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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불황탈출 영업일기 (제8일차 전주, 익산)

by 장복산1 2015. 2. 17.

전주에서 취기가 돌도록 소주를 마시며 이팀장과 황사장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에서 전문점 영업에 관한 문제는 별로 이야기의 주제로 등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주와 익산에 유난히 몰려 있는 내의 제조업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황사장이 친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집의 안주로 등장한 해물 한 판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말았다. 참 푸짐해 보이는 술 안주다.

 

 

생으로 올라 온 조개종류에서 비릿한 냄새가 비위를 상하게 한다. 내 앞에 있는 두 개를 먹고 나는 비위가 상해서 개불이나 멍개를 주로 먹었다. 그 이상 신경쓰지 않고 소주를 8병이나 마시며 취기가 돌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영업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 하는 문제는 다음 문제다. 우선은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뒤섞이며 즐겁게 술판을 마쳤다.

 

술판에서 한 가지 남은 것이 있다면 베비라가 부도나면서 이팀장이 내의 생산업체들이 분업화로 내의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예상하던 가격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내의를 생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술이 한 잔되면 의례 남자들이 하는 허풍정도의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진위를 가리기가 어려운 이야기라 내가 다음날 현장을 이팀장과 같이 방문해서 확인하자는 약속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푸짐해 보이던 해물 한 판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급성장염에 걸려서 내 평생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이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사연이다. 이팀장과 생산업체 방문을 마치고 익산에서 우유저장 지퍼팩과 면봉을 생산한다는 업체에 들려서 서울로 오는 길에 청주에 들려서 시장조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얼마쯤 달리다 보니 어깨가 으시시하고 몸살기운을 느끼면서 이제는 운전마저 힘겹다. 청주방문을 포기하고 올라 오면서 내가 좀 무리해서 몸살이 난 것이라는 지례짐작으로 고속도로병원이 있는 안성휴계소에 들렸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는 휴계소 안성맞춤의원에서 진찰받고 약을 처방받아 먹고 올라오는 길이 훨씬 수월해 졌다. 그때까지는 나는 몸살이 맞다고 믿었다. 내가 지난 일주일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날 토요일은 집안에 새식구가 들어 온다고 도배라도 다시 하자는 집안의견이 모아지면서 집은 도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참견할 일도 있지만 인테리어 업자들이 잘 하는 것을 계속 붙어서 잔소리하면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사무실에 출근하기로 했다. 사무실에 가 보니 한실장도 출근해서 밀린 일을 하고 있다. 이상하게 몸살기는 느끼지 못하겠는데 배가 부글부글하며 나오는 방귀냄새가 유난히 독하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아래층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그런대 찌개에 들어있는 돼지고기에서 돼지냄새가 역겹다. 그래도 보통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 길에 반쯤은 왔을 거리에서부터 갑자기 목이 뻐근하고 몸살기가 도진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늦게 먹고 점심을 거르고 저녁을 먹는 과정에 점심에 먹어야 할 몸살약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난다. 점점열이 오르며 아파오는 상황을 참고 운전을 하는데 운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이 으실으실하며 덥고 춥고를 반복하며 한전이 나기 시작한다.

 

아들집에 도착하자마자 몸살약을 챙겨 먹었지만 도저히 견디기가 어렵다. 밤이 새도록 한전을 하면서 화장실을 수 없이 드나들며 설사를 했다. 일요일 아침에 병원을 찾자니 어느 병원이 일요일 진료를 하는지 알길이 없다. 인터넷을 뒤저서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은 곳이 수원중앙병원이다. 막내와 같이 수원중앙병원 응급실에서 받은 진단은 급성장염이라고 당장 입원을 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급성장념이라는 진단을 받고 어제 저녁에 먹은 김치찌개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마구 욕을 했다. 그러나 잠복기간이 2~3일이라는 로노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장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전주에서 먹은 해물 한 판에서 느끼던 역겨운 비린내가 생각난다. 로노바이러스는 해산물에서 옮기는 바이러스다. 결론은 전주 해물 한 판이 주범이고 김치찌개가 종범이다. 액스레이상에 돼지고기 흔적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김치찌개도 이번 범행에 관련이 있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국가유공자 혜택을 좀 받아 볼 요령으로 서울중앙보훈병원까지 갔다.

