탕으로 사회적가치를 실현해나가는 곳… 바로 참 협동조합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협동조합을 통해 이 사회에 협동조합이 꼭 필요한 이유를 확인하고, 협동조합의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우리사회의 참 협동조합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감 없이 여러분에게 들려주고자 하며, 이를 통해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가 더욱 값지게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베비라협동조합

 

'을'의 반란, 국내 가맹사업 시장의 담을 넘다

- 조합원이 함께 만들고 판매하는 유아복 브랜드 베비라협동조합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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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가을 정취가 무르익던 날, ‘우리사회 협동조합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인 베비라협동조합을 만나기 위해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조합 사무실로 오르는 계단 끝에 쌓여 있는 물품 상자의 낯익은 ‘베비라(Babyra)’ 로고를 보며 왠지 모를 반가움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섰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첫 만남의 낯설음을 떨치게 하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이춘모 이사장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사무실을 둘러봤습니다. 입구 오른쪽 진열장을 채운 유아용 상품과 맞은편 옷걸이에 가득 걸린 의류 샘플, 회의탁자 위 브로슈어, 작은 물품창고에 가득한 상품들. 설립 2년차인 베비라협동조합의 시간과 노력이 오롯이 쌓여있었습니다.


영유아복 전문 브랜드인 ‘베비라’와 ‘꼼바이꼼(COMBYCOM)’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베비라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3월초에 설립된 사업자협동조합입니다. 전국에 걸쳐 33개 ‘베비라’ 전문매장이 영업 중이며, 매장사업주 모두가 조합원입니다. ‘우리 아기를 키우는 정성으로!! 가격의 거품을 뺀 착한 가격!!’이란 슬로건 아래 공동생산, 공동구매, 공동판매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난 2년 여간 쉼 없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조합 설립 이후, 영유아복 등 총 200여종의 상품을 제작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전문점(조합원) 대상으로 한 매 시즌 상품 매출이 2억 정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시즌마다 제품 품평회에 참여하고, 제품가격을 함께 논의합니다. 가맹본부격인 조합이 갖는 마진을 최소한으로 하여, 전문점(조합원)의 이익을 높이고 소비자가를 낮췄습니다. 조합원이 함께 만들고 판매하기에 가능했으며, 이러한 수평적 조직구조는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아직 완전히 자리가 잡힌 것은 아니에요. 우리 조합원들은 아직 협동조합 운영방식에 적응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 베비라주식회사 때의 본점과 대리점 방식, 갑을 관계방식에 워낙 익숙해있었어요. 2,30여 년 씩 대리점만 운영하던 사람들이니, 모두가 주인인 협동조합 방식이 낯설 수밖에요. 그래서 우리 조합은 창립 이후 매월 5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정하고, 그날 하루는 무조건 매장 문을 닫고 여기 조합 사무실로 모입니다.”

 

의자 서른 개와 경제 민주화

 

함께일하는재단(이하 재단) 베비라협동조합은 설립 2년차를 보내고 있지만, ‘베비라’라는 유아복 브랜드는 익숙해요. 국내 대표 유아복 브랜드로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가, 마트, 백화점에서 어렵지 않게 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주식회사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베비라가 협동조합이라고요? 기존 법인을 전환한 것인가요?

이춘모 이사장 보통 알고 있는 그 ‘베비라’가 맞지만, 법인을 전환한 것은 아닙니다. 베비라주식회사는 2011년 초에 파산 선고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베비라 전문점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협의회로 뭉쳤다가 지금의 협동조합을 만든 거죠.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된 경우예요.

재단 본사와 점주 간에 상생의 길로써 대안기업인 협동조합을 선택한 것이 아닌, ‘을’이었던 점주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했다는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이춘모 이사장 베비라주식회사는 굉장히 큰 회사였어요. 부도나기 전, 베비라 전문점은 전국 각지에 200~300곳 정도 있었으니까요. 저 또한 경남 진해에서 30여 년간 베비라 전문점을 운영했어요. 아가방, 해피랜드 등과 앞 다퉈 동종업계 1,2위로 꼽히던 유아 브랜드였는데, 2009년도에 회사가 부도나면서 무너졌지요. M&A 과정에서 부도가 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전문점이나 납품업체로 돌아왔습니다. 선의의 피해자들인 셈이죠. 그래서 뭉치게 됐습니다. 

