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2016년 해외 선진협동조합 탐방 (7)

by 장복산1 2016. 11. 2.

[제7일차 암스텔담, 위트레흐트 20161028일 금요일]

 

네덜란드 두 번째 일정은 NCR 이라는 네덜란드협동조합 협회를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버스로 한 시간 가까이 달려간 곳은 암스텔담인근의 위트레흐트라는 조금 한적한 도시였습니다. 노란 빛으로 물든 크고 울창한 나무가 있는 호수에서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카누같은 배를 타며 운동을 즐기는 모습도 눈에 들어 왔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협회사무실이 아니라 협회에 소속된 회사의 브리핑룸이라고 하는데 색바랜 흑백사진들로 꾸미고 치장된 분이기가 마치 네덜란드 어느 귀족의 종가집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 브리핑룸에서 우리를 맞이한 네덜란드협동조합 협회 Dorien Groen 메니저와 현지통역사가 협회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 들을 설명해주었습니다. NCR은 보험, 운송 및 물류,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의 협동조합들이 회원사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NCR이라는 단체는 어디서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협회를 운영하는 경비를 충당하는지 궁금합니다.

 

협회에 가입한 협동조합 회원사들은 자기들이 협회의 운영경비를 분담해야 할 특별한 이유나 가치가 있어야 협회 운영비분담에 동의할 것 입니다.

 

그러나 브리핑 내용으로 보아서 협동조합 회원사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가입비를 내고 고정적으로 지속해서 분담하는 회비같은 것도 협회를 운영하는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Dorien Groen 메니저>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무슨 협회나 협의회라는 단체가 특별한 이권이 관련되어 있거나 협회만이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협회를 운영하는 경비조차 조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각종 경기단체의 협회들도 사실은 협회운영비의 대부분을 협회장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네덜란드협동조합협회도 협회사무실이 아닌 어느 가정집같은 2층 브리핑룸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브리핑하는 것이 혹시 메니저인 Dorien Groen 의 개인주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협회의 주된 수업원이 무엇인지 질문을 했더니 협동조합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연구 및 교육 컨설팅이 주된 협회의 수입원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나는 내심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내가 협회 운영비 조달문제를 집중적으로 질문한 이유는 우리나라도 여러개의 협동조합협의회나 지원센터가 새로 생기거나 운영되고 있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협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과연 협회에 소속된 협동조합들에게 어떤 교육이나 컨설팅을 제공하고 어느 정도의 대가를 받아서 협회를 운영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었지만 그런설명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위에 사진은 NCR(네덜란드협동조합 협회)에 가입된 협동조합회원사들의 로고들이라고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느낌으로 느끼는 감으로 로고들만 보아도 네덜란드에는 제법 잘나가는 협동조합들이 참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탐방했던 화훼경매협동조합같은 규모는 아니라도 충분히 자립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는 협동조합들이 네덜란드 사회적졍제의 한 불록을 담당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다시 NCR이 파악하기로 네덜란드에서는 1년에 몇개의 협동조합들이 새로 설립되고 설립된 신생조합들의 평균생존율은 얼마나되는지 궁금한 생각을 질문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1년에 100여개의 협동조합들이 새로 설립되고 설립되는 협동조합들의 90% 이상이 생존한다고 합니다. 스웨덴에서는 1년에 600여개의 신생협동조합들이 설립된다고 하더라는 이야기에 대단하다며 놀라더군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1년에 몇개가 새로 설립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몇 %가 생존하느냐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 협동조합의 생존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서는 새로 설립하는 신생협동조합들의 90% 이상이 생존해서 자본주의경제와 경쟁하며 협동의 가치를 서로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는 90%이상의 신생 협동조합들이 생존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새로 설립하는 협동조합들은 90% 이상이 도태되거나 아예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으면 합니다.

 

 

 

 

두 번째 방문하려는 음식점협동조합으로 가는 차창으로 비치는 건축물들의 특이한 곡선들이 나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음식점협동조합은 EU의 유럽지역 개발기금으로 완성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다문화 가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EU와 네덜란드 정부에서 지원해서 설립된 세계각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푸드코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넓은 공터를 지방정부에서 15년간 무상임대를 하고 개발기금으로 가건물같은 건축물을 신축해서 다국적음식점들이 입점한 형태입니다.

