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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2016년 해외 선진협동조합 탐방 (6)

by 장복산1 2016. 10. 31.

[6일차 암스텔담, 알스미어 20161027일 목요일]

 

오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서쪽 알스미어시에 있는 '알스미어화훼경매장(Royal FloraHolland Aalsmeer)'의 경매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서 새벽 6시에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플로라홀랜드협동조합의 화훼경매장을 견학하고 돌아 와서 아침식사를 하는 일정으로 출발한 버스에서 현지 가이드가 설명하기로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경매라는 시스템과 은행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곳이 네덜란드 암르세텔담이라고 합니다. 네델란드에서 경매시스템 시작과정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꽃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판매시기를 놓치고 시간이 지나면 꽃이 시들거나 개화하면서 상품가치는 제로에 가까운 제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화훼농가에서 제배한 꽃을 상인들의 농간으로 제 때 판매하지 못한 농민들이 카페에 모여서 한탄을 하며 술 한잔 하는 동안에 판매하지 못한 꽃들을 카페에 있는 당구대에 올려 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꽃들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묻자 어차피 판매하지 못할 꼿이라는 생각에 그냥 당신이 주고싶은 대로 지불하고 꽃을 가지고 가면서 대신에 당구대를 한 번 꽝!! 치고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꽃의 판매가격을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하고 가지고 가며 당구대를 한 번 친다는 것은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여간한 매력이 아닙니다. 입소문을 타고 카페당구대에 있는 꽃들이 불티나게 팔리자 결국은 당구대를 밖으로 옮기고 당구대를 꽝!! 치고 구매자가 가격을 정하고 꽃을 사는 새로운 판매방식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발전해서 오늘 날 전 세계 화훼시장의 70% 이상의 사장점유률을 자랑하는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이 생겼다고 합니다. 전용면적만 100로 최대 규모를 자랑는 알스미어 경매장에서 판매되는 꽃은 하루 평균 2100만 송이로 40t 트럭 120대 분량에 해당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만 합니다.

 

 

경매장 2층의 중앙에 통로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화훼경매장을 플로라홀랜드협동조합이 이룩하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힘을 합하니까 되더라.' 하는 강한 믿음이 힘을 합하게 만들었고 믿음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은 발전할 수 있었을 것 입니다.

 

네델란드 카페 당구대에서 시작한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의 경매방식은 하향식경매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경매방식이나 우리나라의 경매는 가장 높은 값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상향식 경매방식입니다. 그러나 네델란드 알스미어경매장의 경매방식은 하향식 경매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도 이 특이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전광판의 시계가 1유로부터 시작하는데 매우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어느 시점에 누가 보턴을 누를지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는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가장 빨리 보턴을 눌러야 한다는 계산을 하게 되고 결국은 농민들이 생산한 꽃은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실제 경매장 모습을 관람하고 관람객들이 경매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 전광판을 보면 알스미어화훼경매장에서 분당 600만원 넘게 경매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새벽경매에 참여하고 경매가 끝나자 긴장이 풀렸던지 긴 하품을 하는 경매참가인의 하품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경매장 아래서는 경매가 끈난 제품들을 분배하고 옮긴다고 사람들이 전동차를 이용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들이 마치 개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같이 보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모든 꽃을 24시간 내에 소비자의 식탁까지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는 자동분배시스템을 운영하는 모습이 참 놀라웠습니다. 여기는 시간이 돈이라는 사실이 더욱 실감납니다. 모두가 정말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품의 라이프싸이클이 가장 짧을 것 같은 꽃을 가지고 이렇게 엄청난 규모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네델란드 사람들의 마케팅기법은 우리 수준에서는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농협은 제품을 생산하고 출하한 시점에서 최소한 1년이상 넘게 창고에 보관하며 판매할 수 있는 쌀을 무슨 이유로 제대로 판매하지 못해서 매년 정부에서 수매를 해야한다고 농민들이 벼를 싸들고 상경해서 길거리에 뿌리며 농성을 하도록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켜두고 싸움만하자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칩니다.

 

 

 

우리는 알스미어 화훼경매장에서 이른 새벽시간에도 쉬지 않고 꽃을 어떻게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알스미어 화훼경매장 한 켠에 있는 연구실에서는 새벽시간에도 쉬지 않고 계속 여러 종류의 꽃들을 가지고 수분함량을 체크하고 개화시간을 체크하며 연구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들의 이런노력이 있기 때문에 꽃을 주문한 고객의 식탁까지 24시간 내에 꽃배달이 가능할 것입니다.

 

화훼경매장 입구 현관에는 경매장을 견학하며 연수하고 돌아 간 사실을 증거하듯 각국의 각단체에서 증정한 기념품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예쁜 한복을 차려입은 인형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도 수 많은 농민단체나 기관들이 방문한 흔적일 것 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과연 여기서 무엇을 배워갔으며 또 무엇을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는 이번 연수도 우리의 연수목적이나 목표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단순히 연수방법이나 절차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매진하는 것 같은 씁쓸한 느낌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스웨덴 협동조합 중간지원기관인 콤파니온을 방문할 때도 느꼈던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해외선진문화를 체험하고 연수하는 프로그램들이 현지문화를 복제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나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냥 아쉽습니다.

 

무슨 이유로 스웨덴이나 네델란드는 새로 설립하는 협동조합의 90%가 넘게 생존하며 협동하는데 우리는 마치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인양 설립만하고 90%가 넘게 도태되거나 아예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냥 협동조합의 7대원칙이나 공부하고 협동조합 발전과정의 역사나 공부할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경매장을 지역의 관광산업과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 많은 관광객들이나 연수자들울 위해서 경매장을 건축하는 과정에 미리 2층 중앙통로를 관람코스로 설계하고 탐방객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장까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 무엇이라고 확정적으로 해답을 찾았다고 답변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엇인지 확실히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국민성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근본적 사고의 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알스미어 화훼경매장의 경매에 나온 꽃들은 최하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경매사들이 함부로 담합을 하거나 해서 가격을 낮추게할 수 없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령 1만원이 최하가격으로 책정된 꽃이 100단이 있는데 아무도 그 꽃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 꽃은 전량 폐기시키고 최소한의 보상을 협회에서 농가에 보존해 주면서 제품의 품질도 유지시키며 정당한 가격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내 수준에서는 정말 대단하고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네델란드 풍경들이 차창을 스칩니다.

 

 

 

 

 

점심식사를 한 식당의 분위기는 참 좋았지만 음식이 너무 짜다는 생각 때문에 점심을 맛있게 먹지는 못했습니다. 새벽에 아침도 먹지 못하고 30분 넘게 버스를 타고 알스미어시까지 달려가 화훼경매시장을 탐방하고 연수한다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아침을 너무 늦게 먹은 것이 문제였을지 모릅니다. 어떤 시연이건 고풍이 넘치는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