베비라주식회사가 부도 난 후, 300곳 정도였던 전문점 수는 80여 곳으로 줄었다. 전문점 80여 곳과 생산납품업체 150곳은 각각 협의회를 꾸려 남은 직원들과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했고, 삼자합의로 1년간 회생절차를 밟았으나, 결국 파산이 선고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본사와 업체 간 거래채무, 전문점 개설 시 제공된 담보를 해지하는 문제 등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이춘모 이사장 파산관재인에 진정서, 탄원서 내느라 고생 많이 했지요. 지금도 준비서면 쓰고 있고, 아직 소송중입니다. 담보해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상태는 아니에요. 협의회로 모인 사람들은 파산자 문제로 함께 싸우고 투쟁하다보니 결속력이 생겼습니다. 본사가 파산했지만, 생존을 위해 전문점 운영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법적문제를 공동 대응하는 것 외에도, 전문점협의회는 제품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 자금 1억2천만 원을 모아 본사의 재고 자산을 인수했습니다. 첫 공동 구매였지요. 

재단 그것이 협동조합을 하게 된 직접적 계기였나요?

이춘모 이사장 법적분쟁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는 것을 보고, 아, 우리가 협동조합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전문점이 50~60개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협동조합 해보자고 했습니다. 전문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가령, 매장에서 사용할 쇼핑백 제작이라든지. 쇼핑백을 한 번 제작하려면 1만 장 단위로 주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인은 1만 장을 주문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방법을 찾다가 같이 돈을 모아서 해보자가 됐지요. 그게 우리 협동조합의 시초였습니다. 협동조합 설립추진 결의가 되고,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불과 보름 만에 진행됐습니다. 

재단 협의회 운영이나 활동이 협동조합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을 텐데요, 경험치 없이 협동조합을 시작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조합원제도나, 1인1표 등 협동조합에 대해 많이 낯설었을 것 같습니다.

이춘모 이사장 협동조합의 ‘협’자도 모르던 제가 여기저기 다니며 교육도 받고,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하는 1박2일 워크숍도 다녀오고 했습니다. 점점 확신이 섰습니다. 그리고 처음 이곳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가장 먼저 들인 것이 중고 책상 2개와 의자 30개였어요. 의자를 산 이유는 ‘우리는 모여서 의논해야 한다. 모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모여 앉을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우리가 3월 5일에 창립총회를 했고, 매월 5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정했어요. 이 날은 무조건 모여요. 해남, 울산 등 전국 각지에 흩어진 조합원들이 이곳 서울까지 매달 올라온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죠. 그래도 1년간 꼭 지켰습니다. 교육도 하고 제품 품평회도 하고 가격도 결정하고…. 모든 걸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주인 아니겠습니까? 조합원은 반드시 모든 결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런 게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해요.

 

담보? 리베이트? 우리는 없다

 

재단 베비라협동조합은 2013년 여름부터 제품을 자체 생산하여 각 전문점을 통해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프랜차이즈산업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특히 높은 자본력과 인력을 보유한 일반기업의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베비라협동조합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춘모 이사장 기본적으로, 조합 본부와 조합원 전문점이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모든 사안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주식회사는 본사와 전문점 간 가맹계약내용이 갑을 주종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전문점 대표는 보증금이나 담보 제공은 물론 제품할당, 인테리어부터 광고까지 본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본사는 더 많은 이익을 내려하고 전문점은 그 때문에 힘들고… 주문 상품의 재고도 오롯이 전문점의 몫이었어요. 우리나라가 프랜차이즈 시장이 굉장히 크고 견고한 데 반해, 이런 불합리한 제도나 문제가 많습니다. 우리 협동조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전문점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계속 고민했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담보(보증금) 없는 전문점, 재고 없는 전문점을 만들자’라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무리한 담보 설정 대신 無담보로 전문점의 위험부담을 낮췄고, 전문점 간 재고 수평이동?순환판매제도를 도입하여 전문점 無재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매장 인테리어도 조합원이 직접 업체를 선정하여 진행하도록 하여 본사 리베이트 관행을 없앴어요. 조합은 인테리어 콘셉트만 제공할 뿐이죠. 조합원이 곧 조합 아닙니까? 조합원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보입니다.

