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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불황탈출 영업일기 (제2일차 철원, 현리, 음성)

by 장복산1 2015. 2. 17.

처음 계획은 하루는 포천을 다음 날은 청주시의 시장조사를 해서 도농복합도시와 중대형도시의 시장구조를 분석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장조사에 접근하는 방식을 찾아보자는 취지 였다. 포천과 청주는 내가 위치한 지역에서 각기 남과 북으로 갈리기 때문에 실제 이동하는 시간도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할 수 있다. 그러나 첯 날 출발이 늦어 지며 그만 모든 일정들이 뒤틀리고 말았다.

 

나는 계획을 수정해서 철원에서 하루밤을 자고 철원시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철원은 신철원과 구철원이 있다. 철원사람들은 구철원은 동송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지금 운천베비라를 하는 사장님이 원래 신철원에서 베비라전문점을 하다 운천으로 옮겨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히려 운천이 행정동명은 운천리라고 하지만 상권형성 규모는 신철원 보다 더 크게 보는 느낌이다. 운천에는 운천베비라와 운천꼼바이꼼이 같이 영업을 하다가 2~3년 전에 꼼바이꼼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전문점협의회에 가입한 철원베비라는 구철원인 동송에서 베비라를 하는 사장님이다. 아침을 먹고 신철원시장은 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 보았다. 철원베비라 사장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구철원인 동송까지는 제법 이동시간이 걸린다. 동송재래시장 통로에 있는 철원베비라를 지난번에는 밤중에 순방을 해서 기억이 어렴프시 남아있다. 나는 지난번 왔던 기억을 더듬어 철원베비라를 찾았다. 베비라 입간판만 허공에 덩그러니 매달려있고 점포는 소위 말하는 깔세점포로 세를 준 모양인지 성인복덤핑영업을 하고 있다. 왠지 가슴이 아프고 허전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철원베비라와 같은 골목 맞은 편에는 아가방과 디어베이비가 점포 두 개 넓이에 자리잡고 영업을 하고 있다. 어느 전통시장입구 명동이발관의 낡은 간판과 대조되는 동송전통시장 간판이 어우러진 골목풍경들이 마치 지금 아가방과 베비라의 현실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괜시리 나 자신이 서글퍼지고 초라해 보인다. 베비라 점포정리를 하는대 왠 성인복이 와서 점포정리 영업을 하는지 모르겠다. 깔세라는 말은 아마 점포정리하는 자리에 미리 목돈을 주고 단기간 자리를 빌려 영업을 하고 가는 떳다방업자들의 이야기같다.

 

이 문제도 사실은 엄격하게 말하면 소비자를 바보로 알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과거에는 주로 밀어내기 영업을 하던 내의 브랜드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속옷장사들이 궁여지책으로 하던 수법으로 페업한다고 요란하게 현수막을 걸고 세일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같은 업종을 신장개업하는 소비자 기만행위들이 유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업종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성인복과 아웃도어제품들 까지 깔세떳다방 영업이 유행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모양이다. 소비자들을 바보로 취급하는 이와 같은 영업방식들은 점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신뢰를 상인들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낡은 간판의 명동이발관과 삼거리방앗간의 초라한 모습들이 대한민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현실을 말해는 것 같아서 더욱 씁쓸하다는 생각을 하며 철원을 떠나 일단 갈 수있는 만큼 가 보자는 생각으로 청주를 향해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가다보니 어느세 가평을 지나고 있다. 가평에는 현리베비라가 있다. 잠시 차를 멈추고 네비에 현리베비라를 찍으니 10분 거리라고 한다. 현리도 이번 주문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리베비라도 지난번 순방때는 밤중에 왔다가 떠났던 기억이 있다. 여기도 행정동의 이름은 현리라고 하지만 제법 큰 상권이 형성된 도시형 상권이다. 그런대 아쉽게도 현리베비라도 오늘따라 병원으로 모친의 문병을 가고 점포문이 닫혀있다. 현리도 지난 주문회에 참석하지 않아 사제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접해서 알고 있는 수준이라 나는 가지고 온 제품들을 직접보여주고 싶었다.

 

겨울에 내리는 차거운 부슬비를 맞으며 다시 차를 몰아 수원으로 갈까 계속 청주로 향할까 갈등이 생긴다. 그래도 내가 오늘 갈수있는 힘의 한계를 시험해 보자는는 생각으로 나는 청주를 향해서 차를 몰았다. 차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는 점점 세차지는 느낌이다. 부슬비가 내리는 오후의 고속도로는 마치 해가지는 것 같이 어둠침침해 지면서 음산한 느낌마저 든다. 잠시 기억을 더듬으니 증평베비라를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증평사장님이 증평에만 유아복브랜드가 5~6개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핸들이 음성으로 방향을 잡는다.

 

증평과 인접한 진천이나 음성은 과연 유아복브랜드 몇개가 영업을 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내가 청주를 간다고 해도 하루밤 묵지 않고 월요일 출근할 예정이라면 그냥 청주를 갔다가 돌아 오는 일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어지는 샘이된다. 그런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음성에 도착했다. 음성읍에 아직 아가방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던 것 보다 아직 많은 아가방 로드샵들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자극하고 있다.

 

 

음성 아가방이 있는 거리에 한 불록정도 떨어저서 음성모아베이비가 있었다. 그런대 간판에는 베이비/키즈라고 하며 JENNY & LIOYD 라는 간판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여기도 아가방이나 모아베이비나 모두 아예 가개문을 잠궈버리고 있다. 아마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찾아 오는 손님도 없는 가개문을 열고 기다린다는 것이 고역일지 모른다. 허전한 마음으로 수원집으로 발길을 돌려 오다가 안성맞춤휴계소에서 비빔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내 평생 처음 시도하는 순방영업을 시작하며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틀간 400km 가까이 이동하면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곳은 운천베비라 한 곳 뿐이다. 내가 월~목요일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금~일요일은 전문점 순방영업을 하려고 생각했던 계획을 아무래도 수정해야 할 것 갔다. 특히 읍면지역은 주말에 아예 영업을 포기하는 경향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음성과 포천에서는 문닫은 가개앞을 서성이는 것이 내 일의 전부였다.

 

그리고 처음 방문한 포천시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읍으로 파악했던 소홀읍을 지나면서 들리지 못한 이쉬움이 있다. 정확하게 소홀읍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소홀읍은 서울에서 포천을 지나 운천으로 가는 길목에 길게 늘어선 가구상가들이 시선을 끌면서 지나쳐버이고 말았다. 아마 길게 늘어선 가구상가와 아울렛상가들이 소홀읍의 전부인 것 같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특정한 지역에 집중상가가 형성되지 못한 소홀읍의 인구가 통계에 잡혔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내가 처음 순방영업을 하며 만난 운천베비라가 베비라협동조합과 활발하게 거래를 하며 장사를 잘 했으면 참 좋겠다. 지금 (주)베비라가 부도나고 파산하는 과정에 쌓인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모두가 가슴에 않고 가는 상황이다. 나는 지금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 남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이 가장 당면한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직 나만 생각하기 보다는 같이 뭉치고 힘을 합하면 더 큰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지금은 서로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고 협동하며 뭉쳐야 한다. 내가 손해보는 것이 속상한 만큼 상대도 손해를 보면 속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로 뭉치면 더 큰 힘이 생긴다. 우리의 진심을 고객들이 인정할 때 까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