 

보훈병원응급실에서 다시 피검사에 액스레이를 찍는 중복검사를 하고 나니 보훈병원은 장념으로 입원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어이 없지만 병원사정이 그러하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아들집으로 돌아와 하루 밤을 버텨 보지만 다시 재발할 징조가 보인다. 그래서 오늘 수원에 있는 모 병원으로 다시 와서 입원하고 주사바늘을 꽂은체로 이글을 쓰고 있다. 참 변화무쌍했던 이틀이었다.

 

그런데 이 병원 마케팅 기법이 대단하다. 내 짐작이나 느낌으로는 왠만하면 입원을 권유하고 처음에는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4인실이 아닌 비싼 3인실에 입원 시킨다. 그리고 각종 검사를 유도한다. 의학에 무지한 환자나 보호자를 상대로 아주 지능적으로 설득한다. 심지어 내가 금년에 정기검진을 하는 대상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정기검진도 하라고 권하면서 상담을 하라고 한다. 별도의 건강검진센터도 있고 전문상담사도 있다. 고차원의 병원마케팅기법이라는 생각이다. 이 정도는 병원의 능력이고 할 수 있는 병원마케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정기검진을 늘 하던 병원에서 하겠다고 검진을 거부하니 거의 5분 간격으로 다른 간호사를 보내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하라고 한다. 의사는 금식을 하라고 하고 간호사는 비보험대상인 내시경검사를 해야 의사가 식사제공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비보험대상인 영양주사도 맞으라고 권한다. 환자의사와 상관 없이 자부담금 20여만원을 부담하겠다는 사인을 하라고 한다. 물론 병원에서 환자를 위해서 이런 검사나 영양주사를 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도 그정도 눈치는 있다. 보훈병원에서는 입원을 시켜주지 않으면서 일주일분 약을 처방해 준 사실과 지금 내가 입원해 있는 이 병원의 응급실에서도 내가 구정대목이라 입원이 어렵다고 하니 통원치료도 가능하다고 했던 사실을 이야기했다. 금식이 빠른 회복을 위한 처방은 될지 모르지만 처방의 절대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염증있는 장내를 내시경으로 휘 저을 필요를 나는 느끼지 못한다. 그동안 많이 호전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병원의 나이 많은 의사가 오전에 독수리 타법으로 진료하면서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때지 못하며 내 배에 청진기도 한 번 대보지 않고 입원하라고 한 사실도 기억난다. 내가 느끼는 느낌은 여기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의료기관인지 검사로 의료수가를 올려 전문영업을 하는 병원마케팅 전문회사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래도 여기서는 내가 "을"이고 병원이 "갑"이니 병원 말을 들어야 한다. 하루를 굶고 나니 배도 고프고 입도 마른다. 저녁에 아들에게 요구르트를 사 오라고 해서 의사와 상의 없이 마셔버렸다.

 

어제 응급실 의사는 하루에 요구르트 15개를 먹으라고 했는데 오늘 나이 많은 독수리타법의 의사는 금식명령을 내리고 내시경 검사를 하라고 하고 영양제주사도 맞으라고 한다. 의사마다 각기 다르게 진단하고 다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고차원의 마케팅기법인지 진정한 의료행위인지 내가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 내가 인생을 살아 온 오랜 경험으로 느끼는 느낌은 계속 이 병원의 지나친 친절을 거부하게 된다. 부산의 모 허리전문병원과 진해 모 칫과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기억난다.

 

[관련 글]

"세상에 믿을 놈 없다."고 하더니...| 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http://blog.daum.net/iidel/16078710

 

의학에 무뢰한이고 비전문가인 환자는 의학박사학위 이상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는 조건을 달지 말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는 의료영역에 까지 침범해서 의사들의 올바른 판단이나 진료를 방해하는 경우를 나는 종종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의사의 처방을 불신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맹종하는 수준도 아니다. 단지 내 경험치가 반영되어 상황을 판단할 뿐 이다.

 

전주에서 이팀장과 방문했던 생산업체들이 모여서 생산프로세스를 협업화 한 협업팀이 좋은사람들이 생산한 베비라제품도 생산했고 리바이스 제품도 생산하는 업체라고 한다. 일단 작지를 주어서 견적을 받아 보기로 했다. 익산에 있는 우유저장팩 지퍼공장에서 생산하는 지퍼팩이나 유아면봉도 제품퀄리티나 가격구조로 보아 조합에서 공동구매를 의논해볼 가치가 있는 제품들이다. 과거 베비라에 납품하다 채권단에 포함되어 채권단대표 백문흠 사장도 잘 아는 업체다. 그러나 수량이 많이 팔리지 않는 제품이라는 문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