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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불황탈출 영업일기 (제1일 포천시)

by 장복산1 2015. 1. 28.

오늘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으로 구입한 승합차로 베비라협동조합에서 생산하거나 공동구매한 제품을 싣고 전문점영업을 하기로 계획하고 처음 시작하는 날입니다. 단군이래 처음이라는 자영업자들의 불황을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 외에 특별한 묘수가 없을 것 갔습니다. 지난 금요일은 중기청에서 2015년 소상공인지원정책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모임이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소상공인들이나 전통시장 상인들을 도와 주려고 정부에서 여러 정책을 입안하고 애를 쓰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발표회장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지원정책들이 너무 산만하고 많다는 문제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신생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들이 자립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수준의 지원정책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좀더 집중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다. 그래도 베비라협동조합은 지금 정부 정책지원자금으로 마련한 승합차를 이용해서 전문점 영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이 조합의 자립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제1일차 영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토요일 아침일찍 출발하려고 했지만 내가 타던 승용차에 또 엔진오일이 센다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오전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제1일차 영업은 도농복합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포천시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나는 영업전문가가 아닙니다. 내게는 생소한 미지의 영역인 방문영업을 시작하며 사실 나는 어떤 확신이나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입니다. 과연 어떤 도시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업을 할지 하는 문제도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시작은 장대하나 가다가 지쳐버리기 일수지요. 무슨 일이던지 시작을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야 신이 나고 지치지 않습니다. 포천에는 포천베비라와 운천베비라가 아직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나에게 힘을 싫어줄 중요한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 처음 시작하는 시점에 어떤 작은 성과라도 나야 힘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시작하는 시점에 아무런 성과도 없다면 힘이 빠지고 쉽게 지치게 됩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공덕베비라에 도착하니 벌써 3시가 넘었습니다. 공덕베비라에 발송한 봄상품 하나를 교환하는 문제와 폴라티 싸이스교환을 요구하는 문제를 포천가는 길에 해결해야 했습니다.

 

 

공덕베비라는 점포를 수리하는 중이군요. 바닥공사를 한다고 제품을 모두 길가에 내어 놓고 판매를 하니 그런지 오늘은 오히려 손님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손님이 모이고 장사가 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서둘러 출발해야 하는 사정이라 업무적으로 교환할 제품만 교환해 주고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바로 포천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포천베비라는 점포의 셧터가 내려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니 오늘 마침 가족끼리 나들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을 걸어서 돌며 주변상권을 살피며 포천시내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디어베이비도 보이고 베비앙슈도 목 좋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대 여기도 점포를 비우고 사람은 없습니다. 경기가 어렵고 장사가 안되니 모두가 점포를 지키고 있을 생각조차 없는 모양입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따라 운천으로 향했습니다.

 

운천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합니다. 운천베비라는 네비게이션이 위치를 알 수 있는 정확한 주소가 없습니다. 그냥 영북면 운천리까지는 아는대 번지수를 알지 못합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에서 운천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운천은 예전에 내가 철원 누이집을 오가며 버스가 정차하던 곳이라 대충은 분위기를 알고 있습니다.

 

적당히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시장을 돌며 운천베비라를 찾았습니다. 좀체 베비라 간판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군요. 얼마를 돌고 돌아서 승합차를 주차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 가려고 하는대 베비라 간판이 보입니다. 정말 반갑군요. 결국은 처음 주차한 주변에 운천베비라를 두고 엉뚱한 방향으로 시장을 한 바퀴 다 돌았던 샘이 됩니다.

 

운천베비라는 점포에 불이 훤한 것으로 보아 성실하게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점포문을 들어서 사장님이 나오고 베비라에서 왔습니다. 하니 한 번에 알아봅니다. "여보~ 베비라협동조합에서 회장님이 오셨어요." 아래층은 점포고 2층은 살림집인 모양입니다. 내외분이 반갑게 맞아 주며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베비라가 부도나고 파산하는 과정에 겪었던 사연들이야 누구에게나 가슴이 넘치도록 많이 쌓여있는 사연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우리는 그 사연들을 이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운천베비라는 아직 베비라 간판을 달고 타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나 일반제품들을 사입해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점포 한 쪽에는 시계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장님이 시계점을 겸해서 베비라를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활기있어 보이는 점포 분위기나 사장님의 눈빛에서 희망이 보이는군요.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승합차에 실고 간 제품들을 보여 주며 쇼핑몰에 가입하는 문제와 카페에 가입하는 문제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장님도 적극적으로 즉석에서 쇼핑몰에 가입하며 조합과 거래 할 작정을 하는 것으로 보아 오늘 첮 영업은 성공이라는 예감입니다. 첮 매출로 현장에서 4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해치며 철원 누이집을 찾아 가서 늦은 저녁밥을 한 술 얻어 먹고 나니 온 몸이 나른합니다. 철원 누이도 70이 넘어서 얼마전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오래만에 찾아 온 동생이라고 불편한 몸을 이끌며 저녁밥을 챙겨주는군요. 나도 지난 금요일 감기가 왔는지 목이 칼칼해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늦은 저녁밥에 감기약을 챙겨 먹고 나니 "가족끼리 왜 이래" 연속극을 다 보지도 못하고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노트북으로 어제의 기억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하려고 서둘서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청주를 갈지 철원에서 시장조사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