 

 

 

 

 

마치 컨테이너를 이어서 조립한 모양의 기차같이 긴 건물의 뒤편에 위치한 식당에서 음식점협동조합 메니저인 Sarriel Taus 의 브리핑을 청취하고 같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현지인 통역을 통해서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음식점협동조합이 처음에 의도한대로 잘 운영이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마치 우리나라도 사업적 가치보다는 명분에 밀려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고 시작하는 민간참여사업들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해 지는 경우와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협동조합 형태를 해산하고 메니저인 Sarriel Taus 씨가 총대를 매고 음식점협의회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해서 World of Food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나 조합을 지원하는 중간지원기관의 운영시스템들은 우리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중간지원기관이나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고의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진심으로 협동이 필요해서 협동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간이 붸페식으로 준비한 음식들을 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 와서 이번 연수를 결산하는 전체좌담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5명씩 조편성을 해서 조별로 탐방도 하고 토론해서 발표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전체가 한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처음입니다. 호텔회의실에서 원탁으로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 시작한 토론이 조금은 난상토론같은 과열현상을 보이며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시작했고 조합을 대표하는 이사장이나 임원들이라 어지간한 자기주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습니다. 내 경험으로는 대체로 시민운동이나 협동조합같은 일을 하는 깃대잡은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강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분명한 목표나 주장없이 새로운 길을 가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관철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나는 이번 연수에서 현지가이드가 지나가는 말 같이 던진 한 마디에서 이번 해외연수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은 서구 유럽사람들은 선진문명사회를 이룩하고 살아 가기 때문에 무척 똑똑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들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700원짜리 물건을 사고 1,000원을 주면 쉽게 거스름 돈으로 300원을 내어 주어야 한다는 계산을 선뜻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심하게는 100원짜리 동전 10개를 가져다 놓고 7개는 자기가 가져 가고 3개는 돌려준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암스텔담공항에서 이런 사실을 실제 경험했습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주머니를 뒤지니 쓰다 남은 유로화가 25유로 남아있습니다. 얼마 안되는 돈이니 쓰고 가자는 생각으로 초코릿을 사기로 했습니다. Box로 포장된 초크릿 1box 가격이 17.8유로 였던 것 같습니다. 한박스는 돈이 남고 두 박스는 돈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두 박스를 사려니 10유로 정도가 모자라겠다는 생각에 "can I use US dollar? 하니 Yes!! 합니다. 그러면 25유로에 10달러 조금 더 내면됩니다. 그런데 주머니에는 유로화 동전이 3개 더 있었습니다.

 

계산이 좀 복잡하기는 하군요. 유로화 지페에 동전과 미국 달러화를 계산해서 초클릿 두 박스 값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 좀 복잡하기는 해도 그렇게 난해한 계산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금전등록기 같은 전산단말기를 두드리면서도 계산을 하지 못합니다. 진짜 돈통에서 동전을 꺼내 놓고 나누며 계산을 하더니 미화 19달러를 더 달라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지페를 건내니 다시 7달러를 도로 돌려주고 작은 동전 두 개도 거슬러 줍니다. 나에게는 필요없을 것 같아서 "keep it" 하니  웃으며 초클릿 한 알를 더 줍니다.

 

어쩌면 이것이 답인지 모르겠습니다. 스웨덴이나 네달란드 사람들이 계산이 빠르지 못하고 초클릿 한 알을 더주려는 자세가 협동조합이 성공하는 근본적 원인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협동조합시스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계산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을 쉽게 계산하고 자기는 절대 손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충돌하면서 협동조합적응이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협동을 한다는 것은 서로가 조금은 양보하고 당장은 다소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더 먼 장래에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인내하며 힘을 합해야 협동의 진정한 가치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암스텔담의 화훼농가들이 꽃이 팔리지 않자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꽃을 당구대에 올려 놓고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서 지불하고 꽃을 가지고 가며 당구대를 꽝!! 하고 한 번치고 가지고 가라고 했던 사실을 곰곰히 생각하며 정리해보면 어떤 해답이 보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계산이 너무 빠른 것이 문제일지 모릅니다.

 

<이 글을 읽으신 이사장님들이 어느정도 공감하시면 아래 베스트공감을 한 번 클릭해 주시고 다른 생각이나 의견 또는 내가 미쳐 보지못한 부분들은 이사장님들의 판단이나 의견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소중하게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