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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불황탈출 영업일기 (제4일차 정읍, 전주, 광주)

by 장복산1 2015. 2. 17.

오늘 아침 나는 좀 야한 그림이 걸려있는 모텔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제 늦게 정읍 박이사하고 광주에 도착해서 광주 베비이파크 사장님과 소주 한 잔하고 정읍 박이사가 나를 모텔방에 대려다 두고 자기는 정읍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어제 저녁에 광주 베이비파크 사장님이 안내한 해남토종닭집은 닭요리가 코스로 나오는 독특한 마케팅기법으로 영업을 해서 그런지 우리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대리운전을 부를 시간까지 손님들이 그치지 않고 드나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안주와 술이 나오고 다음은 닭복음안주에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토종닭으로 요리한 것 같은 닭백숙이 나오고 닭죽이 나오기까지 제법 긴 시간 손님들이 매장에 머물게 하고 술을 마시게 해서 매출을 올리는 아주 독특한 마케팅 기법으로 손님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그 뿐이 아니다 내가 묵은 모텔도 이제는 모텔영업마케팅 방향을 1:1영화감상으로 돌린 모양이다. 작은 모텔방에는 방의 규모에 비해서 훨씬 큰 대형 TV화면에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접속하는 신형컴퓨터를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모텔방으로 올라 오는 엘리베이터에는 영화포스터 그림을 걸어 놓은 것으로 보아 영화를 보며 지불하는 시청료의 일부를 모텔업자와 인터넷영화배급사가 적절하게 배분하는 구조인 모양이다. 세상은 이렇게 급하게 변하고 있는대 나는 지금 남들이 이미 포기한 카셀영업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참 한심스러웠던 모양이다. 어제 저녁 술을 마시며 광주 그린유통사장님이 나에게 줄기차게 해 주던 충고가 승합차를 몰고 지방을 순회하며 영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일찍 포기하고 접으라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나는 오죽 답답하면 남들이 접어버린 카셀영업을 경험도 없는 내가 시작하려고 하겠느냐고 하는 이야기로 나 자신을 변명해 보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내가 답답하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지난 일요일 아들의 결혼식때문에 하루 종일 서서 돌아다니며 피곤한 몸으로 내가 월요일 광주까지 오지 않으면 않될만한 사정도 있다. 지난 2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기적같은 방법으로 조합원들의 선입금을 받아서 지금까지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며 전문점 영업을 지속했다. 그동안 조합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조합원들의 참여도 중요했지만 파산재단에서 양수한 채권을 회수한 자금으로 조합을 운영하며 조합원들의 결속을 다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회수할 채권도 없는 상황이라 어떤 변화가 없으면 이대로는 가을상품을 예정대로 생산한다는 보장이 없다. 서둘러 취급점을 늘리던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중국수출문제를 상담했던 일이 성사되어 수출길이 빨리 열리던지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내가 부쩍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행히 이번 봄상품은 우리가 예정했던 일정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고 납품되어 분배작업을 마무리 했다. 지난해에 조합제품을 생산하던 전주 아이들세상이라는 업체가 납기를 어기고 하도 속을 썩이는 바람에 이번에는 생산업체를 다른업체로 바꾸어 순조롭게 봄시즌을 마무리하나 싶었다.

 

그런대 아이들에서 지난해 직조한 원단이 남아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디자인한 내의 4건이 아직 약속한 납기가 훨씬 지났지만 납품되지 않는다. 업체 사장에게 전화를 하면 이제는 전화까지 받지 않아서 내가 직접 전주로 공장을 찾아 나섰다. 북전주 어디로 4층 건물을 매입해서 공장을 옮겼다고 한다. 주소를 들고 찾아가니 휭하니 냉기가 도는 공장에서 사장님이 혼자 무언가 열심히 재단을 하고 있다. 업체 사장님은 전화도 받지 않다가 내가 직접 찾아가 불쑥 나타나니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이들세상이 생산하기로 한 쥬라기긴소내의, 자동차긴소내의, 쥬디칠부내의, 캔디긴소내의만 납품되면 봄시즌 주문상품 공급을 깨끗하게 마감할 수 있다. 어차피 아이들세상에는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황이라 생산이 어려우면 생산을 취소해도 된다. 그런대 문제는 조합원들에게 생산을 약속하고 선입금을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12일까지 일부라도 납품을 하겠다고 하니 기다려 보는 것이 더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2일까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전주에서 더팜이라는 브랜드 대리점을 하는 사장님이 조합쇼핑몰에 회원가입을 하고 한 두번 소량으로 주문을 했던 일이있어 전주에 온 김에 더팜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전주 객사앞 대로변 상가에 있는 더팜은 유아부터 토들러 수입의류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분명히 초기유아의류도 있지만 왠지 우리하고 스타일이 전혀 다른 느낌이다. 우리 눈에 생소해 보이는 스타일같이 내가 느낀다는 것은 이미 내 눈이 요즘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지고 있는 현상인지 모른다.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읍베비라로 가서 승합차에 가지고 간 제품을 내려주고 바로 정읍 박이사를 태우고 광주로 향했다. 정읍베비라와 거래를 하던 광주그린유통 사장님이 우리 조합에 관심을 표하더라는 이야기를 얼마전 정읍 박이사가 해서 조합 쇼밍몰에 가입하라고 하고 승인도 했지만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박이사하고 직접 당사자를 만나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 그린유통은 광주에서 제일 크다는 여성병원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옆 60평 매장에서 베이비파크간판을 걸고 베이비파크 승용완구와 피터레빗 유아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옆에는 아가방에서 직영한다는 큰규모의 아가방매장이 있고 길 건너편에는 아기누리 할인매장이 있다. 광주 베이비파크는 출산, 임부복, 유아복, 승용완구로 자기 건물에 규모큰 매장을 얼마전 열었단다. 그러나 자신이 유통을 하던 사람이라 브랜드에 대한 "갑"의 횡포에 거부감을 느꼈던지 본인이 "갑" 이 될 수도 있는 브랜드를 선택했던 것 같은데 아마 지금은 후회하는 것 같은 느낌이 술좌석 대화에서 가끔 묻어나고 있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내가 느끼는 느낌은 그랬다.

 

 

 

 

 

 

아직은 서로가 속에 있는 이야기를 소통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광주 베이비파크 사장님도 대전 도마동 모아베이비 사장님같이 어딘가 빈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공간을 베비라협동조합이 체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내가 시작하고 있는 순방영업에 대한 유통경험자의 조언을 듣는 정도의 대화로 술좌석을 마무리 했다. 전국에는 이런 유통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을 찾아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일 것이다. Niche Marketing 이라는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