재단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라는 협동조합의 대표 원칙을 충실히 잘 지켜나가고 있으신 거 같아요. 하지만 협동조합의 원칙에 충실하고 임원진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조합원들은 협동조합 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출자금을 내야하는 이유라든지, 조합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라든지, 의사결정 과정의 불협화음이라든지… 매 순간 닥치는 운영상 어려움은 없나요?

이춘모 이사장 물론 있지만, 그때그때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은 매 시즌 신상품에 대하여 선금납입 주문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보통 6개월 전에 선금을 냅니다. 생산비 확보와 전문점 재고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처음에 선금 납임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었어요. 기존 회사들은 제품을 미리 받고 팔아서 대금을 납입하는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죠. 초반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이견이 있었지만, 지난 1년간 트레이닝 돼서 이제는 모든 조합원이 (선금 납입에 대해) 당연하게 여깁니다. 제품의 품질도 한몫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예전 베비라 주식회사 디자인실장이 현재 협동조합에 합류해 디자인과 생산을 책임지고 있고요, 모든 상품은 국내 생산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제품출시 전 조합원이 제품 품평회에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때문에 제품의 1차 고객인 전문점 조합원의 호응이 높지요. 무엇보다 운영진(임원)은 조합원의 신뢰를 얻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 생각이 항상 다 같을 수는 없잖아요. 때로 불평불만이 쌓일 수도 있고.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서 입금현황이라든지, 주문배송현황이라든지, 이사장으로서 느낀 생각이라든지… 조합관련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일 올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생 전문점만 운영해온 나이 지긋한 조합원들도 이제는 온라인 카페 활동이 아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BtoB사이트를 통한 제품주문도 이제는 익숙하죠.

베비라협동조합은 조합원 간 신뢰와 투명 경영의 절대가치를 존중하는 운영진의 태도를 통해 베비라 만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조합원과의 소통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기 위해 매월 5일을 ‘베비라협동조합의 날’을 지정했다. 전문점 개설비용을 낮추기 위해 담보(보증금)를 없앴고, 재고부담률을 낮추기 위해 조합원 간 상호거래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인테리어 리베이트를 없애는 등 새로운 관행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춘모 이사장 우리 모두가 사실 협동조합을 잘 몰라요. 그래서 일상적으로 계속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협동조합은 함께 운영하는 겁니다. 조합이 손해면 조합원도 손해인 거예요. 지금은 우리 조합이 배당을 못하지만, 한 2,3년 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고 어느 시점에 배당도 될 것이고요. 모든 것이 조합의 자산이자 곧 개인의 자산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전문점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매월 정기모임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품평회도 하지만, 교육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부터…. 마케팅 측면에서 조합원들조차 (의류브랜드에)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조금 영세하다는 생각(?)을 하나 봐요. 울산 모 마트에 입점해 있는 전문점이 있는데, 거기서는 홍보현수막에 적힌 ‘협동조합’이라는 단어를 가렸더군요. 판매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웃음).”

재단 베비라협동조합 조합원을 비롯해 일반사람들은 협동조합과 패션산업분야 간 거리감을 꽤 느끼지나봐요. 우리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의류브랜드 가맹사업을 하고 있는 베비라협동조합, 앞선 사례로서 그 역할이 매우 클 것 같습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시나요?

이춘모 이사장 미국의 사례를 보면, 버거킹이나 KFC, 던킨도너츠 등의 가맹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어 본사와 직접 거래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예요. 하나의 사업브랜드를 중심으로 생산자협동조합, 판매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등이 생긴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 베비라협동조합이 지금은 판매사업자들만 참여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자, 소비자, 직원이 함께하는 조합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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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비라협동조합의 ‘모두가 함께 사는 길’,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가맹본사의 파산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로 갈 길을 잃었던 베비라 전문점들은 협동조합을 만나 모두를 위한 길을 찾았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우리사회 가맹사업 시장의 불합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동생산, 공동구매, 공동판매 방식을 선택했고, 의사결정 과정을 함께함으로써 가맹본부(조합)와 전문점(조합원)이 갑 대 갑이 되는 수평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재단 설립 이후 지난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고 또한 이상적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텐데요, 베비라협동조합은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간 내 완성하고자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춘모 이사장 현재 우리 조합원이 40명이에요. 전문점 수도 이와 동일하고요. 전문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조금 부족합니다. 한 가지 아이템을 새로 생산하려면 500개니 1,000개니 하는 기본 주문수량이라는 게 있어요. 아직은 그 주문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요즘 원체 경기도 안 좋고 하다보니 조합원들이 주문할 때 손이 작아지는 측면이 있어요. 어서 빨리 전문점을 추가 개설해서 주문생산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규모의 성장을 이뤄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점 개설 영업을 해야 하죠. 지금 사무국은 일당백 느낌으로 저하고 디자인실장 둘이 뛰고 있어요. 영업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아직은 저 혼자 전국을 돌며 영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관리와 영업을 병행하려고 하니 많이 힘들죠. 배송 때문에 바쁠 때는 정읍이나 충주에 있는 이사들이 올라와서 함께 분배작업을 하기도 해요. 택배가 늦어질라치면 제 차에 실어 직접 배송하기도 하지요.(웃음) 내년에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센터에서 진행하는 인턴사원제도를 신청해볼까 합니다.

사업초기단계인 베비라협동조합은 넉넉하지 못한 경비로 인력을 마음껏 충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하고 소비자가를 낮추겠다는 베비라협동조합의 의지는 운영경비를 최소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현되고 있다. 

재단 모두가 ‘으쌰!’하고 조합을 설립했지만, 막상 설립하고 나서는 막막한 부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이런 제도나 지원은 꼭 필요하다 생각했던 것 있으신가요? 

이춘모 이사장 경영이나 사업관리에 관한 실무 컨설팅을 상시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컨설팅이 정말 도움이 되지요. 지자체나 지원기관에서는 사회적경제나 협동조합끼리 네트워크 구축하라면서 예산 만들지만, 사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상시로 받을 수 있는 경영이나 사업(관리) 컨설팅이에요. 또 하나는 관공서 공공구매시장 진입이나 제도관련 해서 실무적으로 컨설팅을 받고 싶어요. 최근 지자체의 출산장려 예산이 확대되고 있기도 해서 출산용품 납품사업에 참여하는 식으로 사업영역을 BtoG로 넓힐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컨설팅과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재단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맹사업자 협동조합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거대자본에 점령되어 단일화, 대형화 되어가는 유통시장에서 골목 영세 소상공인사업자들이 활로를 모색하는 방법 중 하나로 협동조합을 고려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비라 전문점 사업자들도 ‘살길’로서 협동조합을 선택했다고 하셨어요. 혹시, 설립 과정에서 힘든 것은 없었나요? 우리사회에서 협동조합을 하기에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이춘모 이사장 협동조합에 대해 전혀 경험이나 배움이 없었던 것도 어려웠지만, 설립하는 과정이나 기관 지원사업에 신청할 때 솔직히 막막했어요. 절차도 복잡하고 서류가 너무 많이 필요한 거예요. (완료되기까지) 기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요. 사실 우리 같이 장사하던 사람들은 서류 같은 거 잘 못 만들어요. 정부나 기관 입장에서는 방침이 있고 그에 준해서 진행하는 것일 테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어려웠죠. 좀 더 유연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이춘모 이사장은 설립부터 현재까지 협동조합하는 사람으로서 쉬운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고, 가맹사업 시장의 ‘을’이 아닌 모두가 주인이라는 신념으로, ‘을’의 슬픔과 설움을 하나하나 전부 해소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춘모 이사장 의류업계에서 반품은 오랜 난제예요. 하지만, 우리는 반품을 받아요. 그리고 할인해서 필요한 전문점에 다시 판매해요. 어려운 것 아닙니다. 전문점 재고를 본부의 재고라 생각하고 있어요.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는 거지요. 정말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재단 베비라협동조합이 그려나갈 우리 협동사회의 궤적이 무척 기대됩니다. 이사장님, 조합을 대표하여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춘모 이사장 우리 베비라협동조합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도 솔직히 겨우 버티는 정도에요. 워낙 국내 시장이 불황이다 보니 매출이나 조직규모가 급격히 성장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해요. 우리 베비라는 매 시즌 신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고요.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든지, 재고를 효율적으로 소진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들은 조합원끼리 같이 고민해서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자금이 부족하다고, 시장이 어렵다고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베비라의 성장을 지켜봐주세요.

재단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도모할 때, 관례를 따르거나 못하는 이유와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비라협동조합은 해야 하는 이유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찾고 있었다.

 

베비라협동조합 ▶ www.comby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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